한산여중을 인수하여 건립한 충렬여자 상업학교가 사라오 태풍 등으로 큰 재난을 입기도 했으나 그때로서는 보기 드문 밴드부를 조직하여 진주개천예술제에까지 출연한 일이 있어 시민들의 많은 칭송을 받기도 했다.
3~4년 동안 내가 학교책임자로 있었는데 학생들이 공부를 열심히 했고 선생님들의 교육에 대한 열의도 대단했다.
학생들이 공부도 잘 했을 뿐 아니라 상업학교로서의 주산실력도 선생님들의 알뜰한 보살핌으로 매우 좋았다. 고등부 졸업생 9명이 세무서 농협 등 금융기관 취직시험에 응시하여 한꺼번에 합격、칭송이 대단했으며 나는 그 소식을 듣고 매우 기분이 좋았다.
나는 왜정 36년간을 살았다. 여기서 잠시 그때를 회고해 본다.
우리의 고대문화를 빌려다가 나라를 세웠던 그들이 속임수로 우리나라를 강탈한 후 우리민족을 업신여기고 천대시하며 그 야만적 잔학행위를 일삼았다.
우리민족 말살정책으로 내선일치란 명목으로 우리의 성까지 없애고 일본이름으로 창씨개명 할 것을 강요했고 우리민족의 생명인 한글 가르치는 것을 금했다. 또 태평양전쟁 때 강제 징병ㆍ징용은 말할 것도 없거니와 특히 우리의 귀한 아가씨들이 소위 정신대로 끌려간 사실은 너무나 치욕스럽고 억울하기까지 하다.
내가 거창성당 재임 중에 해방을 맞았다. 해방소식을 처음 듣고 너무 감격한 나머지 미사 중 울음을 터뜨렸다. 교우들은 함께 울었다.
왜정시대에 감옥에 간 동포들은 그 수를 헤아릴 수없이 많음은 물론이다. 최재선 주교님도 주임신부시절에 왜경에 잡혀가 여러 달 구류를 사시면서 곤욕을 당하신 일이 있다. 나도 합천경찰서에 어쭙잖은 일로 끌려가 유치장에서 이틀 밤을 지내며 생전 처음 좋은 경험을 했다.
조명도 없는 어두컴컴한 4~5명을 가둘 수 있는 방의 마룻바닥에 구멍이 뚫려 있었는데 이 구멍이 용변을 보는 곳이었다. 더러운 냄새가 코를 찔렀다. 그러니까 변소에 사람을 가두어 놓은 셈이다. 쇠창살 밖을 내다보면 당번을 서던 간수들이 겁을 주기위해 고함을 꽥꽥 질러 대던 모습이 아직도 생생하다.
그 당시 식민지 경찰들이란 인권이란 말도 없을 때 사람들에게 공공연히 욕설이나 퍼붓고 구타를 일삼는 그런 것이로구나 하는 좋은 체험을 한 것이 오히려 내 생활에 보탬이 되었구나하고 자위해본다.
해방 후 벌써 43년이 지났다. 우리나라가 1970년대 경부터 급속히 발전하고 있는 것은 지극히 다행이요、하느님의 축복이다.
우리나라의 가난한 시대를 경험한 우리 연로한 사제들에게는 나라의 큰 발전이 꿈만 같고 감회가 무궁한 것은 인지상정이라 하겠다.
전국은 일일생활권이 되었고 대도시에는 자동차가 홍수처럼 밀리고、고층건물들이 숲을 이루고、가는 곳마다 산림이 울창한 옛 금수강산을 도로 찾은 것은 얼마나 다행스런 일인지 모르다.
나라발전에 발맞추어 우리교회도 급성장하고 있으니 하느님의 은혜에 감사한다. 서울ㆍ부산ㆍ대구 같은 대도시에는 신자수가 4、5천명을 넘는 본당이 많고 전국 4개 신학교에는 학생들로 만원이고 레지오마리애、꾸르실료、성령운동 등 수많은 신심단체 회원들이 전국에서 열심히 기도하며 교회발전에 총력을 기울이고 있다. 또한 89년 10월 서울에서 개최되는 세계성체대회준비로 분주히 활동하고 있으니 실로 기쁘고 자랑스런 일이다. 외국에서도 한국교회의 빠른 성장에 놀라움을 금치 못하고 큰 기대를 갖고 있다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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