앤은 16세기 영국의 왕 헨리 8세의 후궁으로 들어갔다가 왕후가 된 볼렌가의 둘째 딸이다. 천일은 앤이 헨리 8세를 알게 된 후 사형에 이르기까지의 비운을 열 고비로 처서 한 고비를 백일로 계산하여 정한 숫자이다. 그래서「천일의 앤」은「비운의 앤」을 말하는 것이다.
스페인 황실 출신인 캐서린과 결혼한 헨리 8세는 왕위를 계승할 아들이 없자 무도회에서 만난 앤에게 반해서 약혼자가 있음에도 왕실로 데리고 간다.
앤과의 결혼을 위해 헨리 8세는 왕이 교황보다 높다고 주장하고 이에 반대하는 토마스 모어경과 휫서 주교 등을 사형시킨다.
그러나 앤에게서도 아들을 얻지 못하자 간신 크롬웰의 계교를 받아들여 앤에게 간통과 배신의 누명을 씌워 사형에 처하는 것이 전체 줄거리다.
2시간이나 되는 이 영화는 왈리스 제작으로 챨스 재래트가 감독하였다. 씨나리오 자체가 극각본이기 때문에 영화보다 연극을 보는 느낌을 더 많이 준다. 더구나 대사가 고대어로 돼 있어 고전영어 연구가에게는 필견의 영화이다. 카메라의 움직임이나 편집은 완벽하며 다만 새로운 시도는 찾아볼 수 없다. 그래서 아주 정직하게 잘 만들어진 영화라고 하겠다. 그리고 씨나리오에 있어서 크롬웰을 간신으로만 취급한 것과 성공회의 시초를 16세기 영국의 정치적 상황과 사상적 배경을 도외시하고 다만 헨리 8세와 앤과의 사랑에만 국한하였다는 것은 역사적 사실에 어긋난다.
이 영화에서 특기할 것은 헨리 8세의 역을 맡은 리차드 버튼과 앤의 역을 맡은 저너비에브 뷔졸드의 연기다.
버튼의 연기는 우리가 다 아는 바이지만 뷔졸드는 신인으로서 세계를 놀라게 할만한 연기를 이 영화에서 보여주었다. 「천일의 앤」은 이 두사람의 연기 때문에라도 한번 권해보고 싶은 영화이나 종교영화는 아니며 종교역사를 배경으로 한 극영화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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