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도동본당 연령회 회장 명관식(65ㆍ요한)씨를 소개받아 영동포구 상도동에 있는 나지막한 그의 한식기와집을 찾았을때 명회장은 연사흘을 상가(喪家)에서 보낸 피로로 깊은잠에 빠져있었다.
그를 처음 대하는 기자는 그가 20여년동안 수많은 죽음을 지켜보았고 그 뒷바라지를 도맡아 해낸「일꾼」임을 깨닫기까진 상당한 대화가 있은 후였다.
우리 교회는 예부터 죽는 순간을 가장 중요하게 여기고 세상을 떠나는 영혼의 평화로운 임종을 돕고 육신을 거두는 일에 각별한 관심을 지니고있다. 그래서 웬만한 본당이면「연령회」라는 조직을 통해 임종을 앞둔 사람을 찾아, 신자 비신자를 가리지 않고 영혼을 하느님께로 끌어들이고자 촉각을 세운다.
명 회장은 바로 이 일에 앞장서 20여년을 바쳐온 분이다. 『같은 신자니까 형제같은 친밀감으로 죽음을 거두어왔지요. 벌써 20년이 됩니까? 글쎄요 한 천여명 될까요? 』명 회장은 그동안 거둔 죽음이 얼마나 되느냐는 물음에 한참 생각하더니 이렇게 대답한다. 『부잣집 막내로 태어나 세상 어려움 모르고 살다 고향(평북영변)이 빨갱이 소굴이 되면서 견디지 못해 48년 월남, 51년 거제도 피난시절에 어느 신자의 권유로 입교했습니다. 그분이 전교엔 임종을 돕고 죽은육 신을 거두어주는 일이 제일 효과적이라고 하면서 절 가끔 데리고 다녔습니다. 』이때 비로소 그는 죽음을 대하게되었고 구령의 순간을 놓쳐 하느님을 모른채 숨져간 영혼들을 안타깝게 여기게 되었다. 그로부터 명회장은 가는곳마다 위독한사람이 있다는 소식만 들으면 만사를 제치고 찾아가 그 머리맡에 앉아 임종을 돕고, 초상이 나면 시체의 염습에서부터 안장까지 몇일씩 밤잠을 안자고 도맡다시피 해왔다. 그의 도움을 받아 취뤄지는 초상이 상도동본당 구역 내에서만도 월평균 5건이라고 총회장 이상필(베드로)씨가 귀띔해 준다.
그렇다고 명 회장이 무슨 보수를 받는 것도 아니다. 다만 생사의 갈림길에 선 영혼이 한발짝이라도 하느님 곁으로 다가가게 도와주어야 한다는 사명 때문이다. 가난한 집에 초상이 나서 당장 무명한끗 쌀 한톨 없는 기막힌 경우도 많이 겪으며 신자집을 찾아다니며 동냥(?)하는 일도 가끔있다.
너무 이 일에 열심이다 보니 한때 상가집 핑계로 쌀이나 거두러 다닌다는 오해를 받은적도 있지만 한번 그와 초상집에 가본 사람이면 자손도 할수 없을 정도로 경건한 태도로 시체를 염하고 영혼을 위해 기도하는 모습에 그만 할말을 잊고 만다고 그를 아는 신자들은 입을 모은다.
상도동본당 신자들은 어디 초상이 나면 으례 명 회장을 찾아온다. 그래서 그의 집은 부고가 제일 빨리, 많이 전해지는 집이 되었고, 명 회장은 외출시 꼭 행선지와 귀가시간을 일러놓고 다니는게 습성이 되어버렸다고 한다. 그는 이 일을 하면서 집살림은 거의 외면하다시피 해 돈을 모아본 일도 남처럼 풍족한 살림을 해 본 일도 없이 지금은 아들이 생계를 꾸려가고 있다. 『본당에서 책임을 맡겨주어 할 따름이지요.
뭐 뚜렷한 철학이 있는 것도 아닙니다』.이렇게 말하는 그는 한가지 공통된 사실을 발견했다면서 들려준다. 『평소 죽음을 잘 준비한 사람의 육신은 죽어서도 깨끗해요.
그런데 추한 육신의 내력을 알아보면 대개가 험하게 세상을 산 사람들이거든요. 』
<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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