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히 이쪽이 정당할 때는 그렇지요』
옆에서 한 친구가 덧붙였다.
『당신네들이 옳다고 반드시 상대방이 그르다곤 할 수 없소』
추기경은 엄격한 어조로 계속했다.
『당신네들은 종소리의 하나만을 듣지만 난 세가지를 들어야 하오. 그네들의 소리 당신네들의 소리 그리고 내 소리를. 왜 그런가 하면 모든 사람이 내게는 똑같이 사랑스런 양들이니까 말이오. 아버지는 특별히 어느 한 자식만을 귀여워해서는 안되는 법이오. 최소한도 그런것을 밖으로 표현해서는 안되지……』마지막 말끝이 흐렸다.
『안 그렇습니다 추기경님』피에르의 목소리가 커졌다.
『제대로 자라지 못하고, 강한 놈들한테 항상 매맞고 아무에게서도 사랑을 받지 못하는 자식을 특별히 사랑해 주셔야 합니다』
『마음속으로는 더 생각해주지만 밖으로는 공평해야 하오. 제각기 남을 위해 살아야 하오. 피에르 신부 자네말이 틀리진 않아. 그러나 내 말이 옳은거요. 알겠소? 』
『그럼 여러가지 진리가 있다는 말씀입니까? 』
『진리는 단 한가지 그러나 선의(善意)는 여러가지. 만일 우리가 선의를 존중하지 않는다면 누가 존중할 것이오? 』
『아! 여기 계셨군요 추기경님』아까의 늙은 신부가 들어서며 놀란다.
그네들은 벌써 그의 존재를 잊은지 오래였다. 조금전에는 얼굴이 창백하고 말라보이던 이 신부가 추기경 옆에 서니 아무것도 아니었다. 수단을 입은 다른 사람과 똑같은 사람에 불과하다.
『듀류이씨 내 일이 한가지 있는데』
추기경은 다시 돌아서더니 그들에게 물었다.,
『봉급표를 가지고 왔소? 』
『여기 백개도 더 가지고 왔습니다. 추기경님. 모든 공장과 모든 계층의 봉급표를』
『알겠소. 두류이씨 그것을 복사해놓고「싸니」에 다시 부쳐주도록』
『「에밀 조라」가 28번지입니다』
『이름은? 』
『피에르 신부』
『뭐라구? 』늙은 신부는 얼굴을 돌리며 동요하는 빛을 보였다.
『그렇습니다 신부님 그런데 그것이 무슨 상관이 있겠습니까? 』
『아니! 신부를 만나게 돼서 반갑다는것 뿐이오. 저…후에 할말이 좀 있는데…』
『듀류이씨, 이렇게 해주시오. 』
추기경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이 공장들 이름을 다 적어두시오. 「싸니」의 본당 신부들에게 전화하여 만일 기업주들과 가까운 사이라면…』
『아주 가까운 사이입니다. 』
한 친구가 못을 박았다.
『본당 신부들이 기업주들의 최근 회계장부를 구하도록. 모든 숫자와 서류가 우리 손에 들어오면 그레고아르 신부와 계산전무가를 부르시오. 속히 일을 진행시키도록. 당신네들은 내 태도에 실망했겠지? 그러나 난 항상 확실한 근거를 가지고 판단을 하고 난 다음에 행동하오! 그렇지 않으면 정직하지 못한 것이 되겠지. 』
그는 피에르와 그의 친구들에게 손을 내밀었다. 그 중 한 사람은 친구를 하려다 그만둔다.
『원할 때는 언제나 오시오. 되도록 자주…』
『추기경님, 건강을 보살피셔야 합니다. 의사가…』
늙은 신부가 걱정을 한다.
『그건 그렇지. 혹시 내가 침대에 누운채 만나게 될지 모르지만 그래도 당신네들은 만나겠소. 』
추기경은 문 안까지 그들을 전송했다. 지도자답게 그는 제일 앞장서서 걸었다. 한가운데 끼어있는 피에르는 목자(牧者)다웠다.
갑자기 추기경이 걸음을 멈추었다.
『참, 나 자신 나쁜주인이야「빠리」의 성당에서 일하는 보좌신부가 한달에 얼마받는지 아시오? 6천프랑. 』
『겨우 고거야! 』
한 친구가 외친다. 비서신부가 변명했다.
『그러나 보좌신부는 가족도 없고 또 흔히 공동생활을 하지요. 그리고 자기가 가난을 원했으니까요』
『특히 그들에게는 그런 것이 중요한 문제가 아니기 때문이지요. 』
피에르가 덧붙였다.
『그러나 내게는 중요한 문젠데. 알겠소 피에르 신부, 자식들이 창문을 활짝 열고 자는 것은 좋지만 그들이 춥지는 말아야 하오. 이것이 문제지! 』
『그러나 추기경님은 어쩔수 없지 않습니까! 저축해 두시는 것도 아니고 이익을 보시는 것도 아니고…』
비서신부가 투덜거린다.
『돈 문제요? 그것이 내게 위안이 되는 마지막 구실이겠지…잘들 가시오! 용기를 내고 당신네들을 잊지않고 생각하겠소…』
그들에게 가보라는 손짓을 한 추기경은 그들이 문간을 나설때까지 바라보고 있었다.
그들이 계단을 내려오는데 비서신부가 피에르를 잡으며 낮은소리로 속삭였다.
『피에르 신부 이 말을 하고 싶었소. 여기에는 당신 편만 있는 것은 아니오. 』
『누가 내 편만 있다고 했소? 』
『추기경님은 아마 그러시겠지만…자! 잘해보시오! 』
비서신부는 악수를 하며 비굴한 눈초리를 돌렸다.
『그 서류는…좋소! 「조라」가, 그렇지』
그는 벌써 자기 서류, 사무에 사로잡혀 있었다. 피에르는 두사람분 대기를 마음껏 마셨다.
가장 많이 본 기사
기획연재물
- 길 위의 목자 양업, 다시 부치는 편지최양업 신부가 생전에 쓴 각종 서한을 중심으로 그가 길 위에서 만난 사람들과 사목 현장에서 겪은 사건들과 관련 성지를 돌아본다.
- 다시 돌아가도 이 길을한국교회 원로 주교들이 풀어가는 삶과 신앙 이야기
- 김도현 신부의 과학으로 하느님 알기양자물리학, 빅뱅 우주론, 네트워크 과학 등 현대 과학의 핵심 내용을 적용해 신앙을 이야기.
- 정희완 신부의 신학서원어렵게만 느껴지는 신학을 가톨릭문화와 신학연구소 소장 정희완 신부가 쉽게 풀이
- 우리 곁의 교회 박물관 산책서울대교구 성미술 담당 정웅모 에밀리오 신부가 전국 각 교구의 박물관을 직접 찾아가 깊이 잇는 글과 다양한 사진으로 전하는 이야기
- 전례와 상식으로 풀어보는 교회음악성 베네딕도 수도회 왜관수도원의 교회음악 전문가 이장규 아타나시오 신부와 교회음악의 세계로 들어가 봅니다.
- 홍성남 신부의 톡 쏘는 영성명쾌하고 논리적인 글을 통해 올바른 신앙생활에 도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