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의 권유에 의해서 나 자신의 선택으로 일단 영화관엘 들어가면 그때부터 본격적인 영화감상이 시작된다.
그런데 화면을 대하는 관람자의 태도는 피동적이거나 소극적이어서는 안되고 능동적이고 적극적이라야 한다. 말하자면 무관심하게 화면이 지나가는 것을 바라만 보고있는 관람자가 된다든지 이야기의 줄거리에만 사로잡혀서는 안된다는 것이다. 영화를 보면서 이 영화가 어떻게 만들어졌는지 관찰하면서 영화를 분석, 이치를 캐들어가는 연구가적 태도를 취해야 하는 것이다.
그러기 위해서 영화를 다음 몇가지에 유의하여 관람한다면 많은 도움이 될것이다.
첫째로는 관람하고 있는 영화가 어떤 종류의 영화인지 알아야 한다. 영화종류의 분류법은 대단히 복잡한 것이고 사람에 따라 분류법이 다르기는 하지만 여하튼 각자는 자기 나름대로 이 영화는 어떤 영화라고 지적할 수 있어야 한다.
영화 종류는 희극영화ㆍ비극영화ㆍ음악영화ㆍ애정영화ㆍ서부영화ㆍ검술영화ㆍ탐정영화ㆍ사회문제를 묘사하는 영화ㆍ심리묘사영화ㆍ역사극영화ㆍ극영화ㆍ교양영화ㆍ종교영화ㆍ논제(論題)영화 등이 있다. 어떤 영화는 간단하게 유별되지만 대다수의 영화는 한편의 영화속에 많은 종류로 구성되어 있다. 예를 들어서「비우」는 애정영화이면서도 역사영화이며 히치코크의「사이코」는 탐정영화이자 동시에 심리묘사영화이다. 펠리니의「길」은 사회문제 영화이면서 심리묘사 영화이고 또 애정영화이면서 종교영화라고까지 할 수 있는 것이다. 그리고 논제영화라고하면 어떤 문제를 두고 그것을 찬성한다든지 반대하는 이유를 전개하는 영화를 말한다. 전쟁을 반대하는 영화, 사형선고 철폐를 주장하는 영화 등은 논제영화라고 할 수 있다. 그런데 한 영화가 한꺼번에 여러가지 유에 속할때 잘된 경우가 많고 또 예술적인 영화는 그 유를 규정하기 어려운 법이다.
우리나라의 영화는 대개 분류가 간단하다. 희극영화 아니면 비극영화이고「멜로」이다.
요사이는 치고 박는 폭력영화가 많이 생산되고 있는데「멜로」나 폭력영화가 예술작품이 되기 어렵다는 것은 우리 모두가 다 아는 바이다.
둘째로는 영화의 템로를 살펴야 한다. 템포는 음악에서와 마찬가지로 느리거나 빠르다. 그런데 서양영화는 대개 템포가 빠르고 동양영화는 템포가 느리다. 일반적으로 템포가 느리면 지루하고 빠르면 덜 지루하게 보이지만 템포가 느리다고 꼭 지루하다는 법은 없다.
템포가 빨라도 얼마든지 지루한 영화가 있다. 그래서 명작이냐 타작이냐 하는 것은 템포에 관계없고 지루하다면 대개가 타작인 것은 틀림이 없으나 관람자의 수준미달로 해서 영화를 이해하지 못하고 지루한감을 느낀다고 타작이라 규정할 수는 없다.
셋째로 컷에 유의해야 하는데 컷이라면 한 장면을 촬영기로 한번 찍은것을 말한다. 컷의 길이와 템포와는 밀접한 관계가 있는데 컷이 길면 길수록 템포는 느린 법이다. 컷의 길이가 점점 짧아지는 것이 현대적 경향이기는 하나 경우에 따라서는 길게도 할 수 있는데 이런 경우에는 반드시 이유가 있어야 한다. 이번에 말썽을 빚었던「맛슈」는「템포」가 대단히 빠른 영화로서 어떤 것은 필름 2ㆍ3매로 된것도 있다. 방화로서 컷을 짧게 촬영한 것은 황혜미의「첫 경험」에서 많이 볼 수 있는데 템포는 역시 느린 편에 속하는 영화이다. 한 영화를 보고 컷에까지 관심을 두려면 적어도 두 번 이상 보아야 하는데 가능하면 컷이 최고로 긴 것이 몇 초, 짧은 것이 몇초나 되며 또 컷의 수는 얼마나 되는지 헤아려 보는 것도 영화감상에 많은 도움이 된다. 보통으로 1시간 반 되는 영화는 적어도 3백이상의 컷을 헤아릴수 있고 서부활극은 5백이상을 헤아릴수 있다. 3백이면 템포가 느리고 5백이면 빠른편이다. 방화는 2백 이하의 영화도 많다.
한 장면이 무제한으로 지루해지는 원인이 여기 있는 것이다. (계속) <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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