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2월 21일 경산본당 용성공소 안에서는 조용한 흐느낌 소리가 흘러나오고 있었다. 북받치는 설움을 참지 못해 어둠이 깔리기 시작할 때까지 제단앞에 엎디어 일어날 줄을 모르는 사람은 용성공소 회장으로 10여년간 공소발전을 위해 밤낮을 가리지않고 일해온 최태암(그레고리오ㆍ50세)씨.
최 회장은 이날 같이 일해오던 전교사가 광주모(某)학교로 취직이 되어 그를 보내고 돌아온 길이었다.
매월 쌀 1말 5되에 5천원씩의 급료밖에 주질 못하니 좋은 직장을 얻어 떠나는 전교사를 붙들 수가 없었다. 그렇다고 전교사 없이 공소가 잘될 것 같지도 않다. 공소발전을 위해 있는 힘을 다해 보았건만 모든 것이 뜻대로 되지 않으니 그저 답답하고 서러울 뿐이었다.
11년 전인 1960년 신자들에 의해 공소회장직을 맡았을때 최 회장은 평소 즐겨 마시던 술을 끊고 그돈으로 한권의 책이라도 더 사서 신자들에게 보여주겠다고 약속했다.
10년이 넘도록 이 약속을 한번도 어긴적이 없었다. 그러나 공소의 재정 형편은 별로 나아진게 없다.
한때 신자들을 설득, 1년에 쌀ㆍ보리쌀 각각 1말씩을 3년간만 모아 공소기금을 만들 계획을 세웠으나 일부 신자들의 반발로 1년만에 중단되고 말았다.
그러나 10여년을 하루같이 35개부락 구석 구석을 찾아 헤매며 신자들을 가르치고 예비자들을 이끌어왔다.
코흘리개 꼬마들까지도 그를 보면『회장님! 회장님!』하며 따른다. 이러다보니 최 회장은 말한마디 걸음걸이 하나에까지 신자로서의 모범을 보이고자 신경을 쓰지않으면 안된다.
그는 평소 신자들에게 전교는 말로써 하는 것이 아니라 모범으로 해야 한다고 역설한다.
또 최 회장은 전교를 위해 마을에 초상이 나면 모든 일을 맡아서 처리해주는 한편 가난한 사람이 출산했다는 소식을 들으면 쌀ㆍ간장을 가지고 손수 방문, 뒤를 돌봐준다.
이와같은 빈민구제 사업을 통한 전교는 좋은 성과를 보여 그동안 5백여명의 영세자를 내어 교세를 크게 확장했다.
곧은 성품의 최 회장은 마을 젊은이들의 문란한 이성교제를 용서하지 않는다.
불량(不良) 10대들의 불장난 소문을 듣거나 목격하면 그냥 두지 못하는 성미다.
이들을 집에 데려다 타이르기도 하고 호되게 기합도 준다.
신자들에게 뿐만아니라 온 마을 사람들로부터 두터운 신망과 존경을 받고있는 최 회장은 용성면내「앞서가는 농가」회장직도 맡고 비료판매제도의 개선 등 농민의 의사를 행정당국에 반영하는데도 앞장서고 있다.
또 부락안의 좁은 길들을 넓히고 새길을 만들어 보다 살기좋은 마을을 재건할 계획을 세웠으나 보수적인 농민들의 반발에 부딪쳐 설계까지 만들어 놓은 마을 재건계획이 좌절된 적도있다.
현재 한창 진행중인 농지정리위원 및 환지정리위원이란 중책을 맡고 잡음을 막기 위해 동분서주하고 있다.
평소 지역사회 개발을 위한 그의 노력은 정부에도 알려져 68년 8월 15일 내무부 장관 표창을 받기도 했다.
지난 연말 10여년간을 맡아오던 회장직을 떠나 후원자로서 뒤를 밀어주겠다고 사의를 표했으나 신자들로부터 다시 회장에 추대되어 계속 일을 보고있다.
『회장직을 맡고 있는 동안 논 몇마지기라도 구입, 전교사 급료문제를 해결해놓고 이 자리를 떠나는 것이 유일한 꿈』이라고 최 회장은 앞으로의 계획을 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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