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금은 많은 발전을 가져왔지만 부산에서 우암동(적기)이라면 6ㆍ25 직후 피난민들이 마을을 이룬 곳이라 빈촌으로 알려져 있다.
우암동 뱃머리에서 한독여자실업학교로 올라가는 삼거리에서 오른쪽 2평 남짓한 창고 같은「바라크」가 하나 서있다. 오후 6시만 되면『AㆍBㆍCㆍD. . . 』학생들의 우렁찬 복창소리가 이곳을 지나는 행인들의 발걸음을 멈추게 하곤 한다. 지도처럼 낡아떨어진 흑판앞에서 열심히 학생들을 가르치고있는 사람이 이 우암동 고등공민학교 산모역할을 한 교감 박노익(안젤로=37세)씨다. 돈이 없거나 진학의 기회를 잃고 방황하는 불우아동 구제를 목적으로 박씨가 이 학교를 설립하게 된 동기는 1958년 5월 당시 동항고등공민학교 교사로 있던 이형규(현재 우암동 고등공민학교 교장)씨가 박노익씨 집에 동생 관계로 가정방문을 왔을때 이 선생으로부터 감화를 받고 자신이 비록 가난하지만 남을 위해 보람있는 일을 해볼 결심을 했다. 그길로 지금은 고인이 된 박운병(요셉=당시 동항천주교 회장)씨를 찾아가 협조를 호소, 지금의 대지와 건물을 제공받는데 성공했다. 즉시 우암동 일대 신문팔이 구두닦이 식모살이를 하는 아동 40여명을 모아놓고 가르쳐보려고 하니 흑판도 없고 책상도 없엇다. 이웃사람들과 친지들은 모두 미친놈이라고 했다. 그러나 모든 역경을 용기로서 밀고 나갔다. 교단은 흙으로 만들고 낡은 흑판을 걸고 가르치기 시작했다.
이 광경을 본 민화약국 주인 민석함씨는 볼펜을 제공해주었고 많은 독지가들이 원조해주기 시작했다. 선생들은 봉사하고 학생들은 자치운영을 하는 생활이 시작됐다. 이렇게 하여 이 학교는 날로 성장, 배출된 학생수는 무려 8백여 명이나 된다『사회의 낙오자가 되었을지도 모를 사람들이 학교나 직장에서 늠름한 사회인으로 활약하고 있는 것을 볼 때 가장 보람을 느낍니다』라고 이씨와 박씨는 한결같이 말한다.
15년을 하루같이 보내면서 어려웠던 일도 한두가지가 아니었다고. 비만 오면 빗물이 새어 이구석 저구석으로 밀려다니며 가르쳐야만 했고 불우한 환경에 놓여있는 학생들을 가르치다 보니 어려운 형편도 도와줘야할 경우가 가슴아팠다는 것이다. 방학 때면 선생들의 호주머니를 털어 구두 등도 사주고 아이스케키 장사도 시켰다.
그러나 이러한 괴로움도「스승의 날」이나 야유희때 수백명의 학생들이 몰려와 위로의 잔치를 베풀어주면 1년 내내쌓였던 피로가 사라져 버린다는 것이다.
同고등공민학교 졸업생으로 이 잔치에 참석했던 금년도 부산대학 경영학과를 졸업한 서윤오군과 시내 모 중고등학교 교사로 있는 최홍자씨는『우리에게 빛을 주고 희망을 준 선생님들의 은혜는 일생을 두고 잊지 못할것입니다. 우리도 이런 정신을 이어받아 사회에 보람있는 일꾼이 되겠습니다. 』라고 다짐하고 있었다.
이 학교의 특징이라면 교리가 필수(?)과목이며 지금은 교사 손흥종 서영은 김순수 장용만(장로교) 송미카엘 등 모두가 크리스찬들이며 복잡한 금전문제가 없으므로 운영상에 불화가 없는 것이 자랑꺼리라는 것이다
이젠 제법 틀도 잡혔으나 정식인가가 없어 학생들이 공식적인 입학을 못하고 있는 것이 에로점이라고 하면서 학교를 다른곳으로 옮겨 시설을 확장, 본격적인 불우아동 구제학교를 설립할 계획을 서두르고 있다.
이형규 교장도 처음엔 신자가 아니었지만 그 후 영세를 받아 지금은 통합성교회 사목활동을 돕고 있으며 박노익씨는 성당 총무로서 두사람은 언제나 단결하며 모든 어려운 일을 해결해 나간다. 박씨는 지난 7월 남부경찰 서장으로부터 지역사회에 이바지한 공으로 감사장을 받기도 했다. 비록 다 낡은 교실, 다 떨어진 벽이지만 십자고상 하나만은 뚜렷하게 걸려있어 이들의 갸륵한 노력에 사랑과 희망과 보람을 한마디로 말해주고 있었다. <秀>
▲고침
3월 21일자 759호 3면「교회의 숨은 일꾼」란 중「학생수 8백」은「배출된 학생수 8백」의 잘못이었기에 바로잡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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