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본당 사업들』본당 신부는 생각에 잠기어 낮은 소리로 계속한다.
『본당, 본당 사업들…무슨 수단을 써서라도 그것을 유지해야지…유지해야지…』
『본당 신부님, 돈 얘기는 그만둡시다. 다만 본당의 젊은이들이 우리 일을 좀 도와줄 수 있을까요?』
『파업가족들의 보호자 역할을 하라고?』
『그 가족들은 애들도 아니고 늙은이도 아닙니다. 다만 우리 일을 도와주는 거지요』
『당신 지휘하에? (피에르는 그렇다고 대답한다. 본당 신부의 이마가 찌프러지더니) 좋소 승락하겠소.』
그는 양심의 가책을 벗어난듯 했다.
이제 그는 미소를 짓고 피에르의 얼굴에선 미소가 사라졌다. 피에르는 제라르 신부를 생각하고 있었다.
『또 친구들과 귀찮은 일이 생기거나 본당 신부와 갈등이 생기는게 아닌지 모르겠다. 아! 난 필요했어…아니야, 특히 이분에게 이것이 필요한거야.』
파업은 이십일이나 계속되고 있다. 그런데 상태는 악화될 뿐이다. 공장주들은 협상에 앞서 우선 파업을 중지하고 일을 시작하길 요구해왔다. 노동자들은 이 함정을 거부했다. 그들은 파업을 계속할 수는 있으나 일단 중단했다. 다시 시작할 힘은 없다는 것을 스스로 잘 알고 있었다. 공장주들도 그 점을 모르는바 아니다.
이 모욕적이고 부당한 요구는 시기를 잘 타고 나왔다.
부인들의 불안한 심정, 정부 측의 초조감과 때를 맞춘 것이다. 파리 회담을 앞두고 정부는 이 파업의 악영향을 염려하였다. 분규를 수습할 힘은 없으나 질서보다는 오히려 평온을 바라는 정부는 기업주들 측에서 어떤 의미로든간에 한발 내디딘 것을 다행으로 생각하였다.
노동자들은 이런 정부의 태도에는 별로 신경을 쓰지 않았으나, 집안에서 싸워야 하는데는 손을 들지 않을 수 없었다. 사회보장제도의 사무원들까지 맹목적인 파업을 하는 바람에 많은 가족들이 의료비의 보상을 받지 못하게 되었다. 영양실조에 걸린 어린애들이 병들어 눕게되고 늙은 이들이 시들어갔다. 의사들은 모두 외상으로 치교하고 견본으로 나온 약품까지 다 써버렸다. 아이들이 창백해지는 것을 바라보는 어머니들은 그 이상 참을수 없었다. 배반당하고 무력한 노동자들은 외로워졌다.
동조회는 노력을 배가했다. 마드레느는 피로에 지쳐 종이장같이 창백한 얼굴에 여전히 미소를 머금고 있었다. 루이는 하도 심히 말라서 안경이 자꾸 벗겨졌다. 기진맥진한 모습이 무척 초라해 보였다.
피에르는 이 때까지 거절해오던 돈을 하는 수 없이 받지않을 수 없었다.
마리ㆍ조세 수녀가 주더라는 구실로 스잔느가 내미는 돈, 또 문제의 헛간주인집 아들이 주는 돈, 심지어 어린 드니즈가 말 한마디없이 내미는 돈을 받았다.
어느날 쟈꼬가-만육천프랑을 그에게 가져왔다.
『자전거를 팔았어』
『그 새 자전거를?』
『그렇지 않으면 내가 자전거를 반타스쯤 가지고 있는줄 알았나?』
『시끄러워! 이젠 끝난 일이니까 더 말하지 말게』
이 돈은 방세를 위해 떼놓았다. 만일 한달후 집주인이 셋꾼들을 내쫓게 되면 일은 틀리는 것이다. 집주인 발다르씨에게 지불연기를 간청하러 간 피에르에게 주인은 얼굴이 싯벌게져서 고함을 쳤다.
『물론 물론, 외상으로 하구말구! 다방에서 한푼도 벌지 못할뿐 아니라 돈마저 설합에서 사라진단 말이오. 그렇소 이 설합에서!』
피에르는 안색이 변했다.
『나중에 다시 얘시합시다. 발다르씨 잠깐 실례…』
그는 급히 드니즈를 찾으러 나섰다. 소녀는 공원에서 에띠엔느와 루이의 고양이와 함께 있었다.
『드니즈, 네가 준 돈은 아버지 설합에서 꺼내온거니?…대답해봐 훔친거야? 그 돈은 네가 훔친거지?』
소녀는 대답 대신 고개를 푹 숙이고 입술을 꼭 깨문채 한발로 몸의 균형을 잡는 시늉을 하고 있다. 에띠엔느가 그녀의 뺨을 후려갈기는 바람에 소녀는 비틀거렸다.
『신부님한테 대답 안하겠어?』
『에띠엔느, 너 미쳤나!』
피에르는 울음을 터뜨리는 소녀를 두팔로 감쌌다.
『모두…나만 욕하구! 난… 나…이젠 못하겠단 말이야!… 그럼 뭐, 설합에서 꺼냈지 뭐, 그 돈이 어디서 나와…』
『그런 짓은 안되는거야.』
피에르는 손수건을 꺼냈다.
『내가 알아차려야 했을텐데! 자, 코를 풀어! 그런 짓은 하면 안되는거다 응?』
『아빠는 돈이 많단 말이야. 그런데 다른사람들은 한푼도 없구!』
『그야 그렇지만 그렇다고 훔쳐내선 안되지.』
코를 풀었는데 또 다시 눈물이 흐르기 시작한다.
『모두 나만 욕을 한단 말이야! 난… 난…』
『뭐야, 드니즈? 자, 코를 풀고!』
『내가 야단을 쳤더니 그래요.』
에띠엔느가 주머니에 손을 찌르며 시무룩하게 한마디 던진다『계집애들은 별별 얘기를 다해요! 그 애가 글쎄 아흐메드한테 가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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