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월 순교자성월을 맞이했다. 본보는 순교자성월 특집으로 4차례에 걸쳐 서울을 비롯, 전국의 묻혀지고 잊혀진 성지를 순례하는 마음으로 찾아가기로 했다. 자칫 잊혀지기 쉬운 성지를 소개함으로써 순교자와 성지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기를 기대해본다. 순교자의 삶과 신앙이 오늘을 사는 우리들의 일상에 거듭나기를 바라는 마음으로 … .<편집자註>
서울특별시 마포구 신수동 1번지 서강대학교에 자리 잡은 자그마한 산. 「노고산」.
외국인으로 이국땅에서 선교하다 1839년 기해박해 때 새남터에서 순교한 앵베르 주교ㆍ모방 신부ㆍ샤스땅 신부의 유해가 가매장되었던 곳이다.
성지개발과 순교자신앙이 강조되면서 성지순례의 중요한성이 대두되는데도 불구 도심 한가운데에 위치한 성지에 대한 무관심으로 「노고산」이 성지임을 인지하는 신자들이 많지 않다는 것이 안타까움을 던져둔다.
가지가 노고산을 찾은 때는 새 학기 시작준비로 캠퍼스가 활기를 얻은 8월말 오후, 노고산에는 담소를 나누거나 책을 읽는 학생들의 모습이 눈에 띄었다.
친구와 함께 곧잘 노고산에 오른다는 서강대 학생 김진석군은 『노고산이 천주교 관련 성지라는 말은 들어본 적이 없다』고 말했다.
더욱이 이곳이 순교성인들의 유해를 묻은 피로 물든 땅이라는 것을 나타내는 표지판이나 안내문조차 마련되어있지 않아 안타까웠다.
노고산등성이에 오르니 멀리 한강 모랫벌이 바라다보여 막연하게나마 저곳에서 참수당한 시신을 거두어 이곳에 묻는 장면을 상상하게 되었다.
기록에 의하면 노고산은 세 분 순교자가 1843년 삼성산으로 옮기기 전까지 묻혔던 곳이며 1866년 전장운 성인도 잠시 묻혔던 곳으로 되어있다.
그러나 용산 근처의 「왜고개」도 앵베르 주교와 모방 신부ㆍ샤스땅 신부가 암매장되었다는 기록도 있어 전문적인 교회사적인 연구가 필요하다.
최근 교회사가들은 새남터에서 군문효수형을 당한 순교자들의 시신을 바로 왜고개로 거두기가 어렵고 새남터에서 가까운 산(노고산)에 가매장했다가 뒷날 왜고개에 이장했을 가능성이 높다는데 의견을 모으고 있다.
노고산에 이어 순교자들의 유해가 33년간 묻힌 왜고개는 용산우체국 뒤편으로 현재 육군본부성당이 들어서있다.
「왔고개」「왜아고개」라고 불렸던 이곳은 기와(瓦)와 벽돌을 구워냈던 곳으로 당시 명동성당과 중림동성당 건축시 사용되었던 벽돌도 공급했다고 한다.
특히 이속 왜고개는 병인박해 때 서소문밖에서 참수당한 최형과 남종삼 성인이 묻혔던 곳이다.
81년 11일 김계춘 군종차감의 지휘로 순교자들이 묻혔던 곳으로 보이는 성지에 성당이 세워질 수 있었던 것은 뜻 깊은 일이다.
자칫 묻혀지기 쉬운 성지에 성당이 세워짐으로 보존될 수 있음은 매우 다행한 일이 아닐 수 없었다.
그렇지만 현재 육군본부성당자리인 이 왜고개가 우리 순교성인이 묻혔던 곳임을 일깨우는 표시가 어느 곳에도 없어 다시 한 번 아쉬움을 주었다.
용산에 산다는 신자 구정희씨는 『예비자교리 중에 순교성인들에 관해 배웠지만 가까이에 성지가 있는지조차 몰랐다』고 밝혔다.
대대적인 성역화 작업도 중요하겠지만 적어도 백여 년 전 신앙을 지키다 순교한 선열들의 신앙과 삶을 기억하는 자리임을 알리는 안내판 하나를 마련, 신앙적 자각을 주는 작업들이 이루어졌으면 하는 바람이 일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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