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선이의 흡연문제로 진선이 어머니와 첫 대좌를 했을 때 세련된 달변에 압도당하고 말았다. 진선이의 두 오빠는 일류 대학을 다니고 있고 행동이 방정하다. 물론 담배 같은 건 절대 피우지 않는다는 것이다. 『애들 아버지도 담배를 끊은 후로 집안에는 재떨이도 아예 치
그럼에도 불구하고 진선이는 흡연학생이었고 우리들은 적극적인 지도에 나서야만 했다.
하루에 거의 한 갑을 피우므로 매 시간마다 끝 종이 나면 십분 휴식시간을 이용한다고 고백했을 때 난감할 뿐이었다. 뾰족한 방법이 없었다.
진선이는 집에서도 제 방문을 안으로 잠그고 피운다. 그런데 어머니는 모른다고만 반복했다. 딱한 일이었다.
담배를 피우는 친구들끼리 모여서 놀고 몰려다니자니, 이성친구도 어울렸다. 학업성적은 부진해서 진학은 어려운 지경까지 이르렀다. 반성문이 아무소용이 없다는 걸 진선이도 나도 너무나 잘 알고 있었다.
『진선아, 되도록 혼자 있는 시간을 갖지 않도록 하고 어머니와 함께 지내봐라』
상담할 때면 이런 소극적인 방법을 말해줄 뿐 휴학이라도 권해서 입원치료를 권유할 수가 없었다. 그것은 미온적인 어머니 때문이었다. 가정적인 문제가 전혀 없으므로 아이를 단속하면 나쁜 친구들과 어울리지 않게 된다는 거였다. 진학준비 때문에 아이를 적당히 어루만지겠다는 얘기로 막고 나섰었다. 방학을 이용해서 의사의 도움을 받는 게 어떻겠느냐는 최종적인 기회를 제안한 내게 노골적으로 분노를 보였다.
진선이 어머니는 직업을 갖고 있지 않았지만 너무나 바쁜 분이었다. 볼일 중에 큰 비중을 차지하는 게 교회부녀회 일이었다.
회장님이었다. 행사 때면 활기찬 걸음이 부산해지기 시작하는 것이다. 집에 손님을 초대해서 음식장만 하랴 정신없이 바쁘다.
1학기말 고사가 시작 외었는데 어머니는 교회일로 집을 자주 비우게 되었을 때 지선이가 학교에서 사고를 냈다.
친구와의 말다툼 끝에 손으로 복도 창문을 깼다. 붕대를 감고 내게 찾아 왔을 때, 나는 절망감 같은걸 뼈아프게 느꼈다 진선이는 자꾸만 빗나가고 있는데도 내 앞에서 어머니는 많이 좋아져 간다고 천연스럽게 말했다.
한 학기가 끝나고 여름방학이 되자 진선이는 학습이 허용되는○○○농장에 갔다. 어머니가 드디어 생각을 바꾸기로 했던 것이다. 병원에는 차마 보내기 싫어서 담임선생님께 의논을 드리고 보내게 되었던 것이다. 고구마로 끼니를 때우고 노동하는 현장에서 많은 걸 깨달았다는 편지를 보내왔다. 긴 편지였다. 자신의 생활이 결코 정의롭지 못하다고 썼다. 금연 결심은 없었으나 그 편지는 감동적이었다. 섬세한 성격인 진선이 다운 편지였다. 급격한 변화였다.
진학에 실패했을 때도 진선이는 당연한 결과라고 스스로 받아들였다. 재수하기 위해 학원을 다니는 일이 결코 쉽지 않았다. 학교에 있을 때보다 훨씬 자유롭기 때문이었다. 진선이 친구들은 대학을 포기한 아이들이 몇 생겼다. 그러나 진선이는 흔들리지 않았다. 진선이는 담배까지 깨끗하게 끊지는 못했지만 삶은 찾기 시작했다. 청소년의 경우 흡연의 습관성은 의지만으로는 잘되지 않는다.
「그 어머니에 그 딸」에서 「쓰레기통에서 피어난 장미」로 승화되는 날도 멀지 않기를 바라는 마음 간절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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