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의 대목 이혼에 관한 율법은 구약시대의 율법을 보완하는 것이 아니고 폐기시킨 다음 율법이전 하느님의 창조이념으로 되돌려 놓는 대목이다. 이혼 운운은 십계명 속에 들어있지 않기 때문이다.

구약율법에는 무엇이든 이유만 닿기만 하면 여자를 내몰 수 있었고 그때에는 이혼장을 써주라고 하였다. 이법은 구약의 율법역사서라고 할 수 있는 신명기에 있다 (24, 1~4). 귀향살이에서 탈출하면서 퇴폐되었던 헤브리아인들에게는 결혼을 일종의 매매계약으로 쳤고 여자는 남자의 소유물이 되어 여자는 재산 소유권이 없었고 상속권도 없었다. 이혼권은 여자에게는 물론 없었다. 그렇다고 해서 남자가 여자를 다시 팔수는 없었다. 다만 여자의 부정한 율법위반이 있을 때 이혼을 할 수 있었다.

예수께서는 이 퇴폐되었던 혼인법을 폐기시키고 원초의 하느님의 남녀결합의 근본이념을 복권시키신 것이다. 『누구든지 자기 아내를 버리면 그 여자를 간음하게 하는 것이고 그 여자와 결혼한 사람도 간음하는 것이다』그러므로 『사람을 남자와 여자로 만드셨으니 남자는 제 아내와 합하여 한 몸을 이루는 것이다』. 이 말씀으로 예수께서는 결혼의 불가해소성과 남자든 여자든 결혼한 몸으로 동등이라는 것을 가르치셨고 이 가르침은 세기를 통하여 인간사회에 인권존중의 원칙이 되었다.

하느님이 맺어주신 것을 사람이 풀지 못한다는 말씀은 하느님이법이며 자연법이다. 이 가르침을 이어받은 가톨릭교회는 그 후부터 오늘날까지 결혼의 신성불가침성을 수호해왔고 이혼이 성행하고 일반적으로 당연시하는 현대사회에서도 오직 가톨릭교회만이 고집스러우리만큼 결혼의 불가해소성을 수호해왔고 결혼의 법적보호에 아성이 되어왔다(교회법1056조) 사도 바오로도 주님의 혼인불가해소 교설을 강조하였고(로마7, 2이하 : 고린 전7, 10~14), 에페소서에서는 그리스도교적 결혼을 그리스도와 교회의 일치와 비기면서 영성적으로 해석하였다(5, 22~33).

사도 바오로는 혼인생활의 일치성을 강조하면서 사도 베드로와 마찬가지로(베드 전3, 1~7) 남편의 집안유지의무와 생활의 동반자인 아내에 대한 사랑을 강조하기도 하였다 (고전전7, 3이하). 사도 바오로가 허용하는 이혼사유의 유일한 예외는 신자와 비신자와의 결혼일 경우 비신자가 신앙을 거부할 경우를 들었다(고린 전7, 15). 이 예외조항을 「바오로특전」또는 「신앙특전」이라 하여 교회의 윤리신학이 이를 계발하였고 교회의 혼인법에도 명시 되어있다(교법1143~1147조:1608조).

신약성서에서 이혼금지법은 단호하다. 마르꼬복음서가 그렇고 루가복음서도 마찬가지이다. 그리고 초대교회의 가정 윤리는 결혼의 불가해소를 관행으로 하여 후세에 물려주었다. 그런데 이혼을 철저히 금지한 마태오복음서에서 문제를 일으키고 있다

그것은 「음행한 까닭 외에」라는 단서가 붙어있는 점이다. 이것을 학자들은 「마태오단서」라고 하거니와 결혼의 불가해소성을 위에서 강조하면서 왜 이런 단서를 붙였을까.

이런 의문이 큰 만큼 학자들의 해석도 분분하다. 봉시르뱅이라는 성서학자의 의견은 음행을 내면의 처라는 뜻으로 읽는다. 공동번역에도 이 뜻으로 가톨릭주를 달았다. 그러나 이 해석은 너무 멀게 해석한 듯하다. 개신교에서는 말 그대로 음행의 경우 이혼사유가 된다고 해석한다. 만일 그렇다면 이혼금지는 하나마나이다. 이 문제를 예수께서 말씀하실 때의 상황에서 다시 생각하자는 해석이 또 하나 있다.

우선 마태오는 마르꼬복음서를 원본자료로 삼았다. 이혼을 예외 없이 금지하는 마르꼬복음서를 옳기면서 마태오는 유대아인들의 이혼논쟁을 생각하였다. 논쟁의 발단은 신명기 24, 1절의 『무엇인가 수치스러운 일이 있어서』라는 애매한 표현에서 시작되었다. 예수시대에 이 말마디의 해석을 놓고 힐렐파와 샴마이파로 갈려져 있었다. 힐렐은 이 귀절을 「어떤 이유로든」으로 해석하여 보기 싫다든지, 심지어는 음식을 잘못하는 것까지 이혼사유로 간주하였고, 샴마이는 「간음의 경우」에만 이혼을 허락하였다.

파리사이인들이 예수께 던진 질문은 바로 이 두 파의 주장중 어느 편이냐고 물었던 것이다. 문제의 마태오단서는 이 물음에 대한 예수님의 대답이었다. 그래서 『나더러 굳이 편을 들라면 나는 샴마이 편이다. 그러니 음행한 까닭 외에…』라고 대답하신 것이다. 사실 이단서는 불이나마나 한 조항이었다. 이혼하고 싶으면 음행을 저지르면 될 테니까 말이다. 왜냐하면 당시에 음행한 여자는 이혼이 아니라 사형감이었기 때문이다.

마태오는 이 예외조항을 붙이면서 이혼사유의 예외조항으로 쓰지 않고 샴마이파의 주장을 인용하는 뜻으로 썼다. 그리고 그 단서에 별로 신경을 쓰지 않았다. 음행이란 말의 그리스어는 포르네이아이고 간음이란 말의 그리스어는 모이케이아이다.

그런데 이 두 말의 차이는 실제로 구별이 되지 않는다. 그렇다면 음행을 간음으로 바꾸어 『간음한 경우 외에 아내를 버리면 그 여자를 간음케 한다』라는 말은 말이 되지 않는다.

성서에 대한 학자들의 해석이야 어떻든 사도교회때부터 오늘에 이르기까지 교회는 마태오단서를 이혼사유로 허락한 적은 없다. 현대사외에서 이혼금지 때문에 오히려 고통스러운 인생을 보내는 개인도 많겠지만 만일 예수께서 혼인보호법을 제정해주시지 않았다면 이 사회는 어떻게 되었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