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가톨릭 교리연구소의 현석호씨와 정릉본당 한동연 총회장으로부터 성북구 정릉2동 속칭 배발골에 숨은 일군이 있다는 말을 듣고 배발골 산중턱에 늘어선 시민아파트를 찾아나섰다. 숨은 일군이 4동에 사는줄 알았던 기자가 맨 먼저 만난 주민을 붙잡고「보나 반장」몇호에 사느냐고 물었더니 저쪽 3동 4층 4호실이라고 금방 일러준다. 바로 옆방에 누가 사는지 모르기가 일쑤인 아파트촌인데…어지간히 알려진 인물인 모양이다.
거무스레한 얼굴에 건장한 모습 카랑카랑한 목소리가 인상적인 보나 반장은 낯선 방문객이 기자임을 알자, 모든 숨을 일군들이 그러하듯 기자의 유도질문에 아랑곳없이 자기개인의 업적은 쑥 빼버리고 잡담(?)으로 일관했다. 주위에서 몰래 귀띰해주는걸 종합해보면 미아리본당과 정릉본당 신자들 간에「보나 반장」「동정녀 반장」으로 널리 알려진 그녀의 속명은 김금원, 1933년생이니까 만 38세다. 17세때 한 학자 집안에서 부모의 반대를 뿌리치고 영세입교한 보나 반장의 일생은 몸과 마음과 재산을 온통 교회에 바친 생활 바로 그것이었다. 영세 후 동정을 지키며 봉사할 것을 하느님께 맹세한 보나 반장은 효성도 지극하여 오랫동안 병고에 신음하는 부모를 극진히 간호한 것이 사회에 알려져 1954년에는 서울시로부터 효녀상까지 받았고 완고하던 부모도 딸의 열성에 감복하여 개종하고 선종했다. 보나 반장은 부모와 동생들의 뒷바라지에 못지않게 본당 신자들을 돕는데도 남달리 열성적이다. 본당 구내 환자들의 식성까지 알 정도란다. 한시도 가만히 있지 못하는 그녀는 본당내의 궂은 일 귀찮은 일을 도맡아 하면서 그녀의 손길을 필요로 하는 신자가정을 자주 방문하는걸 보고 어떤 미신자는「돈놀이 하는 사람」인 줄로 오해하고 돈을 빌리러온 적도 있었단다. 현재 정릉본당의 레지오단장인 이 루치아 여사와 손을 잡으면 안되는 일이 없고 본당 현황을 훤히 파악하고 있어「척척박사」로 통하기도 한단다. 미아리 성당을 지을땐 얼마 안되는 재산 전부를 교회에 바쳤는데 얼마 안가서 또 그만한 재산이 생겼다는 소문이다.
손재주가 뛰어난 그녀는 기름장사ㆍ조화(造花)만들기ㆍ인형제작ㆍ뜨게질 등으로 부지런히 벌고 부지런히 기도하며 개인생활 전체를 알뜰히 천주께 바치는「남들이 도저히 이해할수 없는 삶」을 살고 있단다. 보나 반장의 손 재주와 열성은 지난 9월「정릉성당 건립기금 보태기」운동으로 베푼 바자회에서 십분 발휘되었다.
「아이디어」에 따라 보나 반장이 주동이 되어 본당 성모회원들과 함께 3월부터 6개월에 걸쳐 바자회에 출품할 상품을 전부 손수 만들었다. 찌는듯한 삼복더위에『돈을 받고 하라해도 못할 일을』밤새워 해내면서 신앙심이 얼마나 무서운걸 알았고 기쁜맘으로 협력하는 정신도 무섭게 일었단다. 바자회로 거둔 신자들 상호간의 친목과 형제애와 신앙심을 돋군 것이 더 큰수확이라고 보나 반장은 힘주어 강조한다. 보나 반장은 요즘 정릉본당의 매주팔기 운동에도 적극 참여하고 있다. 무주 구천동 맑은 물로 빚은 메주 1백10가마를 머리에 이고 다니며 배발골 아파트촌에는 물론 이웃본당에까지 원정판매를 벌이고 있다.
성당은 짓겠다는 일념에서다. 일을 하다보면 냉랭한 신자들의 비협력에 실망하다가도 레지오 교본에서 가르치는「겸손」을 상기하고 위안을 받는다는 보나 반장은 부정부패가 만연된 사회를 개학하는데 교회가 앞장서고, 메마른 사회에 윤택한 무엇을 던져주는 신자가 돼야 전교가 된다고 억양을 높였다. 보나 반장은 이어 교회가「가르치는 사명」을 너무 등한시하고 있다고 지적, 교회의 교도권이 교회 내외에 널리 미치지 못함을 아쉬워하면서 신자들이 사회를 좀 알아서 교회가 사회에 봉사할 수 있는 분위기를 구성해 줬으면 좋겠다고 덧붙였다. (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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