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럼 내가 말한 그 주소에 나중에 차를 찾으러 오시오. 』
피에르는 운전대에 올라앉아 발동을 걸었다. 그들은 루이를 차안에 눕히고 끼어앉았다. 멀어져가는 그들 귀에 운전수의 외치는 소리가 들려왔다.
『아니, 이런 법이? 여보시오, 여보시오…』
『아듀!』
× × ×
의사는 마지못해 붕대를 감았다.
『이 친군 이제 틀렸소』
그러나 루이는 아직 정신을 잃지 않았다. 친구들 얼굴을 알아보기까지 했다.
피에르의 목메인 소리가 들렸다.
『이 친구야, 내 말 좀 들어주게. 고백성사를 봐요!』
『내 상태가 그렇게 나쁘단 말인가?』
『별로 좋진않지만 그 때문엔 아닐세. 자 루이는 크리스챤이지? 하느님을 믿지?』
『난 성 토마스밖엔 안믿어 그것도 내눈으로 볼 때 말이지!』
『아, 미사드릴 시간이군. 루이를 위해 미사를 드리겠네』
『내가 도망갈 수 없는 것을 노리고 하는 짓이지 하하?. . . 마드레느 마늘 좀 줘…아이구…』
얼굴이 무섭게 찡그러지더니 조금씩 조금씩 퍼져갔다. 마치 배가 지나간 뒤의 물처럼. 늙은 루이는 제정신을 잃었다.
그리고 스페인말로 헛소리를 하기 시작했다. 알 수 없는 질문도 하고 사람의 이름도 부르고 욕도 하고 했다. 그의 손이 허공을 저으며 어린이 노래를 부르기도 했다.
『죠세를 데려 오겠어. 스페인 말을 알테니까』
쟝이 일어나려고 하는 것을 피에르가 말렸다.
『그만둬. 루이는 자기 비밀을 지켜야 해』
피에르는 루이에게 죄를 사해주었다.
『여러분 덧문을 닫으시오! 이제부터 미사를 드릴테니』
그 자리에 모인 사람이 열두명이었다.
바로 성주간이라 피에르는 자줏빛 제의를 입었다.
『하루종일 원수들은 나를 짓밟았나니 그들의 숫자는 많았으며…』
마드레느는 옆방에서 신음하는 늙은 루이의 두 손을 꼭 잡고 있었다.
『이 애를 이리 내놔!. . . 내 아이다!. . . 』
루이의 헛소리가 간간이 피에르의 기도소리에 뒤섞여 들려온다.
『예수께서 말씀하시길 목마른 자는 내게 와서 마실것이니…』
갑자기 바깥문을 두드리는 소리가 거칠게 들려왔다.
피에르는 섬짓했다.
『움직이지 마시오!』
문쪽으로 걸어가려는 쟝에게 일렀다.
덧문 두드리는 소리가 더욱 요란하게 들려왔다.
『그들이 왔소. 방쪽의 문은 닫고 밖으로 향한 문을 열어놓이시오. 그리고 모두 큰소리로 나와 함께 기도합시다! 천주여, 우리를 구하소서!. . . 천주여, 우리를 구하소서…』
문을 부수는 소리가났다. 낡은 문은 무너졌다.
『경찰이다! 문을 열어라, 안 열면…』
맥없이 넘어가는 문 앞에 경관들은 잠잠해졌다. 그 중 한사람이 부하에게 명령을 내렸다.
『여기들 남아있어. 베르자보, 나하고 함께 들어가자. 』
그들은 문간에 우뚝 섰다.
『우리는 찾는 사람이 있어서…』
『스스로 자원하신 수난이 다가오자 그리스도께서는 빵을 드시고 사례하신후 당신 제자들에게 나누어 주시며 말씀하셨나이다…』
열두사람은 모두 무릎을 꿇었다. 피에르는 성체를 높이 들었다. 두 경관은 서로 얼굴을 마주보았다. 한 사람은 슬그머니 모자를 벗었다. 옆방에서 스페인 말이 몇마디 들려왔다. 미사를 드리던 친구들은 어느결에 성모경을 필요 이상 큰소리로 외우기 시작했다.
마침내 피에르가 미사를 마치고 돌아섰다. 그의 두눈에는 눈물이 가득 고여 있었다. 경관이 물었다.
『우리는 루이라는 가명을 가진 파브로 코데로를 찾습니다』
『여기 있어요』
마드레느가 문을 활짝 열었다. 루이의 앙상한 얼굴이 미소짓고 있는듯 했다. 두 손이 얌전하게 이불위에 놓여있었다. 피에르는 늙은이의 손가락 한 매듭이 없는 것을 보았다. 어렸을때 보던 아버지 친구인 광부 끄레망이 생각났다. 바로 그날 저녁이었다.
어린 자기가 이 길을 택하기로 한 것이….
『그런데 이 사람은 살아있지 않소?』
『죽었어요. 이젠 데려가도 좋습니다』
마드레느의 대답에 경관은 안도의 빛을 보였다.
『그렇다면 이 일은 우리 소관이 아니오. 안녕히 계시오』
출발 ⑨
그들은 무엇을 잊어버리고 온 사람 모양 허전한 마음을 안고 공동묘지 문을 나섰다. 에띠엔느가 낮은소리로 속삭였다.
『피에르 신부님, 언제 시골에 데려가 주겠어요? 약속했지 않아요』
『곧 데려가주지』
『저 소릴 들어봐!』
갑자기 소년은 걸음을 멈추고 귀를 기울렸다.
『가엾은 우리 이젠 새우는 소리도 못듣겠지요!』
에띠엔느의 목소리가 떨렸다. 이제 겨우 죽음이라는 것이 무엇이라는 것을 깨달은 모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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