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후, 피에르는 소위「공원」이라는 빈터를 지나가는데 목요일에 모인 친구들이 땅을 측정하고 있는 것을 발견했다.
피에르를 보자 그들은 자와 연필을 황급히 주머니속에 감춰버렸다.
『안녕들 하시오! 뭘하고 있는거요?』
『후에 얘기하려고 했는데…』
『무슨 후에?』
『다 재고난 후에. 이 터 문제는 구청하고 얘기가 되서 해결이 될 것 같소. 건축은 친구들하고 우리 손으로 하지 뭐. 』
『뭘 짓는데 말이오?』
『모든 친구들이 올 수 있는 교회를. 』
피에르는 숨이 꽉 막혔다.
이들 얼굴에서 신앙을 보았다. 그의 손으로 이룬 신앙을…. 한참 후에야 본당신부 생각이 났다. 그는 애써 농담으로 돌리려했다.
『여기 본당이 자네들이 다 들어가지 못할만큼 작단 말이오?』
『거기는 내 집 같지 않거든. 』
『아니, 그런 말이 어디있소. 어디서나 하느님 집에 있는거요. 누구나 들어갈 수 있는 데지…』
『그럼 자넨 우리가 교회를 짓는걸 반대할 셈인가?』
『아니 아니 그러나 좀 생각을 해봐야지…자 난 가겠소!』
피에르는 막다른 골목동네로 향하며 그 일을 생각하지 않으려고 애쓴다. 선택해야 할 순간 그 고민이 바로 이런 것이던가? 그래 약혼시절은 벌써 끝났단 말인가?…
『베르나르처럼 심사숙고하기 시작하면 난 망하는거다. 계획없이!…두고보지!…지금 당장은 다른 일이 있어…』
그는 마지막으로 다시 한번 루이가 살던 방을 가보기로 했다. 출입문도 창문도 활짝 열려있어 마치 주인이 잠깐 외출한 것 같은 느낌이다. 마루에 뚫린 커다란 구멍이 무덤을 연상시켜 가슴이 뭉클해졌다. 고개를 드는 피에르 눈에 에띠엔느와 드니즈의 머리가 침대옆에 보였다.
그들은 무릎을 꿇고 눈을 감고 열심히 기도를 드리고 있었다. 피에르가 들어오는 소리를 듣지 못한 모양이다.
『애들아, 루이를 위해 기도드리는 길이니?』
『아니요!』
에띠엔느가 깜짝 놀라 일어난다. 드니즈가 옆방을 손가락질한다.
『아호메드를 위해서?』
『네. 그 사람이 죽어버리라고』
『미쳤니? 일어나!』
피에르가 버럭 소리쳤다.
에띠엔느는 주먹을 불끈 쥐고 앞으로 나섰다.
『아호메드가 루이를 경찰에 밀고했단 말이예요!』
『루이는 그래서 죽은게 아니야! 네가 경찰에 붙잡힐까봐 널 구하러 가다가 맞은거다. 에띠엔느』
파란 눈에 눈물이 가득 고였다.
『그럼 난 어떻게 해야해요? 죽어야 해요?』
『안돼!』드니즈가 훌쩍 훌쩍 울기 시작한다.
『시끄러워, 바보야』에띠엔느가 돌아보지도 않고 드니즈에게 핀잔을 준다.
『그저 루이를 잊지 않으면 된다…루이를 생각하는 거야…』
『매일?』
『매일』
『항상?』
『항상』
『그건 너무 쉬워요. 그것만으론 안될 거예요. 』
에띠엔느는 고개를 설레설레 흔든다.
『그런걸 충실하다고 하는거다. 그것은 그렇게 쉬운일이 아니란다. 그것만으로 충분해. 』
『그리고 그의 고양이를 대신 길러야지. 』
드니즈는 정중하게 고양이를 그에게 내민다. 에띠엔느는 엄숙하게 받았다. 고양이는 뼈만 앙상한 것이 얼떨떨한 모양이다. 목에는 끈이 매달려 있었다.
『이리와, 먹을걸 줄게. 』
에띠엔느가 속삭였다.
『참, 우리집은 안돼. 아버지가 술취했으니까. 있을만한데를 찾아야지!』
그는 피에르를 쳐다보지도 않고 나간다. 마치 정신나간 사람모양 고양이를 내려다보는 소년의 얼굴을 고양이는 코를 쳐들어 열심히 냄새를 맡는다. 드니즈도 뒤따라 나갔다.
혼자 남은 피에르는 마지막으로 빈방을 한번 훑어보았다. 그리고 나서 문을 닫고나와 아호메드방에 노크도 없이 불쑥 들어갔다. 방안에 들어선 피에르는 문을 닫고 열쇠까지 잠그었다. 창문도 닫았다.
길게 침대에 누워있던 아랍인은 놀라서 후다닥 일어나 앉는다.
『왜 그래?』
그의 얼굴이 창백해지고 숨결이 빨라졌다. 피에르는 조용히 덧문을 마주닫고 나서 마루바닥에 흩어져있는 음탕한 잡지조각을 발길로 찼다. 그리고 나서 똑바로 그놈을 쏘아보았다.
『내가 그전에 할말이 있지! 바로 그때가 온거야. 일어나!』
『내가 어쨌다는 거야?』상대방은 움직이지 않는다.
『내 친구 루이말이야…네놈이 어린 드니즈의 입을 열게하고 경찰에 가서 밀고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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