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 친구가 경찰한테 맞은것이 내 잘못인가 뭐!』
『나도 그렇다고는 하지않아. 그러나 넌 밀고자야. 이 고장에서 널 더이상 보고싶지 않으니까 이 방을 떠나야겠어』
『「싸니」엔 방 구하기가 힘들다는걸 잘 알면서!』
『「싸니」를 떠나란 말이야. 』
『「싸니」를 떠나다니! 내가 사귄 사람들이…』
『밀고할데는 어델가든 얼마든지 생길테니 걱정말아!』
아흐메드는 눈을 내려깔았다. 맥없는 눈길…잠시 피에르는
(이놈을 여기두고 교화를 시켜본다.) 생각해 보았으나 곧 고개를 흔들었다.
(안돼, 루이 다음엔 또 다른 사람이 걸려들거야. )
『내가 거절하면?』
아흐메드가 교활한 미소를 띠며 묻는다.
『벌써 얘기했지 않나! 그래서 문을 잠근거다. 1대1로 싸워서 네가 항복할때 보따리를 싸란 말이야』
『 신부들이 배우는 것이 그런건가?』그는 애써 태연하려하나 겁에 질린 개모양 떨고 있다. 피에르는 그에게 다가서서 손을 쳐들었다.
『그만!』
아흐메드는 두 팔로 머리를 감싸쥐며 소리쳤다. 주먹이 날아오지 않은것을 알자 얼굴을 돌고 다시 한번 항의한다.
『내가 북아프리카인이라고 이러는 거지. 모두들 우릴 미워하는줄 알아. 』
『네가「싸니」 친구들과 가까이 지냈다면 우리집에서 북아프리카인을 위해 얼마나 애쓰고 있는지 알거다. 그들을 학대하고 경멸하는 놈들이 있기 때문에 그들은 당연히 우리의 가장 가까운 친구가 된단 말이야. 그러나 넌 달라. 다른 북아프리카인들이 널보고 뭐라고 하는지 너도 잘 알지?』
『내가 여길 떠난다면 뭣을 주겠나?』
『기막힌 선물을 주지. 루이의 친구들이 널 때려죽이지 못하게 하지. 그러나 만일 「싸니」에 남아있는다면 밖에는 일체 못 나갈걸!』
『경찰에 고소하겠어!』
『아직도 정신을 못 차렸나? 어째 그렇게 말귀를 못알아 들어!』
아흐메드는 탈출구를 찾듯 여기저기 두리번거린다.
『좀 생각해보겠어. 』
마침내 그는 점잖은 티를 내는 이 한마디를 찾아냈다. 아마도 어느 영화에서 얻어들은 말일 것이다.
그러나 상대방은 엉뚱한 반응을 보였다. 『생각하고도 남음이 있으니 더 생각할 필요없어 !너무 오래 끌어온 일이다. 너하고 얘기하는것조차 구역질이 날 지경이다. 앞으로 반 시간을 줄테니 벽엔 붙인 여자사진을 떼고 보따리를 싸서 집주인한테 계산하러 가. 내가 가서 미리 알려놓을테니. 잘가게! 다신 보잔 인사는 안할테니, 그런줄 알아』
밖에 나온 피에르는 갑자기 골목안 공기가 맑아진것 같은 느낌이었다. 선술집에 들린 피에르는 주인에게 일렀다.
『아흐메드가 여길 떠납니다. 그 말을 전하러 왔소 』
『그 사람을 못살게 굴었소?』
『그렇게 아무한테도 잘못하는 일이 없는 착한 사람을 못살게 굴다니! 천만에! 아흐메드씨께서 약간 환경을 바꿔보기겠다는것 뿐이다. 그럼 안녕히 계시오!』
문을 나서려는 순간 주인의 굵은 목소리가 들려왔다.
『그런데 말이오, 당신 친구 쟝이…』피에르는 급히 돌아섰다. 가슴이 두근거렸다. 이 일주일동안 아무도 쟝을 본 사람이 없었다. 그런데 오늘 아침 장례식에서…
『쟝이 어떻게 됐다는 거요?』『너무 혐비지 마시오. 조금전에 내 앞에서 다섯잔이나 연거푸 독주를 마셨소. 여보시오 어딜가는거요…』
피에르는 아무것도 귀에 들리지 않았다. 벌써 막다른 골목 동네로 올라가 에띠엔느네 집 문을 두드리며 손잡이를 돌렸다. 문이 열지지 않자 다시 두드리고 또 두드렸다. 입맛쓴 얼굴을 한 제르멘느가 나와 문을 열었다.
『마르셀은 집에 있소?』
『있기는 하지만 고주망태기가 됐어요』
『 또?』
『어제 공장에서 쫒겨났어요. 그래 다시 술을 마시기 시작했지요』
『 쟝의 소식을 물어보러 왔는데…』
『그 사람도 실업자예요. 어제 쫓겨난 사람이 여섯명이래요. 』
『데모 때문이오?』
『물론이지요. 그렇지만 이유야 다른 것을 꾸며대지요. 일손이 남는다든가 공장을 정비한다든가 항상하는 수작이지요. 』
『협동조합은?』
『글쎄, 손해배상같은 것은 약간 받아 내겠지만 일자리를 줄 수 없겠지요』
『마르셀의 일은 내가 돌보겠소. 오늘 저녁 에띠엔느는 우리집에 재우도록 보내시오…』
쟝…앙리, 「바르뷰쓰」街43번지의 여인숙에 살지…피에르는 뛰기 시작했다. 옆구리가 아팠으나 줄곧 쉬지 않고 뛰었다.
쟝의 창문밑에 다달았다. 삼층, 오른쪽에서 세번째 창문. 덧문이 반쯤 열려있었다. 피에르는 그 어두운 방속을 엿보려 하였으나 죽음같이 고요할 뿐이었다.
『쟝! 아! 쟝…쟝…ㅇ…』올라가 볼까? 무슨 소용이 있겠나? 몸이 천근이나 되는것 같이 느껴진다. 그는 다시 한번 친구의 이름을 불렀다. 그러나 아무 응답이 없었다. 그는 천천히 떠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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