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섯잔이나? 술을 못마시는 쟝이! 오늘 아침 장례식에서 보았을때 입을 멍청히 열고 정신나간 사람같더니. 갑자기 늙어보여 루이를 닮은것 같았지…』
『여보게, 피에르, 결국 이렇게 돼야 하는건가? 뭣이? 말이야 무슨 뜻이야? 잠깐 눈을 돌린 새에 그만…바보같은 소리말게! 자네 탓이 아니야…. 쓸데없는 소리말게. 』피에르는 다시 한번 쟝과의 대화를 생생하게 기억했다. 그 이후로는 소식이 끊어졌다.
그리고 나서 독주를 다섯잔 연거퍼 마셨다고…그 후 누구하고 얘기를 했을까? 누가?…
『그렇지, 마드레느가 있지. 그렇구 말구. 그 생각을 못했다니!』
그는 다시 뛰어갔다. 다시 옆구리가 아파왔다. 그러나 그는 무엇인가를 위해 이 아픔을 견디는 묘한 쾌감을 느꼈다. 자기의 괴로움이 쟝의 옆에 서있는 것을 말해주는 것이다. 쟝은 절대로 혼자가 아니다….
벌써 날씨는 더운편이었다. 훈훈한 기운이 보도에서 올라오고 있었다. 피에르는 땀에 젖어「조라」가에 도착했다.
『제발 마드레느 만이라도…』
마드레느가 마침 와 있었다. 서류뭉치가 쌓이 테이브 앞에 멍청히 앉아있다.
『왜 그러세요 신부님?』
『쟝이 실직했소…알고 있었소?』
『네 그런데 왜 그렇게 숨이 차게 뛰셨어요?』
『그런데 왜 나한테는 얘기안했소. 언제부터 그 사실을 알고 있소? 누가 그런얘기를 합디까?』
『조금전에 자기가 와서 얘기하더군요』
약간 목소리가 변한 마드레느의 대답이다.
피에르는 무엇인지 감추고 있는 이 침묵과 그녀의 시선을 견딜 수 없었다.
『자 무슨 일이 있었는지 얘기하시오』
피에르는 거칠게 내 뱉았다.
『그만 둡시다!』
『해야해요! 쟝은 없어지고 마드레느는 침묵을 지키고…난 견딜 수 없소 그 사람을 찾아내든지 얘기를 하든지 둘중에 한가지를 하시오. 』
『그럼 얘기하지요! 그 애요, 쟝은 루이가 자기 잘못으로 죽은줄 알아요. 실직한 것이 그 처벌을 받는 것으로 알고 있어요. …쟝은 여러가지 오해만 하고 있어요 모두 자학적인 오해만 하고 있어요!』
『무슨 여러가지 오해를?』
『신부님도 잘 아시지 않아요! 벌써 예전에 얘기한 일이 있지 않아요…그이는 나눌 수 있다고 생각해요 그러나 난 그것이 불가능한 걸 알고 있어요』
『나눌 수 있다니?』
『한 사람과 여러사람에게 동시에. 그러나 여러사람을 동시에 사랑하면서 사랑할 수 있는 것은 그리스도밖에는 없어요…쟝은 어느 한 사람에게 자기 전부를 바치면서도 항상 남에게 봉사할 수 있는 자세를 지닐 수 있다고 생각해요. 자기 개인의 행복을 구하며 동시에 남의 고통을 덜어줄수 있다고 믿는거예요. 』
『그럴 수는 사람도 있지』
『난 못그래요, 신부님. 보세요, 송리의 교회를. 수도자, 동정녀, 순교자들. 그러나 배우자(配偶者)는 몇이나 돼요?…과부들이 있을 뿐이지요, 과부가!』피에르는 농담을 하려했다.
『그러니까 모든 것을 바꿀 때가 왔지. 』
『내게는 벌써 모든 것이 변했어요. 난 최종적으로 한 길을 택했다고 생각 했어요…』
『최종적이라는 것은 없소 다행히도! 그러기에 영원한 절망이라는건 있을 수 없소. 』
『그러면 영원히 구원된 것도 결정적인 것도 없는거예요?』
『결정적인 것이 없구말구! 마드레느의 선택도 마찬가지…그러니까 쟝이 여전히 희망을 품지않소. 』
『조금전에 쟝은 그런 희망을 완전히 버렸어요』
『마드레느!』
『날 나무라지시는건 아니겠지요? 그럼 어떻게 하란 말이예요? 거짓말을 하란 말이예요?』
『절망은 시키지 말아야지!…어떤 말이나 행동 하나가…』
피에르는 입을 다물고 손등을 이마에 가져갔다.
『그래서요?』
『나도 잘 모르겠지만 그 사람이 기대하는 말을 했어야할것 같소…』
피에르의 목소리는 무척 어두웠다.
『그것이 거짓말이라도요? 신부님』
『절망해서 외로이 혼자 떠나게 내버려두는것 보다는!』
『그것은 다만 다음 기회로 늦추는 결과밖에 안되지요』
『다음 기회엔 그 사람이 이겨나갈만한 힘이 있을지도 모르지. 더 용기가 있을지도 모르지! 그것이 바로 은총이 아니겠소』
『의사는 가끔 치료보다 수술이 필요하다고 할지는 모르지요. 』
『수술대 위에 벌써 누워있는 사람에겐 그러지 않을거요. 』
『신부님. 』
그녀는 절망적으로 외쳤다.
『나도 오늘 저녁엔 수술대 위에 누워 있어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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