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알아요 마드레느 그러나 제일 심한 환자를 우선 돌봐야지…』그녀는 두손으로 얼굴을 가렸다.
『나는 한번은 제일 심한 환자가 되고 싶어요 제일 가엾고…』피에르는 손을 들어 생전 처음으로 그녀의 불길같은 머리칼을 만졌다. 그 머리를 사랑하던 쟝을 생각했다.
『언젠가는 마드레느, 당신도 게세마니 동산의 고통을 알게될거요. 』
『다른 사람들은 잠들고! 그것이 오늘 저녁이 아니라고 어떻게 단언할 수 있겠어요?』
『그럴지도 모르지…당신에겐 그럴지도 모르지. 그러나 쟝에겐 그렇지 않소!』마드레느는 창백한 얼굴을 들었다.
『쟝은 집에 갔어요! 가보면 될거예요』
『거기서 오는 길인데 창 밑에서 불렀는데 대답이 없었소. 』마드레느의 두 눈이 흐려졌다. 그녀는 시선을 떨구었다. 비장한 광경이 그녀의 눈앞에 그려졌다. 말 한마디 없이 그녀는 문으로 향했다. 때마침 밖에서 문을 두드리는 소리가 들려왔다. 피에르와 마드레느는 서로 쳐다보았다. 일루의 희망이 두사람 눈길속에 소생했다.
『그가 온지도 모르지…』그는 아니었다. 문지방에 서있는 것은 어린애 셋을 데린 가족이었다.
『여기오면 된다고 해서』그들의 눈길은 쫓긴 짐승 같았다. 전쟁때 강제로 끌려간 사람들의 눈초리, 자기의 살 권리를 믿지 못하는 그 눈치다. 2차대전이 낳은 이 눈초리는 오래도록 그 폐허 위에서 사라질줄 모른다. 이 사람들은 어디서 왔으며 무엇을 원하는가? 먹고 자고 일하는 것 거의 벌거숭이인 한 아이는 기침을 한다. 다른 아이에게는 붕대를 감아야 하고 꼬마를 위해서는 우유를 끓여야 한다. 마드레느는 피에로에게 절망적인 시선을 던졌다.
『이것이 바로 당신이 택한 길이오. 오늘 바로! 이 사람들을 돌봐요. 마드레느 난 쟝을 돌보겠소. 』
그는 마드레느를 안심시키기 위해 빨리 밖으로나왔다. 아무런 주저도 불안도 나타내지 않기 위해…그러나 마당에 나오자 그는 걸음을 멈추었다.
어디서 쟝을 찾는담? 누구에게 물어본담? 아! 모두 전화가 있다면 얼마나 좋을까?「싸니」에 전화를 가설할 수 있다면! 그러나 그런것은 부자에게 있는것. 그것이 아주 당연한 것처럼 되었다. 조그만 일만 있어도 가난한 사람들은 허구한 날을 찾아 다니고 사람을 만나야 하고…, 오늘 저녁 피에르는 슬픈 비밀로 잠든 이 마을을 바라본다. 이 꼬불꼬불한 골목길, 이 마당, 이 선술집들 사이에 숨어버린 말없는 사나이를 찾아야 한다.
『내가 쟝이라면 어딜 갔을까?』피에르는 자기 마음과 머리속에서 완전히 자기를 지우고 쟝이 되었다.
『성당에 갔지!』명백한 대답이 떠올랐다. 그는 스스로 놀랐다. 쟝이 정말 성당에 갔다면 아직 거기 있을까? 그는 뛰었다. 태양이 긴 그림자를 그리는 시간, 잠자기 싫어하는 어린애처럼 구름속에 사라져버리길 싫어하는 시간. 내일 일요일을 꿈꾸며 산책하기 좋은 시간. 새소리를 들으며 훈훈한 걸상에 몸을 맡기고 웃으며 지나가는 소녀를 바라보며 지난 일주일의 고된 기억을 씻기 알맞은 시간이다. 피에르는 성당을 향해 달렸다. 성당안은 서늘했다. 성수 내음새. 피에르는 거기있는 신자들에게서 어쩐지 위압감을 느꼈다. 모두 그를 돌아다 보았다. 친절한 눈초리, 친절같은 것은 소용없다! 우리는 사랑을 살아야 한다! 아니 쟝이 여기 왔더라면 오래 머물지 않았을 것이다. 외로워졌을 것이다.
『안녕하세요 신부님』늙은 마리 로제 수녀가 인사를 했다. 피에르는 그 손을 덥석 잡았다.
『수녀님…수녀님…』그는 말을 잇지 못했다.
『왜 그러세요?』
『걱정이 생겼습니다. 내 친구 쟝을 찾는 길인데…』
『만났어요』
『여기서요?』
『그래요, 조금 전에』
『그래 어떻게 됐어요?』
『난 아주 놀랐어요. 그 사람을 영세시킨줄 몰랐군요. 』
『영세는 주지 않았어요』
『날 만나 무척 반가워하더군요. 지금 신부님이 하듯이 손을 잡았어요 그래서 이렇게 말했지요.
『기도하세요. 』그랬더니
『여기선 안됩니다』하더군요
『왜요? 그리스도가 여기 계신데. 』
『아닙니다. 난 집에 가겠어요. 』
『여기가 당신 집이지요. 』
『아니예요. 그전에 여기 자주 왔습니다. 그러나 이젠 여기도 내가 있을 자리가 아니라고 생각합니다』
『뭣이 변했어요?』
『난 실직을 했어요. 이젠 일을 못합니다. 알겠어요? 일을 못해요!』그리고 나서 급히 나가버렸어요. 따라갈 수도 없고해서!』
『내가 따라 가겠으니 그 사람을 위해 기도를 부탁합니다. 』피에르는 몇 발자욱 걸어나가다 다시 돌아와서 그 자리에 서 있는 수녀에게 낮는 소리로 일렀다.
『나를 위해서도 기도해 주십시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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