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년동안 동고동락을 하시던 예수께서 사도들에게 청천의 벽력같은 선언을 하신다. 『나는 생명을 바쳐 천주 성부의 영광을 드러냈으니 천주 성부께서도 이제 곧 나의 영광을 세상에 선포해주실 것입니다. 그러나 내가 지금 영광을 받는다고 해서 당신들도 같이 도매금으로 넘어갈 수는 없습니다. 나는 사명을 완수했으나 당신들은 아직도 사명이 남아있습니다. 여태껏 내가 가르친바를 충실히 이행하여 끝날에 나와 함께 영광의 갑옷을 입을 때까지는 괴롭지만 잠깐동안 이별을 해야하겠습니다. 나와 이별하여 사는 동안에도 실패없이 살 수 있도록 하기 위해 한가지 새로운 계명을 알려드리겠습니다. 서로 사랑하고 사랑으로써 내 제자라는 사실을 세상에 알려주도록 하시오. 결국에는 나와 같은 영광의 순간을 맞이할 것입니다. !』라고…
사도들은 어안이 벙벙했다.
일편단심을 한번 약속했으면 될텐데 뭐 그리도 구질구질하게 또 가조를 하느냐 말이다. 그러나 예수께서는 우리가 인간이란 사실을 우리 자신보다 더 자상하게 이해하고 계셨던 것이다. 인간은 사랑이란 단어를 관념적으로 고착시키고 절대불변한 사랑의 개념속에서 살 수 있는 양 으시대지만 실상은 인간의 사랑이란 변화무쌍한 현실속에서 엮어져 나가는 로맨틱한 단막극이다. 사라은 왔다가도 사라지고 열이 올랐다가도 쉽사리 식을 수 있는 것이며 더 나아가 인간의 능력 한도 내에서의 사랑이란 애꾸눈 사랑이다. 그러기에 이상에 꼭 맞는 배우자를 발견했다고 확신할 때는 세상의 모든 것을 포기하고 무자비하게 밟아버린다.
예수께서는 이 점을 두고 말씀하신 것이다. 『내가 여러분에게 주는 새로운 계명이란 당신들이 할 수 있는 애꾸눈 사랑이 아니라 내가 여지껏 보여온 보편적이고 바보같은 무조건의 사랑입니다. 이러한 사랑은 역시 짭짤한 맛이 없는 허황한 사막을 힘들여 걸어가야만 하는 낙타의 인내와 희생과 같은 것입니다. 역시 내가 말하는 사랑이란 인간의 본능에는 십자가가 되는 것입니다. 십자가를 지고 가는 동안에는 나의 영광도 신앙을 통해서만이 볼수 있을 것입니다. 그런 의미에서 나는 당신들과 이별해 있는것 같이 보일는지도 모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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