훈훈한 바깥공기를 마시니 다시 희망이 솟아나는것 같았다.
쟝도 이 순간에 공기를 호흡하겠지. 『그의 여인숙 앞에서 기다려야지. 내일까지라도! 어차피 그곳에 돌아와야 할테니까…』
그는 여인숙에 돌아가 삼층 창문앞에 이르렀다. 쟝을 부르려던 찰나 그는 숨이 탁 막혔다. 가슴이 마구 뛰었다. 오늘 아참에 반쯤 열려있던 덧문이 이제는 완전히 닫혀있는 것이다.
피에르는 어두운 계단을 단숨에 달려 올라갔다. 삼층, 왼편으로 세번째문…눈앞이 보이지 않아 발끝으로 문을 세어간다. 하나…둘…셋…문이 힘없이 열렸다.
『쟝!』
그는 침대위에 팔을 벌린채 누어있다. 덧문살에서 비껴 들어오는 햇빛이 그의 얼굴위에 얼룩을 이루고있다.
피에르는 창가에 달려가 덧문을 열어 제쳤다. 아!…쟝의 얼굴이 백지장 같다!
왼쪽 손목의 동맥을 끊었다. 침대밑에 놓인 세수대야가 넘쳐 흐른다.
피가 천천히 마루바닥에 번져나간다. 전신의 피는 말랐으나 아직도 심장이 뛰고있다. 이 생명없는 몸을 피에르는 다급히 부둥켜 안았다.
『쟝! 쟝!』
그는 사막끝에서 고뇌의 땅끝에서 친구를 애타게 불렀다.
죽음의 문앞에 선 친구는 힘없이 눈을 뜨더니 간신히 한마디 했다
『자네가 불렀을때 여기 있었어…미안해, 친구…』
그의 푸른 눈동자에서 곧 생기가 사라졌다. 피에르는 울음을 터뜨렸다.
『쟝!…예수…아! 쟝…』
그는 어느쪽이 더 먼지 몰랐다.
『예수…예수!… 아! 쟝…』둘이 다 나를 버렸구나! 나만 홀로 외로히 남겼구나. 이 5월의 영란꽃 라이락, 그리고 유쾌하게 웃는 청년들, 오늘 저녁 춤추러가는 처녀들, 그 사이에 혼자 외로이 남겨두고!
『쟝! 쟝…』
샛파란 입술이 움직인다. 피에르는 귀를 갖다댔다.
『빨리! 빨리!』
죽어가는 눈길에서 그 뜻을 알아보려고 애썼다.
갑자기 그는 깨달았다! 창백한 그 얼굴 이마를 깨끗한 물로 씻었다.
『성부와 성자와 성신의 이름으로 영세를 준다. 』
피는 이제 흐르지 않는다. 입술도 움직이지 않는다. 피에르는 생명이 밀려간 두눈을 감겨줬다.
피에르는 일어났다. 몸이 천근이나 되었다. 바로 옆에 누어있는 시체처럼. 선혈이 넘쳐 흐르는 대야에서 충기는 피비린내, 구토증을 느낀다…숨이 막힌다!…그는 비틀거리며 창문으로 걸어갔다. 테이블위에 놓인 흰종이가 눈에 들어왔다. 그것은 그의 마지막 자별이었다.
『나의 그리스도, 이젠 지쳤어요. 더이상 참을 수 없습니다. 당신에로 가겠습니다. 』
쟝을 잃은 피에르는 지하철로 향했다. 마드레느와 다른 친구들에게 알려줄 용기가 없었다. 호주머니에 두손을 찌르고 고개를 푹 숙인 피에르는 이제 정처없이 도망을 가고있었다.
낯선 거리를 여기저기 쏘다녔다. 오늘밤 에띠엔느가 자기집에 피신을 하러 온다는 것도 잊어버리고 있었다. 그렇지, 에띠엔느가! 가슴이 놀랜 사람모양 급히 뛰었다.
허둥지둥 돌아온 피에르는 집이 텅 비어있는 것을 보았다. 문이 열려있고 물건놓인 자리가 변한 것으로 보아 확실이 누군가 다녀간 것이 틀림없다. 피에르는「조라」가로 도아오면서 그때까지 에띠엔느를 잊고 있었던 것이 하도 죄스러워 에띠엔느가 기다리고 있기를 바라지조차 못했다.
이제 그는 수치와 두려움속에서 기구를 드렸다.
『마르셀이 잠깨지 말기를! 에띠엔느가 다른데라도 피신을 했기를! 아! …하느님, 당신의 뜻대로 이루어지이다. 그러나 이제는 너무나 많은 피를 흘렸습니다…』
「공원」을 지나갔다. 달빛 아래 모든 것이 무엇인지 기다리고 있는것 같았다. 피에르는 눈을 들어 하늘에 지나가는 구름을 바라보았다.
모든 사건과 인간들이 저렇게 아무 외침없이 지나가는 것이라고 생각할 수만 있다면! 절망과 체념-그렇다, 참 마음 편할 것이다. 그러나 피에르는 친구들이 그려놓은 성당터를 보았다. 제단 만들곳까지 표시를 해놓았다. 피에르는 그 앞에 발을 멈추고 미소지었다. 쟝의 죽음 이후 첫 미소 다른 걱정을 지워버리고 그러나, 곧 미소는 사라지고 말았다.
동네사람들이 깰가 염려되어 살그머니 울타리문을 열고 마르셀과 제르메느의 방쪽을 보았다. 그런데 문이 반쯤 열려있는 것이 아닌가! 그는 달려갔다. 방은 텅 비어있고 침대는 열어제낀채 의자가 하나 마루에 딩굴고 있었다. 여러가지 사건을 밑받침해주는 이 광경.
거리는 잠들어있다. 아마 사건을 치루고나서 두번재로 든 깊은 잠일께다. 누구에게든 물어봐야 하겠는데! 무슨 일이 일어났는지 알아야 하겠는데! 이렇게 떨리는 다리로 서있을 수 만은 없다. 여러가지 생각이 꼬리에 꼬리를 물고 일어난다! 그 못된 아흐메드놈이라도 이런때 있다면 그놈의 방에 서슴치않고 뛰어들어가 물어 보겠는데.
그러나 그 방도 비어있다. 루이의 방과 마찬가지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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