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는 오랫동안 애썼다.
마침내 그는 이 조그만한 방에 다른사람들을 불러 들였다. 우선 그리스도, 그리고 성모님을, 무릎 위에 아기 예수를 안은 성모님, 죽은 그리스도를 안은 성모님을 그리고 모든 친구들을 불렀다.
소화 데레사 성녀 어린 베르나뎃트 성녀, 쟌느 성녀, 비안네 성인, 벵쌍 성인…모든 하늘의 친구들을 불렀다. 그들은 한사람 한사람 들어와 방안을 채웠다. 그들도 그리스도를 향해 기다리고 있다.
『저를 가져가 주십시오. 내 더러운 발, 더러운 손, 더러운 입, 이것들을 가져가주십시요. 에띠엔느의 생명 대신 내 생명을 드리겠습니다. 내게 죽음을 달라는 것은 아닙니다. 지금 이 순간에 죽음은 제게 오히려 기쁨이 될 것입니다. 제가 이때까지 싸니에서 하던 모든 것을 제게서 가져가 버리시고 에띠엔느를 살게해 주십시요! 물론 싸니의 일은 해야 하겠지만 제 대신 다른사람이 할 것입니다…에띠엔느의 생명 대신 제 생명을 여기 바칩니다!』
그는 두손을 내밀었다. 이미 자기 것이 아닌 손으로 이 고통스런 어린 머리를 잡았다. 순간 어린애는 외마디 소리를 질렀다. 피에르는 번쩍 정신이 들었다. 한발자욱 뒤로 물러섰다. 그는 온몸이 화끈 다는것 같았다. 가슴이 몹시 뛰었다. 이 방안에 무엇인지 변한 것을 느꼈다. 에띠엔느의 숨소리가 잠자는 것처럼 이제는 평화로웠다. 피에르는 놀라지 않았다. 미소지으며 다시한번 휘파람으로 신호를 했다. 에띠엔느는 눈을 떴다. 흐리멍텅한 눈동자가 차차 초점을 되찾더니 피에르에게 멈추었다. 말을 하려고 입이 움직인다…
『쉬!』
피에르가 막았다.
눈동자가 방을 돌아보더니 불안해지다.
침대끝에 있는 루이의 고양이를 보자 약간 안심하는 빛이 떠올랐다.
『넌 지금 병원 있는거다. 얻어 맞아서 머리에 붕대를 한거야』
『알아요 잘 됐어요…값을 치렀으니까…』
『무슨 값을?』
『루이 말이에요』
피에르가 대꾸하려 하자 에띠엔느는 하얀 손을 들어 그르 저지했다. 그리고 눈을 잠시 감더니 속삭였다
『배가 고파요. 피에르 신부님, 날 데려다줘요』
『안돼. 조금 더 자라. 잠깐!』
피에르는 낭하게 나갔다.
『들어오시오. 』하고 그는 두 여인을 불렀다.
『안녕하세요. 스잔느, 왜 그렇게 이상한 얼굴을 해요!』
수녀가 피에르를 돌아보았다. 그녀의 입이 약간 떨렸다.
『어떻게 된거에요?』
『아무것도 아니에요』
피에르는 애써 미소지었다.
『오늘 아침은 부활축일이 아니오!』
『배가 고파요』
에띠엔느가 되풀이 했다.
『먹을 것을 좀 주시오』
피에르가 소리 쳤다. 피에르가 병원에서 나왔을때는 동이 틀 무렵이었다. 돌이 움직이고 그리스도가 부활하여 무덤에서 나오는 순간이었다. 피에르는 자전거와 일체가 되고 인적없는 길, 강, 하늘과 일체가 되었다. 갑자기 그는 가슴이 뜨거워지는 것을 느꼈다. 기쁨이 북받치는 것을 느꼈다. 조금후에 드릴 미사를 생각했다. 피에르가「조라」가에 이르렀을 때 갑자기 소나기가 쏟아졌다. 피에르는 자전거를 창고 옆에 놓고「공원」문을 밀었다. 소나기가 땅위에 그려진 성당자리를 깨끗이 씻어 버린 것을 보고 그는 온몸이 오싹했다.
(에띠엔느의 생명을 위해 내 생명을 바치기로 했지. 싸니에서 한 모든 일을 바치고 그 대신 에띠엔느가 살기를…. 벌써 하늘이 아는군. 당연하지!) 발 밑에 나약한 이삭이 그래도 살아서 바람에 떨고 있는 것이 보였다. 이것도 당연했다.
가장 많이 본 기사
기획연재물
- 길 위의 목자 양업, 다시 부치는 편지최양업 신부가 생전에 쓴 각종 서한을 중심으로 그가 길 위에서 만난 사람들과 사목 현장에서 겪은 사건들과 관련 성지를 돌아본다.
- 다시 돌아가도 이 길을한국교회 원로 주교들이 풀어가는 삶과 신앙 이야기
- 김도현 신부의 과학으로 하느님 알기양자물리학, 빅뱅 우주론, 네트워크 과학 등 현대 과학의 핵심 내용을 적용해 신앙을 이야기.
- 정희완 신부의 신학서원어렵게만 느껴지는 신학을 가톨릭문화와 신학연구소 소장 정희완 신부가 쉽게 풀이
- 우리 곁의 교회 박물관 산책서울대교구 성미술 담당 정웅모 에밀리오 신부가 전국 각 교구의 박물관을 직접 찾아가 깊이 잇는 글과 다양한 사진으로 전하는 이야기
- 전례와 상식으로 풀어보는 교회음악성 베네딕도 수도회 왜관수도원의 교회음악 전문가 이장규 아타나시오 신부와 교회음악의 세계로 들어가 봅니다.
- 홍성남 신부의 톡 쏘는 영성명쾌하고 논리적인 글을 통해 올바른 신앙생활에 도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