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량리 역에서 야간열차를 타고 떠나면 다음날 아침 6시가 채 못되어 통리라는 역에 도착한다. 이곳에서 다시 도보로 동쪽으로 50리 되는 곳을 가면 국민학교가 있고 집이 5~6채 모여있다. 이곳이 신리라는 부락의 중심지다. 이곳에서 세 갈래 길이 나오고 북쪽으로 길을 따라 올라가면 또 5~6채의 집이 있고 또 10분을 가면 두어 집이 있고 또 5분을 가면 두어 집이 있는 집들은 모두 신리부락에 속한다.
가파른 강원도의 산들이 둘러싸인 골짜기에 뜨문 뜨문 집들이 있는 신리는 경상도나 전라도로 보면 하나의 면이 차지할 넓은 면적을 차지한다. 행정구역으로는 강원도 도계읍 신리이다.
옛날에는 이곳이 전형적인 화전민이 살던 곳이며 이름도 화릉골이라 하였다.
그러나 일제이래 화전을 금하는 관의 간섭이 심하여 요즘은 주로 밭을 경작하고 화전은 하지 않는다. 그러나 화전민다운 생활내용을 많이 보유하고 있기에 화전민 조사차 이곳에 갔었다. 그것은 지금부터 4년 전의 일이다. 신리를 찾기위해 강원도 일대를 다닌 것이 약 1주일이 된다. 몇 곳을 보아도 모두 최근에 화전 정착민이거나 뜨내기들이었고 5~6대를 화전으로 살아왔다는 곳은 신리 뿐이었다. 이렇게 고생하며 찾아서 그러한지 눈에 띄는 집모양이며 지붕모양이 모두 신기하게 보였고 물레방아까지도 신기해 보였다. 한 집에 들어가니 부엌에는 화로하는 것이 있었다. 이것은 벽에 붙은 화로로 이층으로 되어있다. 위는 매일 조리에 사용하는 불이 놓이는 곳이고 아래는 불씨를 두는 곳으로 이곳의 불이 꺼지면 며느리가 쫓겨난다는 말처럼 소중히 여기는 불을 담아두는 곳이다. 방에 들어가면 아랫목 한구석에 불룩 나온 곳이있고 그 위에는 연통처럼 흙으로 만들어 놓았다. 아래는 관솥을 피우는 곳이니 이것을 등잔을 대신하는 것으로 코클이라 부른다. 이러한 것이 외에도 보이는 것마다 신기하다. 부엌에 있는 솥도 그렇고 그 옆에 있는 산신상도 신기하였다.
화전 경작방법은 현재 목격할 수 없었고 그들의 지난날의 경험담에서 들을 수 밖에 없었다. 적당한 산의 중턱을 택하여 가을에 산불을 질러 일정한 면적의 초목을 태운 후 다음해 봄에 그곳에 씨를 뿌려 가을에 거두는 극히 간단한 농경법을 화전이라 한다. 지금 세계에는 2억의 인구가 이러한 화전으로 생활한다.
신리에서 특히 주의깊게 관찰한 것은 그들의 신앙생활이었다. 몇 개의 집이 모여 이룩한 성황당이 있으며 개개 집이 갖는 산신이 있고 집안에는 그 산신을 모시고 제를 올린후 신체로 모셔온 산신이 부엌에 걸려있다.
산에 사는 사람들이라 이곳의 주신은 산신이다. 멀리 이사를 가면 이 산신을 옮겨가지만 그렇지 않고 가까이 이사를 가면 그 산신을 그대로 모신다.
또 안방에는 조상신이 있고 특시 산신인 『삼신 할머니』를 잘 모셔두었다. 어느 한집을 보니 작은 바구니를 안방의 천장 가운데에 매어 달았는데 이곳에 삼신 할머니를 모셨다 한다. 바구니를 열어 보면 아무것도 없다. 방에는 또 조왕님도 모셔놓았다. 강원도에서 특이한 것은 이러한 산신이나 가신을 모시고 이런 신들에게 비는 것이 남자의 일로 되어있고 녀자들은 관여하지 않는것이다. 우리가 흔히 알기를 이러한 가신은 여자들이 받드는 것으로 아는데 강원도만은 달랐다. 이렇게 우리나라의 신들은 모두 집안에 있거나 山에 있는 것이 특징이고 우리와 더불어 사는 신들이다. 그것이 지방의 특수성에 따라, 예컨대 강원도에서는 산신이 주신이고 경기도에서는 터꾸가 주신이고 전라도에서는 조왕님이 주신이고 경상도에는 성주가 주신이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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