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기경은 목요일에 세상을 떴다. 최근 몇 주 동안 그는 공식회견이나 일반사무를 제쳐놓고 조그만 자동차에 몸을 실어「빠리」의 교외 지대를 돌아보는데 전심했다.
『추기경님 오늘도 또 어디를 가십니까?』
듀티 비서신부의 물음에『절망하러 가네』하는 대답을 남긴다. 차창에 얼굴을 대고 두 손을 모은 채 추기경은 이 신앙없는 사람들 사이를 천천히 지나간다. 그네들의 푸른 눈망울이 핏기없는 얼굴에서 빛나고 있다.
『모두 다 같은 하느님의 자녀! 이 사람들이 다 내 책임이지…주여! 용서하십시오! 저의 잘못입니다…』
관저에 돌아온 추기경은 무한히 아픈 마음의 상처를 안고 선교사업의 플랜을 짰다. 이 플랜은 자기 자신이 실천할 수 없으리라는 것을 알면서도. 누가 과연 그의 뒤를 이어 일하게 될까? 길 잃은 영혼들에 대해 똑같은 심려를 해줄까? 이런 걱정이 추기경에게는 신병보다 더욱 괴로움의 씨가 되었다. 어느날 저녁 비서신부가 그에게『의무를 완수하셨다』고 얘기하자 추기경의 대답은 단호했다.
『아니오 두티 신부 이런 시대에 의무를 완수했다고 느끼는 것은 위험한 함정이 되오!』
의사들은 이 노인이 촛불이 꺼지듯 갑자기 세상을 떠나리라 믿었다. 그러나 꺼질듯 꺼질듯한 생명의 불꽃은 오랜 시간을 두고 깜박였다. 그는 의사들이 다 나가버리길 원했다.
『날 살릴 수 없다는건 알지 않소? 그러니 혼자 있게 해주오. 이 마지막 시간이 내게 대단히 중요하니까』
추기경은 목요일에 세상을 떠났다. 피에르는 친구들 앞에서 미사를 드리고 있었다. 마드레느는 부엌에서 있는 음식을 준비하고 있었다. 몇몇 친구들도 그녀를 돕고 있었다. 때는 월말이라 주머니가 비어서 별로 먹을 것을 가져오지 못했다.
모두 함께 나누어 먹을『두개의 빵과 몇 마리의 생선』마드레느는 식탁준비를 끝내자 미사를 드리는 방에 조용히 들어왔다. 신자의 기도를 드리는 순간이었다. 한사람 한사람 눈을 감고 큰 소리로 마음속에 있는 기도를 드린다.
『5주 전부터 실직을 하고 있는 친구를 위해 기도합시다. 그의 어린애가 병들어 있습니다. 우리 공장에서 일하는 북아프리카인을 위해 기도합시다. 가엾은 친굽니다. 모든 사람들이 그를 천대합니다…인도차이나에서 죽어가는 양편 병사들을 위해 기도합시다…』
피에르는 신자의 기도가 끝나기를 기다려 자기도 기도를 올렸다. 그의 목소리가 이상하게 떨렸다.
『임종을 하시는「빠리」교구 추기경님을 위해 기도합시다…』
모두 놀라 고개를 번쩍 들었다. 추기경이? 일전 동맹파업 하기 전에 피에르와 함께 추기경을 만나러간 친구는 가슴이 조여드는 것을 느꼈다. 그는 자기도 모르게 옆사람에게 속삭였다.
『참 좋은 분이 었는데』
피에르가 대답했다.
『추기경님이 안계셨다면 난 이 자리에 있지 못했을거요. 』
『우리는 여기 모이지 않았겠지』
『내 자리에 다른 사람이 왔을테니까 마찬가지야. 』
『마찬가지가 아니야』
『마찬가지요!』
피에르는 강조했다. 그리고 애써 미소 지으려했다.
『추기경님께서 한번 여기 오셔서 미사에 참여하신 일이 있으십니다』
『검은 옷을 입으신 분 아주 마르고?』
『그렇소』
『우리가 영성체 할 때 그분은 눈물을 흘리고 계시던데』
침묵이 흘렀다. 제각기 머리속에서 추기경을 상상해보았다. 피에르는 검소하던 그 방, 좁은 쇠침대가 눈앞에 보이는듯 했다. 추기경의 푸른 두 눈이 눈앞에 어렸다.
『자!』
그는 꿈에서 깨어난듯 다시 정신을 가다듬고 미사를 계속했다. 제물봉헌 예절을 할 때 전화벨이 요란하게 울렸다. 마드레느가 받으며 낮은 소리로 대답한다.
『아!…벌써 오래돼요?…불우한 사람들을 한사람이라도 저버리지 말아달라고… 네 전해드리겠어요』
죽은 자들을 기억하는 대목에 와서 마드레느는 무릎을 꿇고 큰소리로 기도를 드렸다.
『돌아가신 「빠리」교구의 추기경님을 위해 기도합시다…』
그 자리에 모인 친구들은 일제히 피에르를 쳐다봤다. 그의 미소는 사라지지 않았다. 두 줄기의 눈물이 그 이그러진 미소를 장식하고 있었다. 피에르는 마르셀을 만나러 유치장에 찾아갔다. 이번이 두번째였다. 처음에 갔을때는 에띠엔느의 안부를 물으며 눈물을 흘리던 마르셀이 이번에는 거의 아들 얘기를 하지 않았다. 그리고『우리 애』라고도 하지 않고『내 아들』이라는 공식용어를 사용하였다. 변호사가 다녀간 것이다.
『공산당지가 모두 총동원 될거다! 싸움이 일어날지도 모른다』
『닥쳐! 그걸 말이라고 하나. 집 없고 실직한 사람은 모두 애를 때린다면 이 세상 병원은 넘쳐 흐르겠네. 자네가 영웅인줄 아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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