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넨 몰라, 변호사는 내 아들을 증인으로 세우기로 했어』
『그런건 기대하지 않는게 좋을걸』
『내 재판을 망치려는 아니겠지?』
『마르셀, 자넨 완전히 돌았군. 그래 에띠엔느와 그 애 어머니 소식도 물어볼 생각은 않고…』
마르셀은 고개를 떨구었다. 반백머리가 헝클어져있다. 피에르는 변호사가 갑자기 미워졌다. 모든 변호사가 -
『밖의 날씨가 어때?』
한참만에 마르셀의 가냘픈 목소리가 들려왔다.
피에르는 날씨가 훈훈하다는 얘기도 새가 지저귄다는 얘기도 차마 하지 못했다.
『계절에 맞는 날씨지 뭐』
『토요일에 또 와 주게 ! 좀 데려와 줘… 친구도 ! 』
두사람의 시선이 묵묵히 마주쳤다. 그들의 가슴속엔 동시에 에띠엔느가 떠올랐다. 5월 막다른 골목안 동네는 활기를 띤다. 집집의 창문이 활짝 열리고 애들이 밖으로 쏟아져 나온다. 어른의 전쟁이 여름에 일어난다면 애들의 전쟁은 봄부터 시작되어 가을까지 간다. 골목안은 5월부터 9월까지 전쟁터로 변한다. 애들에게 소리지르던 루이도 없어졌고 뺨을 때리던 아호메드도 사라졌다. 그리고 「공원」이라는 손바닥만한 빈터. 빨래를 하고난 다음날은 훌륭한 전쟁터가 된다. 속치마 팬티 행주 사이로 적진을 이리뛰고 저리 뛴다. 대전쟁이 일어나는 것이다. 저녁식사를 위해 불러대는 어른들의 고함소리에 휴전이 이루어진다. 폭격기가 국사발로 향하고 포로도 도망가고 전사자가 하품을 하며 일어난다.
『애 데레, 너 밥먹으러 오는거냐 안오는거냐 ? 내일까지 기다린단 말이냐?』
『곧 간다! 원자탄이 !펑!펑! 내일까지 안녕!』
바로 이 시간에 피에르는 감옥에서 돌아오는 길에 골목을 지난다. 친구들이 식탁에 앉아 식사하는 것이 보이며 벌써 식사를 마치고 담배를 피워 물은 모습도 눈에 띤다.
쟈꼬가 문간에서 하찮은 장나감을 열심히 고쳐주고 있다. 꼬마 알랭은 그옆에서 더 열심히 지켜보고 있다.
『신부님 우리하고 함께 저녁 드시겠어요?』
『고맙소 뽈랫트. 나중에 봅시다. 에띠엔느를…』
『샹딸하고 공원에 있어요』
에띠엔느는 부모가 없어진 후 잠은 「조라」가에서 자고 식사는 뽈랫트네 집에서 한다. 피에르는 공원 문을 밀었다. 소년과 샹딸이 루이의 고양이하고 함께 나무밑에 앉아있다. 휘파람을 불자 두얼굴이 돌아본다. 피에르는 두얼굴이 아주 닮은데 놀랬다. 생각해보면 놀라운 일은 아니다. 두 아이 다 자기가 생명을 준 아이들이 아닌가?
에띠엔느는 상을 찌프리고 열심히 서류를 읽는다. 눈을 감고 무엇인지 외우고 있다.
『뭐냐?』
『변호사가 나더러 외워두라고 준 종이에요…』
『이리 줘!』
『아빠는 어때요?』
『응 잘있어 … 네 소식을 물어 보더라』
에띠엔느가 『어?』하면서 의아한 표정을 짓는다. 피에르는 거짓말을 할줄 몰랐다.
『뽈렛트가 저녁상을 차려놓고 기다린다. 자 가자 ! 샹딸, 내가 안고 갈까』
그러나 샹딸은 에띠엔느에게 손을 내민다. 소년은 샹딸을 겨우 안았다. 힘에 겨워하는 에띠엔느의 모습이 처량해보였다. 가날프게 마른 에띠엔느, 안간힘을 쓰노라고 목의 힘줄이 블룩 솟았다. 『에띠엔느! 에띠엔느! 아니다, 그냥 가라!』피에르는 화가나서 앙리에게 달려갔다. 식탁에 앉아 당기관지를 읽고 있는중이다. 『자네도 좀 먹지 피에르. 그리고 나하고 함께 인도차이나를 위한 모임에 가지』『또 모임인가 또 연설인가!난 이제 지긋지긋해. 』『왜 그래?』피에르는 들고 온 종이뭉치를 식탁에 내던졌다. 『그 마쉥인가 하는 변호사한테 이걸 돌려주고 에띠엔느는 가만히 내버려두라고 해!』『에띠엔느가 증인으로 불려가게 되면…』『증인으로 불려가면 안돼! 우리일에 애들을 관련시키는건 이제 그만 둬!에띠엔느…샹딸…이젠 그만해둬!』『샹딸은 또 왜 꺼내?』『상관말어!』『자네가 우리 일이라고 부르는건 우리의 투쟁이야. 다만 이 투쟁에선 구별을 할수 없어. 애들도 우리처럼 잘못 먹고 잘못 사는 이상. 또 비참한 장래밖에 없는 이상 우리 옆에 그 애들이 있을것이 당연하지 피에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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