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의회가 전세계 교회에 미친 영향은 실로 지대하다. 각국 교회 내외부에는 많은 변혁과 혁신을 가져왔다. 본지 가톨릭시보에서는 공의회 후 각국 교회의 양상을 계속 소개해왔다. 다른나라 교회사정을 알아보고 우리 한국의 교회실정을 파악해봄은 교회의 발전과 성장에 많은 도움이 될 것으로 본다. 차제에 공의회 후 한국교회의 현실을 크게 몇가지 문제로 분류하여 각계의 반응과 의견을 종합 소개함으로써 한국교회의 진로를 타진해보고자 한다. <편집자>
공의회를 전후하여 국내 각 수녀회에도 다소의 차이는 있으나 많은 변화를 가져온 것만은 사실이다. 과거의 수녀원 생활이 엄격한 규율속에서 장상과 수도자간에 상명하복식의 권위와 맹종으로 상호대화가 어려웠고 수도자의 개성을 고려치 않은 소임이나 형식적이고 비인격적인 상호인간관계가 공의회 후로는 현대사회에 적응할 수 있는 양상으로 규율이 혁신되고 대화를 통해 상호의 관계가 자유스럽고 인격적인 것으로 개선되는 한편 수도자 각인의 개성을 최대한으로 인정하게 됐다. 뿐만아니라 공의회 후로 급변하는 현대사회에 적응으로 외부활동이 확대됨에 따라 내부생활이 줄어들고 수독복장도 간소화 되었다. 까르멜 봉쇄수녀회의 경우 지나칠 정도로 엄격했던 봉쇄제도가 공의회 후로 많이 완화되었다. 과거에는 격자(칸막이)와 휘장으로 가리워진데서 면회가 허용되었고 미사드리는 사제의 음성만 듣고 무응답으로 참예해야만 했다.
그러나 공의회 후로는 격자 사이로 서로 대면하여 면회를 하는가 하면 휘장을 열고 미사에서 응송을 같이 하게 된 것은 봉쇄수녀들도 예상치 못했던(?) 혁신이었다. 국내 각 수도원의 지원자가 신학교 지망생과는 대조적으로 감소현상을 나타내지 않고 있는 점은 좀 색다른 현상이 아닐 수 없다.
여기에 대해 모수녀회 한 수녀는『동적인 남성과 정적인 여성이 현대사회에 적응하는데 차이를 나타낸다』고 말하고 그보다, 더 큰 이유는『일선에서 사목을 담당하는 신부들과 전교활동에 헌신하는 수녀들의 모범과 관심 여하』에 크게 좌우된다고 말한다. 전례문제에 있어 각 수녀회는 고유의 전통을 파괴하지 않는 범위내에서 전례개혁을 서서히 진행하고 있다. 과거 주례신부 혼자서 알아듣지 못하는「라띤」말로 그것도 신자들을 등지고 마치 미사드리는 모습을 구경하던 상태에서 신부와 신자들이 서로 얼굴을 마주보며 전례문도 모국어로 바뀌고 신자들이 자발적이고 적극적으로 미사에 참예할 수 있게된 것은 뭣보다 의의깊은 일이 아닐 수 없다. 그리고 미사예절에 있어 공의회 전에는『성찬전례만이 중시되고 말씀의 전례는 마치 권투경기의 오픈 게임식으로 소홀히 취급』되었는데 공의회 후로는 꼭같이 중요하게 다루어지게 된 것은 그만큼 하느님의 말씀의 중요성을 새삼 깨닫게 한다고 모수녀회 수녀는 말한다. 그런데 국내 다수의 수녀회에서는 대축일과 주일 혹은 저녁기도에「라띤」어와 모국어를 병용하고 있는데 그 이유는 수세기의 전통을 이어온「라띤말 전례를 쉽게버리지 못하는 점과 과거「라띤」말 전례의 위엄성과 장엄함을 끝내 못 잊어하는 습관의 소치라고 한다. 그런데 각 수녀회의 젊은층은 간소화되고 쇄신된 전례에 잘 적응하는 반면 노년층에는『기도하는 맛이 없어졌다. 』는 불만도 없지않다. 수녀들의 사회참여는 공의회 후로 적극성을 띠고 활발해졌다. 과거 교회의 울타리 내에서만 협소하고 소극적으로 이루어지면 사회참여가 활동무대를 확대, 계속적으로 사회에 침투하고 있다. 특히 수녀들의 공ㆍ사립교에서의 교직생활, 나환자촌, 군병원보육원, 양로원 등에서의 활동은 눈에 띄게 늘고있다.
그런데 과거나 지금이나 수녀들의 활동에 제일 애로점이 많은 곳은 각 본당에서의 활동이다. 각 본당에서 활동하는 수녀들의 활동의 적극ㆍ소극성은 그 본당 사목자에 좌우된다. 수녀들은 그들이 적극적으로 그리고 활동력 있게 하기위해 본당 신부들이 물심양면으로 후원을 아끼지 말아줬으면 하고 바라고 있다.
현재 각 수도회에서 경영하고 있는 사회사업에 대해 모회 한 수녀는『지금까지의 각 수도회가 개인플레이 식으로 서로 경쟁적인 태도를 지양하고 범교회적인 공동협력체를 조직하여 공동노선을 펴면 어떤가?』라고 말하고 하루빨리 이러한 단체가 조직되기를 희망하고 있다. 모회 수녀는『교회의 사회참여 역시 공의회 후로 매우 활발하게 움직이고 있지만『교회가 사회의 부정부패를 안일무사주의 원칙에 입각 소극적내지 방관만하고 있을수 있는냐』고 반문하면서『교회가 사회에 봉사하기 위해서 또한 교회가 사회의 정화와 선도에 앞장서기 위해서는 먼저 교회 내부의 새로운 각성과 교회지도층의 각별한 반성이 절실히 요청된다』고 힘주어 말한다.
교회일치에 대한 수녀들의 견해는 거의가 근본적인 일치는 불가능한 것으로 보고있다. 신구교 성서 공동번역이나 상호간에 대화의 광장 등을 마련하여 외형적으로 일치에 매우 근접한 것은 사실이나 신구교 일치에 있어 근본적 일치가 불가능한 것으로 보이는 가장 큰 이유는 바로 교의적인 문제(성사문제)이다. 이같이 교의적인 문제는 이해나 양보로 이루어질수 없는 성질의 것이기에 개신교 측에서 새 신학이 수립되지 않는 한 근본적 일치는 불가능하지 않을까 하는 견해이다.
공의회 이전엔 교회제도 전체가 너무나 형식적이고 위계적이어서 인간미가 없고 딱딱하여 교회가 고립된 느낌을 보였는데 공의회 후로는 제도 전체가 점차 인간성을 존중하고 봉사하는 교회의 본래 사명으로 복귀하려는 움직임이 일어나고 있어 밝은전망을 보이고 있다.
교리교수법은 공의회 후로 전세계적으로 혁신되었다. 과거의 교리교수법이 순전히 주입식이고 암기식으로 하나의 세뇌공작에 치중한 반면 시대의 변천과 더불어 연령층에 따라 각계의 교리교수법이 생겨나는가 하면 그 방법도 대화식 혹은 시청각 교리교수법 등으로 다양하게 변하고 있다. 그런데 교리교수에 있어 특히 등한히 하기 쉬운 것은 교리가 하나의 지식으로만 전달되기 쉽다는 우려이다. 교리교수가 실생활과 밀접히 관련을 가지고 생활한 신앙으로 지도되기 위해서는 뭣보다『교리교사들의 모범, 부모들의 관심, 그리고 본당신부의 계속적인 배려가 중요하다』고 某회 수녀는 말한다.
공의회로 인해 가장 두르러지게 나타난 현상 중에서 평신도의 활동은 교회공동체의 운명을 실감나게 한다. 과거엔 평신도란 개념자체도 인식하기 힘들었으며 각 본당에서는 회장 한 사람이 전권적 역할을 담당해왔는데 지금에 와서는 각 방면에서 평신도의 활동이 활발이 전개되고 있다. 그러나 불행스럽게도『평신도에 대한 신앙적인 교육의 부족과 본당 사목자의 사회에 대한 지식의 결핍 등으로 상호간 알력을 조성하여 공동체의 발전에 적지않은 지장을 초래하고 있다』고 한 수녀는 지적하면서『외국과 같이 평신도들에 대한 교육부족으로 성직자들이 미구에 당면할 혼란이나 위기를 사전에 방지하기 위해서는 평신도에 대한 재교육이 시급』하다고 말한다.
한국교회에 있는 공의회로 그 지위가 급격히 중대한 평신도들이 개신교측의 신도들과 같이 자기네 단독으로 활동하려는 태도는 지양되어야 하며 이들 평신도가 그들의 위치를 잘 깨닫고 상호협력하여 공동체를 이끌어가기 위해 성직자들은 특별한 관심과 연구 노력이 있어야 하겠다.
모수녀회의 한 수녀는『수녀들은 너무 배우려고 애쓰기 때문에 그 원의를 다 채워주지 못하고 있는 반면 성직자들은 그 반대가 아닌가?』고 성직자들의 재교육을 촉구하기도 한다.
한국교회는 공의회로 인해 다방면에 걸쳐 과도기인 것으로 보인다. 교회 내부에 많은 움직임이 엿보인다. 그러나 한국에 있어 가장 큰 문제는 공의회 정신의 본질적인 의미가 보급되지 않고 있으며 이로인해 일어나는 난문제들도 현시점에서는 어쩔 수 없는 것이라고 체념할 때가 아닌것같다.
과도기에서 겪는 난문제나 혼란은 안정을위해 필수조건으로 보인다. 이때를 잘 넘기느냐 그렇지 못하느냐에 따라 한국교회의「미래사」가 결정된다고 볼 때 현시점에서의 『한 국교회는 서서히 그리고 알차게 그 발길을 옮겨야할것』이라고 모수녀회 수녀는 결론짓는다.
<鳳>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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