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냥군들이 예리한 무기를 준비하는 시간, 어쩐지 공기속에 위험을 예감하는 사슴처럼 의젓하면서도 긴장하는 그, 사슴처럼 용감하고도 죄없는그, 아. 피에르의 가슴은 두근거린다. 그는 유일한 무기인 미소를 짓는다. 친구들, 가엾고 무력한 사람들에게로 발걸음을 옮긴다. 「싸니」의 숨은 행인인 그리스도를 향해. 자기 생명을 바치는 사랑보다 더 큰 사랑은 없다. 위협을 느끼는 짐승처럼 피에르는 덫을 향해 걸음을 재촉한다. 이미 그를 멈출수 있는 것은 아무것도 없다.
재판시작을 알리는 벨소리가 요란하게 울렸다. 피에르와 친구들은 문을 열고 들어섰다. 안쪽에 보이는 높은자리는 아직 비어있고 방안에는 모여있는 사람냄새가 뭉클 코를 찌른다. 이곳에서 많은 사람이 눈물을 흘렸고 애원을 하고 거짓말을 하고 선고를 받았었다. 피에르는 불안해졌다. 다른 친구들은 애써 농담을 하려했다.
『모자를 벗으시오!』
경비원이 소리쳤다. 앙리는 거기 나온 간부들과 악수를 나누었다. 첫줄에는 신문기자 사진기자들이 자리를 잡고 앉아 웃으며 이야기를 하고 있었다. 앙리는 뽑냈다.
『야, 이 사람들이 모인 것이다. 마르셀 때문이야!』
「개정」을 알리자 세 사람이 한꺼번에 들어왔다. 청중에겐 시선도 돌리지 않는 나이많은 늙은 이, 벌써 피로한듯 시계만 보는 여자, 검은 눈을한 젊은이. 피에르는 그들을 바라보며 믿음을 느꼇다. 그에게는 희망이 솟았다. 판사들이 들어온 것이다. 그리고 다른사람들도 들어와 앉았다. 검은 옷차림의 법관은 거만한 눈초리로 관중을 한바퀴 돌아보았다.
『저 사람이 검사야. 아주 못된 작자지』
앙리가 속삭였다. 아무도 입을 열지 않았다. 서류를 이 손에서 저 손으로 돌리고 있었다. 모든 것이 검고 희고 말이 없어 마치 옛날 무성영화를 보는 느낌이다. 재판장이 신호를 하자 첫번째 피고가 나타났다.
『성명은? 생일은? 4월 13일「몽트리유」에서 훔친것은…?』
피에르는 재판장이 피고를 보지도 않고 심문하는 것을 알았다. 그는 다시 공포를 느꼈다. 그는 재판장에게 이렇게 외치고 싶었다.
『좀 저 사람을 보시오. 가엾은 저 사람을』
『사실을 인정하는가?』
『네』
사나이는 대답하며 고개를 떨구었다.
그의 변호사가 말을 하기 시작했다. 말재주도 없고 신념도 없었다.
『피고가 자전거를 훔친 것은 사실입니다. 그러나 재판장께서는 사정을 참작하여 주시기 바랍니다. 피고는 병원에서 나오는 길이었습니다. 아시다시피 가정 사정이 곤난한 처치에 놓여있습니다. …일자리를 더 쉽게 찾기위해 자전거를 훔친 것입니다…이것이 처음입니다…』
『삼개월!』
재판장은 검사와 눈짓을 하고는 배석판사들과 신호를 나누더니 무관심한 어조로 선언한 것이다.
『삼개월!』
피에르는 깜짝 놀랐다. 앙리에게 낮은 소리로 물었다.
『무슨뜻이야?』
『삼개월간의 감옥살이지』
『그럴수가 있나! 실직했다고 했지 않았나! 그럴리가…』
『상관말아!』
『그렇다면 마르셀은? 마르셀은 이제 틀린것이 아니냐?』
『틀렸어!』
앙리는 호주머니에 손을 찔렀다.
『안되지 자네 변호사는 입닥치라고 해. 우리가 설명할수 있을거야. 우리가』
벌써 서기가 다른사건을 부르고 있다.
그 변호사는 보따리를 싸고 급히 나가버린다. 「루지에」사건을 위한 증인을 부른다. 루지에? 그것이 마르셀이란다. 이제 시작되는 것이다. 경비원이 그들을 어두컴컴한 방으로 데리고 갔다. 의자위 회색벽에는 때가 꾀죄죄하다. 그곳에 앉은 그들은 입을 열고 싶지도 않았다. 재판장 안의 소리가 문이 열릴때만 간간이 들려왔다. 그러나 검사의 뾰죽한 목소리가 그들 귀에 들어왔다. 그들은 문간에 다가서서 귀를 기울였다.
『그건 위법이오!』경비원이 일어서며 말했다.
『아니 그럼, 심문하는 동안에 검사가 말하는 것은 위법이 아니란 말이오?』앙리가 대들었다.
『그런건 내가 알바아니오!』
상대방은 단념하는 몸짓을 하며 주저앉았다. 그들은 숨을 죽이고 검사의 말을 듣고 있었다.
『…아버지로서 전형적인 무자격자…주 생활조건이 나쁘다고 하는데 노동자의 생활조건은 구실이 될 수 없소…가엾은 어린이 아직도 병원에서…』
『아니, 에띠엔느가 병원에 없다는 걸 잘 알텐데…』피에르가 놀란다.
『물론이지!』
『…그 나약한 어린이가 밤낮으로 고통을 겪는 침대옆으로 재판장을 옮긴다면…피에르는 오늘 아침 에띠엔느에게서 받은 엽서를 꺼냈다. 『재미있게 놀아요. 드니즈보고는 말하지 마세요. 』
가장 많이 본 기사
기획연재물
- 길 위의 목자 양업, 다시 부치는 편지최양업 신부가 생전에 쓴 각종 서한을 중심으로 그가 길 위에서 만난 사람들과 사목 현장에서 겪은 사건들과 관련 성지를 돌아본다.
- 다시 돌아가도 이 길을한국교회 원로 주교들이 풀어가는 삶과 신앙 이야기
- 김도현 신부의 과학으로 하느님 알기양자물리학, 빅뱅 우주론, 네트워크 과학 등 현대 과학의 핵심 내용을 적용해 신앙을 이야기.
- 정희완 신부의 신학서원어렵게만 느껴지는 신학을 가톨릭문화와 신학연구소 소장 정희완 신부가 쉽게 풀이
- 우리 곁의 교회 박물관 산책서울대교구 성미술 담당 정웅모 에밀리오 신부가 전국 각 교구의 박물관을 직접 찾아가 깊이 잇는 글과 다양한 사진으로 전하는 이야기
- 전례와 상식으로 풀어보는 교회음악성 베네딕도 수도회 왜관수도원의 교회음악 전문가 이장규 아타나시오 신부와 교회음악의 세계로 들어가 봅니다.
- 홍성남 신부의 톡 쏘는 영성명쾌하고 논리적인 글을 통해 올바른 신앙생활에 도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