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종이 절박했을때 만약 아직 생각할만한 힘이 남아있다면 나는 무엇을 생각할 것인가? 잠자며 꿈처럼 허송해버린 나의 일생을, 삶의 선물을 마음껏 만끽못한 나의 일생을 후회하지나 않을까?『뭐 벌써 죽어, 그럴수가 있는가, 아직 아무일도 완성한 것이 없는데, 이제 겨우 시작해볼까 하는데?』또는 지난 많은 날들을 생각할 것인가? 그래도 몇번인가 나에게도 있었던 밝은 순간들을 희망하며 잊지못할 얼굴들 그 추억에 마음이 가라앉을 것인가?
그렇잖으면 지난 악업(惡業)의 가지가지가 나를 괴롭히고 내 영혼은 이미 어쩔수 없는 후회로 스스로를 책망할 것인가? 그것도 아니면 생의 피안(彼岸)에서 무엇인가 나를 기다리고 있을 것을 생각할 것일까? 또 과연 무엇인가 기다리고 있을 것일까? 아니 아마도 나는 아무것도 생각하지 않으려고 애쓸 것 같다.
눈 앞에 우뚝선 칠흑(漆黑)의 무서움에서 억지로 한눈을 팔려고 극히 쓸데없는 일을 생각해 낼지도 모른다. 전에 다 죽어가는 어떤 사람이 입에다 호두콩을 깨물려 주지 않는다고 투덜거리는 것을 보았다.
그러나 그의 어두워진 두 눈 깊숙한 곳엔 상처입은 새 새끼의 무참히 잘린 날개죽지와 같이 무엇인가 파르르 떨고 있는 것이 보였던것 같다.
이것을 나는 쯔르게네프의 산문시에서 읽었다. 과연 인간은 죽음에 임박해서 무엇을 생각할 것일까? 죽음이 모든 것을 끝맺게 하는가? 아니면 무엇인가 또 있을까?
인간에게 있어 확실한 것이 하나있다면 그것은 모두가 죽는다는 사실이다. 또한 가장 불확실한 것이 있다면 그것은 죽음의 시간이다.
죽음은 무엇이며 왜 인간은 죽어야만 하는가? 잘 살라, 병들지 말라 등으로 축복해줘도 병들고 죽는 것은 웬일인가?
관연 당신도 나도 죽어야 하는가? 그렇다면 죽지 않을 수 없을 것인가?
만물의 영장이요 과거와 미래를 동시에 가질 수 있는 인간이 이다지도 허무한 존재일까? 만일 죽음이 모든 것을 앗아가고 그것으로 끝장이 난다면 구태여 애써 착하게 살려는 것은 또 무슨 뜻을 가지고 있을까?
그러나 나는 어렴풋하게 죽음이 끝장이 아니라는 것을 알 것 같다.
그리고 무엇인가 변하지 않는 그 무엇이 나를 기다리고 있다고 믿는다.
그리고 그것을 알아내는 것이 내 인생의 시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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