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주대교구의 유일한 순교성지 나주 무학당(武學堂)-.
타교구 신자뿐 아니라 광주대교구 신자들에게도 불과 1년 전까지만 해도 다소 생소한 성지였다. 88년 9월 나주본당(주임ㆍ이천수 신부)에서 「나주 무학당 순교성지 성역화 추진위원회」가 구성되면서부터 일반 신자들에게 알려지기 시작했다.
무학당이란 조선시대 나주진영의 부속 건물로서 군마(軍馬)를 사열하고 병사들의 훈련장으로 쓰여졌던 곳을 일컫는데、현재 나주시 남외동 128번지 나주국민학교가 위치한 자리로 고증되고 있다.
이곳에서 병인박해(1866년)가 거의 끝날 무렵인 1872년 전북 용담 출신 강성운(바오로ㆍ순교당시51세)과 고창사람 유치성(안드레아ㆍ당시48세) 그리고 장성사람 유작직(안드레아ㆍ당시50세)등 3명이 순교했다.
이들의 순교사실을 기록한 뮈텔 주교의 「치명일기」에는 강성운과 유치성은 돌에 맞아 순교했고 유작직은 혹독한 형벌로 인한 병으로 순교했다고 기록하고 있다. 또 이들과 함께 잡혔다가 가혹한 형벌에 못 이겨 일시적으로 배교、후에 회두한 서윤경(안드레아)이 당시 상황을 뮈텔 주교에게 보고한 기록도 있다.
이 기록에 의하면 강성운은 머슴살이를 하고 있었으며、형벌은 혹독하기 이를 데 없어 불로 발등을 지지는가 하면 무수한 태형도 그치지 않았다고 한다.
서윤경의 증언은 영장(營將)이 『너희들 참으로 천주학을 하느냐』에 강성운 등은 『만 번 죽사와도 하겠습니다』하자、영장은 『그러면 죽이겠다』며 발등을 불로 지졌다고 기록하고 있다.
그런데 광주대교구는 교구내 유일한 성지인 이곳을 성역화하는데 큰 어려움을 겪고 있다.
그 이유는 무학당터가 현재 국민학교로 되어있기 때문. 성역화 추진위원회는 이를 감안、학교 운동장 서편에 있는 학교 소유 유휴지 9백80평에 대한 매입교섭을 학교 측과 나주시 교육청을 상대로 벌여왔으나 학교 측의 비협조로 난관에 봉착해 있다.
작년 10월 24일 광주대교구는 나주시 교육장 앞으로 땅 매입과 관련한 공한을 발송、『순교자현양은 교회와 신자뿐 아니라 일반국민들에게도 역사를 재조명하는 지혜를 얻는데 도움을 줄 수 있다』며 땅 매입의 협조를 요청했으나 이틀 뒤 나주시 교육청은 회신을 보내『학교관리 재산은 교육법에 의해 해당 학교장의 관장사항』이라며 나주국민학교장에게 문의할 것을 바랐다.
그해 11월 이천수 신부는 이성수 교장을 만나 협조를 요청했으나 이 교장은 『시간을 두고 생각해보자』며 현재까지 미루고 있다는 것이다.
나주본당 사무장 송동현씨(요한ㆍ42)는 『이곳 지역유지들은 대다수 나주국민학교 출신이므로 학교 측은 지역유지들의 반응에 큰 신경을 쓰기 때문에 땅 매입이 어려운 것 같다』고 말했다.
송씨는 또 『학교 유휴지 매입이 어려우면 인근 주택지나 공터도 고려하고 있다』고 밝혔다.
이와 함께 현재 재정마련도 답보상태이다. 기념비건립과 부대시설、주차장 등을 완비하려면 총2천 평 이상의 부지마련에 드는 비용만도 줄잡아 10억여 원이 소요될 것으로 추정되고 있으나 현재까지 모금된 금액은 불과 2천여만 원.
이는 현재 「광주 평화방송」설립에 교구의 재정력을 집중 투입하기 때문인 것으로 알려졌다. 광주대교구는 방송국설립이 끝난 후인 내년 초부터 본격적으로 성역화 추진 작업을 재개할 계획으로 있다.
한편 나주본당은 작년 9월 학교운동장에서 순교자 성월 미사를 봉헌한데 이어 현재까지 미사 전 무학당의 성역화 작업을 위한 성인호칭기도를 바치는 등 신앙적인 활동도 게을리 하지 않고 있다.
나주본당은 「성 김대건과 정하상 및 동료순교자 대축일」인 오는 9월 24일에도 학교운동장에서 기념미사를 봉헌할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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