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8월 15일부터 20일까지 스페인의 산티아고 데 꼼뽀스텔라(Sanriado de Compostela)에서 열린 제4차 세계젊은이대회에 엄상임(마리엣따)학생과 함께 둘이서 참석하는 은총을 갖게 되었다.
우리는 비행기를 타고 꼼뽀스텔라에 가서 공항에 마중 나오게 될 젊은이를 따라 캠프촌으로 갈 예정이었다. 그런데 공항에 나와 있어야 할 젊은이들이 나오지 않아 오랜 시간 공항로비에서 초조하게 기다렸으나 그들은 끝내 나타나지 않았다.
그날은 성모승천대축일이었기에 행사본부에도 알리기가 어려웠고 결국 우리 스스로 본부까지 찾아가야 했다.
이 도시는 고대 건축양식으로 된 성당이나 수도원 대학들이 밀집해 있는 곳으로 좁은 옛날 골목들로 연결되어 있고, 골목길마다 집시 무리나 바이올린을 켜는 악사 또는 다른 도시에서 여러 날을 걸어 온 듯한 배낭을 멘 젊은이들로 좁은 골목은 터져나갈 지경이었다.
모두들 흙색건물로서 마치 땅속에서 방금 발굴된 듯한 빛깔의 이 도시는 16~17세기로 거슬러 올라온 느낌이 들었다. 그 골목들을 우리는 얼마나 오랫동안 걸었던지 다리를 절룩이며 겨우 7시 미사참례를 하게 되었다. 그 평화와 기쁨은 무척 새로운 것이었다.
우리는 다시 트렁크를 들고 이 도시 서쪽끝에 자리잡은 고조(Gozo)산 야영촌으로 갔다. 예상외의 순례자들로 텐트마다 만원이었고 우리는 쏟아지는 비를 맞으며 침낭을 구하러 다녀야 했다. 밤 12시가 되어서야 이날 처음으로 다리를 뻗어 볼 수가 있었다.
날이 밝자 아침햇살과 함께 나뭇가지로 십자가를 만들어 지팡이를 삼고 걸어오는 순례자들을 볼 수 있었다. 영국에서부터 바다를 건너 자전거로 이곳까지 달려온 그룹도 있었고, 로울러 스케이트를 타고 온 젊은이들 무리도 보았다. 또 여러 날 버스를 타고 온 그룹도 있었다.
그들은 광장이나 도로에서 잠을 자고 낮에는 분수에서 세수를 하며 순례를 계속해온 것이었다. 이렇게 세상 곳곳에서 모인 젊은이들이 모두 한 형제였다.
이번 대회의 주제는「나는 길이요 진리요 생명이다」였다. 매일 주교좌대성당 외에도 여러 성당에서 스페인어ㆍ포르투갈어ㆍ이태리어ㆍ불어ㆍ영어ㆍ독어ㆍ폴란드어 등 언어별로 세계 여러 주교님의 미사가 있었고, 18개 장소에서 열리는 강연ㆍ연극ㆍ노래ㆍ대화 등 집회에 젊은이 들은 원하는 곳을 선택하여 갈 수 있게 되어 있었다.
또 그 주(州)의 중심지인 코루나에서도 매일 문화행사가 있어 그곳으로도 젊은이들이 몰려갔었다.
우리는 첫날 어느 연사의 강연을 듣기위해 성 프란치스꼬 성당으로 갔었는데 놀라운 것은 모두들 오래 전부터 와서 그들이 존경하는 연사를 기다리고 있다는 점이었다.
강연시간 중 젊은이들의 신선한 열정과 진지함은 훌륭한 건축양식으로 이루어진 이 고대성당 보다도 더욱 훌륭한, 살아있는 성전이라는 생각마저 들게 했다.
강연이 끝나면 수천 명이 함께 대성당에서 미사를 드리고 1시간씩 걸어 캠프촌으로 와서는 마른 빵과 햄으로 식사를 한뒤 또 다른 행사에 참여키 위해 모두들 바빴다.
첫날은 젠로쏘(Gen Ros-so)음악공연을 보았는데 현대적이고 진보적이며 세계적인 노래로써 수만 명의 젊은이를 하느님께로 향하게 하는 시간이었다. 어떤 곡들은 모든 사람이-주교님, 수녀님, 남녀노소, 동양인, 서양인 모두-손을 맞잡고서 춤을 추게 했는데 얼마나 일치가 강했는지! 세상의 모든 부패와 오류, 악과 미움이 거부당하는 순간이었다. 이날은 새벽 늦게서야 돌아와서 눈을 붙였다.
그 다음날은 다른 도시 코루나로 강연과 음악회를 보러 떠나게 되었다. 우리는 버스 안에서 다른 도시 젊은이들과 함께 레바논의 평화를 위한 교황님의 메시지를 읽고 시민들로부터 서명을 받기도 했다.
또 레바논에 있는 크리스찬들을 위해 함께 합송기도도 했었다. 우리도 1시간정도 해변가를 돌며 사인을 받았는데 모두 열한 명의 사인을 받을 수 있었다.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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