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서의 계시와 역사적 경험을 토대로 하여 현대교회는 교회와 국가의 관계를 구별과 협력의 차원에서 논한다.
1, 교회의 주장
사목헌장은 74항에서 정치공동체의 본질과 목적을 개진하고 있다.
『정치공동체는 공동선을 위해서 존재하고, 공동선 안에서 정당화되고 그 의의를 발견하며, 공동선에서 비로소 고유의 권리를 얻게 된다』. 국가는 국민의 공동선을 추구하기 위하여 존재하고, 공동선을 사실상 추구하는 한 정당한 국가이며, 공동선을 추구하기에 필요한 정도의 권력이 정당한 권력이다.
국민공동체의 『공동선은 개인과 가정과 단체가 보다 완전하게 보다 용이하게 자기완성에 도달할 수 있게 하는 사회생활의 모든 조건들을 포함한다』 교황 요한 23세는『우리시대에 있어서 공동선의 증진은 주로 인간의 권리와 의무를 보장하는데 있다』(지상의 평화 52)고 부연설명 하였다.
국민의 공동선은 물질적 번영과 정신적 발전과 윤리적종교적 향상을 포함하는 것이고, 국가권위는 국민의 기본권을 인정하고 옹호하고 촉진하고 조정함으로써 국민이 자신들의 의무를 용이하게 이행하도록 해야 한다.
여러 사람이 공동선을 위하여 협력하도록 질서 지어주는 정지권력은 국가의 필연적 속성이지만 궁극적으로 하느님의 권위에 종속된 것이므로 물리적인 힘 이전에 도독적인 힘이어야 한다. 그것은 『자유와 책임의식에 뿌리박은 도덕적 힘으로서 전국민의 힘을 공동선에로 집결시키는 권위여야 한다』.
『정치공동체와 그 공권력은 인간본성에 바탕을 두고 있으므로 비록 경제체제와 집권자 지명이 국민들의 자유의사에 맡겨져 있을지라도, 정치공동체와 공권력은 하느님께서 정하신 질서에 속해있음이 명백하다』.
국가공동체가 인간본성에 기인하는 것이므로 창조주로부터 오는 것이지만, 창조주는 권력을 집권자에게 직접주시지 않으시고 공동체에 맡기셨고, 공동체가 그 권력의 집행 형태를 마련하도록 하셨으니 정체(政體)가 어떠하든지 관계없이 공권력은 하느님이 허락하신 것이오, 이점은 민주제도에 있어서도 완전히 적용되는 원리이다.
공권력의 본질이 이렇기 때문에 그 권력의 범위나 행사형태가 윤리규범에 속하는 것이며 그 규범 안에서만 정당화되는 것이다. 진정으로 공동선에 봉사하는 권력만이 정당한 권력이다.
2, 국가와 교회
『그리스도께서 교회에 맡기신 고유한 사명은 정치ㆍ경제ㆍ사회에 관한 것이 아니고 … 종교적 질서에 관한 것이다. …교회는 그 사명과 본질에 따라 인류문화의 특정형태나 어떤 특정 정치 경제 사회체제에 얽매이지 않는다』(사목헌장42).
같은 의미로『교회는 그 직무와 권한으로 보아 절대로 정치공동체와 혼동될 수 없으며 아무런 정치체제에도 얽매이지 않는 동시에 인격의 초월성의표지요 수호자이다』(사목헌장76).
인간의 현세적 복리를 추구하는 국가와 인간의 영생을 추구하는 교회가 엄밀히 구별되어야 한다. 그러므로 교회는 어떠한 정권과도 유착되어서는 부당하고 반대로 공동선을 충실히 추구하는 어떤 정권과도 공존할 수 있으며, 또 어떤 정권하에서도 인격의 존엄성을 수호하고자 한다. 인격의 존엄성은 인간의 영생과 직결되는 요소이기 때문이다.
『정치공동체와 교회는 각자 고유분야에 있어서 서로 독립적이며 자율적인 것이다. 그러나 양자는 다 같이, 명목은 다르지만, 동일한 인간들의 개인적 사회적 사명에 봉사한다』(사목헌장76). 그러므로 국가와 교회는 구별되지만 서로 아무런 상관도 없이 분리할 수는 없다. 양자는 협력과 보완관계에 있는 것이다.
『인간의 기본권과 영혼들의 구원이 요구할 경우에는 정치질서에 관한 일에 대해서도 윤리적 판단을 내리는 것은 당연하다. 이런 일에 있어서 교회는 복음에 일치하고 모든 사람의 복지에 부합하는 방법을 모두 또 그 방법만을 사용한다』(사목헌장76).
인간생활의 모든 분야에는 윤리성이 개재되어 있기 때문에 정치적인 문제일지라도 그 문제의 윤리적인 면 때문에 교회가 간여하게 된다. 왜냐하면 인간사의 윤리적 성격은 인간의 구원에 본질적인 관계를 가지고 있기 때문이다.
3, 결론
이상에 제시한 성서와 교도권의 가르침을 종합 정리하여 몇 가지 원리를 정립할 수 있다.
(1)교회와 국가는 각기 고유한 목적과 수단을 가진 사외이기에 서로 상대편의 곡립성과 자율성을 인정해야 한다. 구체적으로 교회는 인간의 윤리성과 종교성을 대상으로 하고, 국가는 인간의 물질성과 사회성을 대상으로 하기 때문에, 교회와 국가는 구별되어야 한다.
(2)교회와 국가는 구별되지만 상호문관하게 분리되지 않는다. 교회와 국가는 목적과 방법이 다르지만 동일한 인간을 위하여 봉사하는 만큼, 인간자체를 분할하지 않고서는 교회와 국가가 분리되지 않는다. 다만 구체적인 교권과 국권은 구별될 뿐 아니라 분리되어야 한다.
(3)교회와 국가는 서로 협력하고 보완하여야 한다. 교회는 국민의 양심과 애국심을 함양하여 그들의 정치적 성숙에 기여하고, 국가는 사회의 안녕과 질서와 정의를 실천하여 국민의 영성적 성숙에 기여하여야 한다.
(4)교회와 국가는 하느님께서 정하신 가치(價値)의 서열을 존중해야 한다. 물질보다는 정신을, 순간보다는 영원을, 재화보다는 인간성을 더 존중하는 사회가 참된 국리민복이라는 것을 받아들여야하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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