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말하지마세요. 참 많이 먹어요. 여기선 버터를 식탁에 놓고 먹어요. 엄마와 아빠한테 인사 전해주세요. 』앙리가 돌아보며 말한다.
『그것봐. 만일 여기에 꼬마가 나왔더라면 저자를 꼼짝못하게 했을텐데! 이젠 제르데느 차례군』
『…누가 감히 당신을 어머니라고 부르겠소…당신한테 손을 내밀던 순진한 어린애가 이제 학대하는 부모를 심판해 달라고…』
『마르셀 녀석은 울고있을 거야. 저 작자가 말을 잘한다고 생각하겠지!』앙리가 중얼거린다.
『말을 잘하는데!』경비원이다.
『그래 그러나 그자는 자기가 하는말을 믿지 않고 있어』
피에르가 대답했다.
장내가 다시잠잠해졌다. 문 뒤에서 엿듣던 그들은 검사가 거만하게 청중을 한번 둘러보고 거치장스런 옷소매를 간추리며 다시 자리에 앉는 광경이 눈에 선했다. 곧이어「첫번째 증인」인 앙리를 데리러왔다. 피에르는 실내를 걷기 시작했다. 도저히 한자리에 가만히 앉아있을 수 없었다. 가슴이 몹시 뛰고 뱃속이 뒤틀리는것 같고 손바닥에 땀이났다. 마치 그가 피고가 된 것 같았다. 경비원 앞에 발을 멈춘 피에르는 이렇게 물었다.
『당신도 내 친구 마르셀이 나쁜놈이라고 생각하오?』
『저기있는 사람들이 결정할 일이지요』
『당신도 저 사람들만큼 자세히 사정을 알고있지 않소!』
『더 잘 알고있지! 우리 아버지도 술만 취하면 날 때렸소. 그런데 어머니가 바가지를 긁을 때마다 아버지는 술을 마셨거든』
『그래 그 아버지는 나쁜사람이었소?』
『천만에 별소릴 다 듣겠네!』경비원은 화를 벌컥냈다.
『지금 검사가 마르셀 보고 하는 말이 바로 그 소리 아니오. 그런데 당신은 검사가 말을 잘한다고 하니말이오!』이때 검사의 격한 목소리가 들려왔다.
『안됩니다. 변호사, 이건 정치재판이 아니오!』
『변호사가 끼어드는 모양이군』경비원이 중얼거렸다.
『저 사람이 다 망치겠군』
문이 열리며 서기가 나타나 두번째 증인을 불렀다.
피에르는 그를 따라 낭하를 걸어갔다. 한 발자국마다 역한냄새와 소음이 가까워진다. 재판정에 들어서자 마르셀과 제르메느의 시선과 마주쳤다. 그들은 긴장된 눈초리로 뚫어지게 그를 지켜보고 있었다. 피에르는 가벼운 미소를 지으며 윙크를 보냈다. 『걱정말게!』그는 입술만 움직여보였다.
『오른손을 들고 맹세를 하시오!』
『맹세합니다』피에르는 시키는대로 했다. 그는 일종의 호기심과 거북상스런 감정이 뒤섞인 심정으로 재판관들을 바라보았다. 마치 지난밤 무대위에서 본 연극배우들을 갑자기 정면으로 만나는 기분이었다. 재판장이 거창한 옷소매를 천천히 들며 입을 열었다.
『피고에 대해 아는바를 정확하게 말씀하시오』
그 어조와 판사들의 표정으로 미루어 보아 앙리의 증언은 실패였다는 것을 직감했다. 피에르 자신 아무것도 준비한 것이 없었다.
『대답할 것을 준비하지 말자 신성. (聖神)이 도와줄테니…. 』
그러나 일순간 당황했다.
『말하는 거요?』
재판장은 피에르가 묵묵히 서 있는데 놀랐는지 다시 재촉한다. 피에르는 천천히 시작했다.
『저는 마르셀과 제르메느를 잘 압니다. 그리고 그들의 아들 에띠엔느도 잘 압니다. 마르셀은 노동을 하고…아니 노동을 했는데…』
검사는 피에르를 쳐다보지도 않고 가로막는다.
『피고의 가정사정, 주거지에 관한 자잘구레한 얘기는 첫재 증인이 벌써 설명했다는 것을 말하고 싶소. 』
변호사가 벌떡 일어났다.
『증인이 발언할 권리가 있습니까? 없습니까?』
검사의 옷소매가 무섭게 움직였다.
『계속하시오』
재판장의 지친 목소리가 들려왔다. 피에르는 다시 말을 이었다.
『자잘구레한 얘기. 그렇습니다. 자잘구레한 얘기밖에는 할수 없습니다…재판장님 어떻게 아실수 있겠습니까? 저 자신「싸니」에 오기 전에는 몰랐습니다. 제가 도착하던날 밤, 어린아이가 병원에서 죽었습니다. 쥐가 어린애 머리를 파먹었기 때문에…』
신문기자들이 받아쓰기 시작했다. 사진기자들이 일어서서 피에르를 엿보기 시작했다.
검사가 야릇한 미소를 띄우며 한마디 던졌다.
『내가 보기엔 신문기자님들께선 그런 소설같은 얘기에 흥미를 느끼시는 모양이지만 재판소는…』
『소설같은 얘기?』
피에르는 검사쪽을 향했다.
『죽음은 가끔 소설같습니다. 특히 남의 죽음은…재판장님, 그 일이 생긴 것이 바로 여기있는 피고의 앞집이었습니다. 어린애는 죽었고 쥐는 여전히 득실거립니다. 』
『제 친구 쟝도 지난달 동맥을 끊고 자살했습니다. 물론 취했지요. 그러나 그밖에는 다른 방법이 없었습니다. 가스자살을 하자니 가스가 없었고 권총이나 독약을 사자니 돈이 없었읍니다. 그는 실직자였지요, 마르셀처럼-아니 여기있는 피고처럼 재판장님 실직자라는 것이 어떤 것인지 상상하시기 어려울 겁니다. 남자에겐 일이 없다는 것 여자에게 어린애를 가질 수 없다는 것…(그는 여자배심원의 시선을 느꼈다) 아마 죽는 것이나 마찬가질것입니다. 실직을 했습니다. 공장에서 쟝과 마르셀과 그밖에 여덟명을 해고했습니다. 동맹파업을 하고 데모를 했다고 보십시오. 모든것이 연관성이 있습니다. 파업이 있은 것은…』
『재판소는 정치는 관여하지않소!』검사가 쏘아부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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