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도 마찬가집니다. 검사님. 쟝도 마찬가지였습니다. 제 친구 루이도 정치에는 관여하지 않았는데 데모때 경찰에게 맞아 죽었습니다. 그는 공산당에서 쫓겨난 후 정치문제에는 일체 관여하지 않았습니다. 그러나 우리는 데모도 하고 동맹파업도 했습니다. 그것은 한달에 만삼천프랑으로는 살 수 없기 때문입니다. 그것은 엄연한 사실입니다. 프랑스의 추기경, 주교들께서…』
검사가 벌떡 일어났다.
『우리는 알고있소! 그러나 재판소는 모르고 있는 사실이 있습니다. 난교회의 명예를 존중하여 재판소와 언론계에 숨겨두려고 한 사실인데 지금 여기서 국가의 질서유지를 하는 검찰에게도 전하고 데모와 동맹파업과 자살을 찬양하는 이 사람은 바로 신부입니다. 이 증인은 「싸니」의 노동사제입니다. 』
검사는 자리에 앉으며 청중을 돌아보았다. 그러나 아무도 그에게 시선을 던지는 사람이 없었다. 모두 피에르를 뚫어지게 응시하고 있었다. 피에르는 쓰러질듯이 두손으로 앞의 난간을 잡았다. 한참만에 천천히 고개를 들었다. 장내는 물을 끼얹은듯이 조용했다. 피고석에서 마르셀이 중얼거리는 소리가 들렸다.
『피에르, 오지 말아야 하는데 그랬어!』
피에르는 천천히 다시 계속했다.
『그렇습니다. 저는 노동사제입니다. 그렇다고 저의 증언이 옳지않을 이유는 없습니다. 이때까지는 노동자로서 말씀드렸습니다만 이젠 한 사람이 재판관들 앞에 섰습니다. 재판관들은 그에게 사형선고를 내렸는데 그는 그리스도였습니다. 그때 이래로 이 세상의 판사는 누구나 선고를 내리려고 일어설 때면 공포를 느끼지 않을수 없으리라 생각합니다. …』
『재판관에게 훈계하는 거요?』
검사가 버럭 소리쳤다.
『증인이 발언하게 놔두시오』
젊은 배심원이 엄격히 명령했다.
피에르는 그의 검은 두눈 속에 호의가 서려있는 것을 발견했다. 그는 계속했다.
『누가 감히 남에게 훈계를 할 수 있겠습니까?「심판하지 말라. 심판을 받지 않으리니!」올바른 판단을 하고 선고를 하기 위해선 대단한 용기가 필요할 것입니다. 저는 여러 재판관들을 믿습니다…여러분들을 믿습니다. 다만 한가지 절망적인 피고의 상황을 상상해봐 주시길 바랍니다. 부당하게 일자리를 빼앗기고 돈도 한푼없고 더러운 한간방에서 아내와 아들과 함께 살며 밤이면 아들이 악몽에 시달려 하루밤에도 몇번씩 소리를 질러 잠을 깨우는 상황을 상상해 보십시요.
여기있는 이 사람이 바로 그렇습니다.
(그는 마르셀을 가리켰다) 그밖에 수천, 수백명의 같은류의 사람들이 당신네 문앞에서 절망하고 술마시고 자살해가고 있습니다…자전거를 훔치기도 합니다. 』
젊은 배심원이 몸을 떨었다. 피에르는 자기자신과 이 젊은배심원을 위해서만 말을 계속하고 있었다. 마르셀에게 유죄판결이 내리는 것은 뻔한 일이다. 재판장은 선고를 할 것이다. 그러나 언젠가는 저 젊은이가 늙은 재판장자리에 앉는 날이 있으리라. 언젠가는 제랄 신부가「싸니」의 본당 신부 자리에 앉을 날이 있듯이. 피에르는 황야에서 말하는 것이 아니다!
피에르는 호주머니에서 에띠엔느의 엽서를 꺼냈다.
『이젠 할 말을 다했습니다. 오늘 아침에 꼬마의 편지가 왔습니다. 잘 있다구요. 엄마 아빠한테 인사한다구』
그는 피고석을 향해 낮은소리로 덧붙였다.
피고석에서 두 사람은 울고 있었다. 피에르는 왜 우는지 알 수 없었다. 그는 재판장에게 고개를 숙이고 자리를 물러났다. 신문기자 사진기자들이 떼를 지어 따라왔다.
『신부님 성함은?…잠깐 움직이지 마시오…어떤 공장에서 일하시오? 어디 소속이오?…』피에르는 대답없이 미소만 지었다.
『얘기 할려거든 나가 하시오!』경비원이 화를 냈다.
검사는 미리 준비했던 논고를 읽었으나 어쩐지 연극을 하고 있는것 같이 보였다.
마르셀의 변호사도 발언을 했으나 어색했다. 그의 문장은 텅빈 그릇같아 아무도 귀를 기울이지 않았다. 자기자신 준비한 페이지를 빼놓기도 하고 마구 틀리기도 했다.
결국 재판관의 관대한 처사를 부착하는 말로 결론을 맺었다. 판사들은 판결을 내리기 전에 잠간 자리에서 물러갔다. 공산당 간부들은 변호사를 둘러쌌다. 변호사는 하는 수 없었다는 몸짓을 했다. 앙리는 그들과 떨어져서 그들의 주고받는 얘기를 듣고 있었다.
신문기자들은 피에르를 밖으로 끌고나가 마치 사낭개들처럼 서로 끌어당겼다.
『내 친구는 이제 틀렸지요?』
피에르는 물었다.
모두 말이 없었다. 그들의 직업은 묻는 것이지 대답하는 것이 아니었다. 그 중 한 늙은 기자가 피에르에게 다가서더니 그의 팔을 잡았다.
『당신 친구는 당신 증언 덕분에 석방될거요. 』
『그러나 재판장이…』
『그의 배심원이 당신 편이오. 그리고 그 젊은친구의 훈장을 보았소? 재판장은 아마 2차전쟁때의 일로 치뤄야 할 빚이 많을거요. 젊은이의 말을 듣지 않을 수 없을걸. 당신친구 때문에는 걱정마시오. 그러나 변호사는 당의 비난을 당할거요. 결국 실패한 셈이니까!』
『그런것은 내겐 관심밖이오』
기자들은 모두 적었다.
가장 많이 본 기사
기획연재물
- 길 위의 목자 양업, 다시 부치는 편지최양업 신부가 생전에 쓴 각종 서한을 중심으로 그가 길 위에서 만난 사람들과 사목 현장에서 겪은 사건들과 관련 성지를 돌아본다.
- 다시 돌아가도 이 길을한국교회 원로 주교들이 풀어가는 삶과 신앙 이야기
- 김도현 신부의 과학으로 하느님 알기양자물리학, 빅뱅 우주론, 네트워크 과학 등 현대 과학의 핵심 내용을 적용해 신앙을 이야기.
- 정희완 신부의 신학서원어렵게만 느껴지는 신학을 가톨릭문화와 신학연구소 소장 정희완 신부가 쉽게 풀이
- 우리 곁의 교회 박물관 산책서울대교구 성미술 담당 정웅모 에밀리오 신부가 전국 각 교구의 박물관을 직접 찾아가 깊이 잇는 글과 다양한 사진으로 전하는 이야기
- 전례와 상식으로 풀어보는 교회음악성 베네딕도 수도회 왜관수도원의 교회음악 전문가 이장규 아타나시오 신부와 교회음악의 세계로 들어가 봅니다.
- 홍성남 신부의 톡 쏘는 영성명쾌하고 논리적인 글을 통해 올바른 신앙생활에 도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