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것 보십시오, 대주교님. 저는…』
『바로 그 점이오.』
대주교는 잠시 묵묵하더니 계속했다.
『미사를 드리지 않는 날이 있다는 것이 사실이오?』
『자격이 없다고 생각하는 날에는 못드렸습니다.』
『고백성사를 보지 않은지 얼마나 오래되오?』
『잘 모르겠습니다만 아주 오래됩니다.』
『고의로 그런거요?』
『절대로 아닙니다』
『그럼 당신은 성총을 충만히 받고있는 상태라고 생각하오?』
『커다란 평화속에 살고있습니다.…그러나 언제나 고뇌에 차있습니다. 저 자신 때문이 아니라 다른 영혼들 때문에』
『피에르 신부, 당신에겐 많은 스캔들이 따르고 있소. 정치적 모임에서 강연을 하고 데모에 앞장서고 또 당신이 교리회 가르친 사람이 자살을 하고 또 어린애를 학대하는 부모의 증인이 되어 신문이 떠들게 하고…바르데 신부의 암살사건까지 일어나 이것으로 일련의 사건이 끝맺어지는 것 같지만 이제부터는 사회의 여론이 분분하게 되었소. 이것은 모두 부정적인 면인데 긍정적인 면이 있으면 말해보시오…』
『「싸니」본당 신부님이 벌써 저더러 말씀하셧습니다. 쟝을 영세시키지 않았더라면 그의 자살사건도 평범한 사건에 지나지 않았을 것이라고. 그렇긴 하겠습지요. 그러나 대주교님 여기서 제가 잘못한 것이 무엇입니가? 집에서 미사를 드리고 있는데 경찰이 죽어가는 루이를 찾으러 왔습니다. 저의 잘못이 어디있습니까? 만일 대주교님께서「싸니」에 사셨더라도 마르셀의 재판에 증인으로 나가시지 않고는 못 배기셨을 것입니다.』
『그러나 피에르 신부, 남들이 정치적인 재판사건으로 꾸미려는 것을 알고 있었지 않소?』
『그렇기 때문에 그것을 방지해야 했습니다』
『그것을 방지하기는 했지만 얼마나 큰 댓가를 치루어야 했나 생각해보게』
『저 개인만에 관한 문제입니다』
『천만에! 신문이나 대중앞에서 신부는 교회 전체를 대표하는 거요』
『그렇지 않기를 바랍니다. 대주교님도 얼마나 많은 사제들이 우리가 살고있는 이 사회에 대해서 또 부자들의 특권의식, 노동자들의 권리에 대해서 어떻게 생각하고 어떻게 말하고 있는지를 아시게 된다면 아마 얼굴을 붉히실것입니다.』
『바로 그 얘기요. 남들이 피에르 신부보고 공산당이라고 하는 것을 알고있소?』
『대주교님은 그 말을 믿으십니까?』
『아니 그러나 자네는 조심성이 모자란다고 생각해』
피에르는 마드레느와 그리스도를 생각하며 고개를 떨구었다. 한참만에 그는 낮은 소리로 중얼거렸다.
『가난하고 학대받는 사람들편에 서서 싸우고… 자기를 버리고 끝까지 싸우는 것이… 바로 그리스도가 하신 일이고 또 오늘날에도 그분이 하시는 일일텐데… 기성질서를 무너뜨렸다고 하여 그분을 십자가에 못박지 않았습니까 정치적인 구실을 찾아서! 아! 어떻게 설명을 해야할지 모르겠습니다! 어떻게 해명을 해야할지?』
『해명을 할 필요는 없네. 난 자네를 믿어』
『대주교님 절 믿어주십시오. 정의에 굶주렸을 때「싸니」에서는 달리 태도를 취할 길이 없습니다. 제가 그들의 정당한 요구를 위해 싸우지 않았다면 어떻게 저의 영향을 미칠 수 있겠습니까?』
대주교는 그의 어깨에 무거운 손을 얹는다.
『그 영향이 무엇이오?』
피에르는 얼굴을 들었다. 그리고 이제는 절망이라는 것을 깨달았다.
『에띠엔느의 생명을 위해 바친 목숨…내가 이때까지 해 온 모든 일을 에띠엔느의 생명과 바꾸겠습니다…』
이번에는 결정적인 판결이다 갚아야한다. 그러나 그는 다시 발버둥쳤다.
『몇사람이나 영세를 주었소? 몇 사람이나 영성체 시켰고 몇 사람이나 혼배성사를 주었고 미사에는 몇 명이나 모였소?』
『아주 소수입니다. 그러나 형제애가 싹트고 이해관계를 떠난 삶의 태도, 그리고 사랑이 자라나고 있습니다. 바로 복음을 살고있습니다. 그밖의 것은 후에 자연히 따라올 것입니다. 대주교님, 며칠동안만 우리 사이에서 살아보시면…공장, 식당 셋방, 회합중에…아! 정말로 온 마을이 움직이기 시작했습니다. 제가 말리지만 안했더라면 지금쯤은 우리집 근처 빈터에 마을친구들이 성당을 세우고 있을 것입니다』
『성당이 서면 언젠가는 자기들 중에서 신부를 뽑아 임명하지』
『초대교회에서처럼』
피에르는 중얼거렸다.
『우리는 이미 초대교회 시대에 살고있지 않소』
대주교는 일어서며 단호히 말했다
『로마 가톨릭교회요』
『사도의 사명을 띈…』
『로마 가톨릭 사도의 교회요 우리의 힘은 통일과 순명에 있소』
『우리의 힘은 그리스도 안에 있다고 믿습니다. 우리의 유일한 존재이유는 그의 사랑과 모범을 널리 전하는 것이라 믿습니다.』
『내가 말하는 것도 그의 모범을 따르는 거요. 죽음까지도 순명하였다는 사실을 기억하오! 피에르 신부, 질서문란은 위험한 함정이오, 그 함정에 빠져가고 있는 것 아니오?』
『우리에겐, 대주교님, 위험한 함정은 지나친 질서, 조직체라고 생각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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