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루한 장마철이다. 가만이 누워 천정을 처다보다 한마리의 파리가 언제 죽었는가 거미줄에 매달려 죽어있다. 무심히 바라보다 나는 나의 죽음을 연상해봤다. 언젠가는 죽을 인생 지금 살기위해 이렇게 바둥거리다가 나도 모르게 사라질 것인가. 행여나 나는 하루살이나 모기에 비해 무엇을 더 가졌을까?
이 세상에서 부귀나 권력이 끝끝내 이겨내지 못하는 것 그것이 바로 죽음이 아닌가 하고 생각해본다. 확실히 죽음이라는 이 전부에서 이길 사람은 아무도 없을 것이다. 죽음은 모든 것을 포기해야 하고 우리의 비밀·음모·간계의 모든 베일을 벗기는 것이다. 그러기 때문에 우리는 깨끗이 죽어야 한다. 깨끗이 죽기 위해서는 깨끗이 살아야 한다. 가끔 죽음에 대해서 생각하는 것은 헛된 일이 아닐것이다. 왜냐하면 인생의 가장 확실한 것이 있다면 그것은 죽음이기 때문이다.
미구에 죽을 나 자신을 생각해본다. 나는 그때 과연 어떤 행동으로 죽음을 맞이할 것인가? 지금 번민하는 것을 그때 역시 번민할 것인가? 지금 가장 중하다고 생각하는 것이 그때도 중하게 느껴질 것인가? 지금 내가 요구하는 것, 즐거워하는 것, 보고싶던 사람들, 그런 장소들 그리고 내가 하고 싶던 일들 이런 것들을 죽는 그 순간에 나는 어떻게 생각할 것인가? 사람은 다만 홀로 죽는 것이다. 모든 것을 버리고 홀로 사라져가는 것이다. 죽음을 소망하는 사람도 비참하지만 죽음을 겁내는 사람은 더욱 비참한 사람이다. 세상에 죽음도 각가지라 믿는다. 그러나 그 어떤 죽음도 슬프지 않는것이 없다. 그러나 단 하나의 죽음이라도 웃으며 죽을 수는 없을까? 만일 그런 죽음이 있다면 얼마나 좋겠는가? 나는 생각해 본다. 그런 죽음이 있다고. 삶과 죽음이 무엇인지 알고 진리와 선 을위해 죽는 사람 죽음도 두렵지 않는, 죽음의 공포보다 기쁨을 죽음에서 찾을줄 아는 사람, 다시 말하면 죽음의 관문을 통해서 영원한 생명을 찾을줄 아는 믿음을 가지는 사람들의 죽음이 아닐까 하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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