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선왕조의 천주교 박해당시 1백여 년간 1만~2만여 명의 신자가 순교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이들 가운데 뮈뗄 주교의「치명일기」등과 같은 교회의 문헌이나 관변측 기록에 나와 있는 순교자는 소수에 불과하다. 기록에도 나와 있지 않은 순교자들은 무명 순교자이거나 구전으로 전해져 내려오는 사람들이다.
「김해 조씨(曺氏)형제」 역시 후자의 부류에 속한다.
김해 조씨형제-.
이들은 1866~1869년까지 김해지방에서 전교하다 병인박해의 회오리에 말려 순교한 사람들이다. 그동안 이름도 알려지지 않은 채 순교자인 사실과 「조씨 형제」란 사실만 구전으로 내려왔으나 1985년 김해본당 청년회가 관심을 가지고 현양사업을 벌이면서부터 이름과 함께 구체적인 순교사실들이 드러나기 시작했다.
이름은 형이 조석증(錫曾), 동생이 석정(錫鼎). 형은 1834년에, 동생은 1840년에 창녕 조씨 김해파 조대연(曺大淵)의 4형제 중 셋째와 넷째로 태어났다.
이 같은 사실은 85년 당시 김해본당의 조씨형제 현양사업을 추진하고 있던 박덕규씨(마지아)가 우연한 기회에 창녕 조씨 김해파의 문중제사를 방문、그곳에서 문중 족보를 편찬한바 있는 조용찬이라는 노인을 만나면서부터 알려졌다.
족보에 의하면 형 석증은 남양 홍씨와 혼인하여 슬하에 자녀 없이 대가 끊어졌으며、동생 석정은 순창 설씨와 혼인하여 아들 하나를 두었으나 역시 아들에서 대가 끊어졌다. 여기서 박덕규씨는 조씨형제의 순교사실을 익히 알고 있는 여러 명의 증언자를 수소문 끝에 찾게 되었다.
청년조씨 문증회장인 조상환씨와 족보를 기록한 조용찬씨、그리고 순교자들의 막냇동생인 석기의 외증손 등인 이들 증언자에 따르면 두 순교자는 김해군 가락면 덕도부락에 거주하다 현지에서 체포되어 동래 감영으로 압송된 후 순교하였다는 것이다.
순교당시 형 석증을 먼저 참수하고 관헌들이 동생에게 배교를 강요하자 동생은 『형님의 목에 십자가 꽃이 피었다』며 순교했다는 것이다.
이들이 순교하자 몇몇 친지들은 선영(현 김해군 녹산면 생곡리)에 묻기를 원했으나 문중에서는 『대역죄인을 선영에 묻을 수 없다』며 시신을 방치했다.
이를 본 배문환 신부(현주원가톨릭대교수)의 증조부등이 배문환 신부의 생가 뒷밭에 묻었다고 배문환 신부와 친척 배달순씨 그리고 여러 증인들이 증언했다. 여태까지 배신부 댁에서 대대로 이 묘소를 돌보아 오다가 지난 6월 19일 부산교구 순교자현양위원회(위원장ㆍ송기인신부)주관으로 묘소발굴작업을 실시했다.
파묘 결과 묘 두기(基)중 첫 번째 것에는 뼈가 원형 그대로 보존되어 있었고 두 번째 것에서도 상당부분의 유골이 발굴되었다
비록 십자고상이나 죽은 사람의 신상을 알 수 있는 표지는 발굴되지 않았으나 첫 번째 원형 그대로 보존된 유골이 목이 잘린 채 묻힌 흔적이 드러나고 치아 연대측정 결과가 30세 전후의 건강한 남자로 나타남에 따라 순교자의 묘임이 거의 확실시 되고 있다.
그러나 두 번째 묘는 부산의대에 성별 감정을 의뢰한 결과 여자임이 판명돼 이보다 위쪽에 위치한 첫 번째 묘는 동생 석정의 것으로 추정되고 이 묘는 석정의 형수 묘로 추정되고 있다. 왜냐하면 석정과 형수는 같은 날 사망한 것으로 호적에 나와 있기 때문이다.
순교자현양위원회는 자료를 좀 더 보강한 뒤 위의 묘를 석정의 것으로 공식 발표하고 그 주변을 성역화 할 계획인 것으로 알려지고 있는 한편 주위에서 형의 묘를 찾는 작업을 계속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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