죽정 탁희성 화백(74ㆍ삐오)이 완성한 103위 한국성인들의 순교화가 전시된다.
9월 16일부터 20일까지 부산가톨릭센터 전시실에서 열리는 이번 전시회는 탁화백이 지난 4년간 준비해온 103위 성인들의 전기화 103점이 선보인다.
「상해 오송항」「망건을 만들어」「방물장사」 등 제목에서 보여주듯 이 작품들은 성인의 삶의 모습 가운데 각각 특별한 행적이나 직업、순교모습 등을 선별、화폭에 담은 것이 특징이다.
때문에 탁화백의 작품들은 순교화가 성인들 삶의 정수인 「순교」만을 강조할 경우 우려될 수 있는 획일화를 피하고 우리로 하여금 성인들의 103가지 형태의 개별적 삶을 만날 수 있게 하고 있다는 점에서 더 가치를 평가받고 있다.
탁화백은 이 작품들을 위해 자료수집ㆍ성인전ㆍ교회사연구ㆍ고증작업을 거쳤고 붓을 들기 전 준비작업만으로 3년여 기간이 걸릴 정도로 심혈을 기울였다.
역사적 사실을 정확히 표현해야 하는 전기화의 특수성에 맞춰 하나의 작품을 탄생시키기까지 요구되는 고충을 특별한 신앙과 인내로 견뎌온 탁화백은 『세계성체대회가 열리는 해 순교자성월에 발표회를 갖게 돼 감회가 깊다』는 것으로 소감을 대신했다.
탁화백이 103위성인 순교화를 그리게 된 동기는 84년 시성식 후 성인들 삶의 모습을 재현하고 후대에 전하겠다는 의지에서였다고 하며 신자화가로서 상업성을 배제한 신앙의 한 표현이라 밝힌다.
국내에서 손꼽히는 전기화의 대가인 탁화백이 성화(聖畵)에 심취하기 시작한 것은 25년 전의 일로 그동안 그는 「가톨릭 순교 이조2백년사」「성 김대건 신부 일대기」「최양업 신부 일대기」 등 2백50여점의 성화를 그렸다.
불모지와도 같은 성화계를 후학도 없이 지켜나가며 노인장을 과시하고 있는 탁 화백은 순교화 이후 전국 60여개 성지의 당시 모습 재현을 위한 작품활동에 돌입、이미 경남ㆍ전남ㆍ충북일대 성지의 작화를 끝냈다. 남은 45곳의 성지에 대해서도 답사ㆍ고증해 내년 순교자 성월쯤엔 일반에 선보일 수 있을 것 같다고 밝힌다. 그 외에도 성인반열에 오르지 못한 순교자와 신앙선조들의 전기를 화폭에 담는 것도 탁 화백의 계획 중 하나라고.
부산에서 테이프를 끊은 한국 103위 성인들의 순교화전은 지방교구나 본당에서 요청할 경우 순회전시회도 계획하고 있으며 전시 후엔 한국순교기념관에 소장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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