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1세의 대학2년생인 ○○는 언제부터인가 주변에 아무도 없는 것과 같은 고독감ㆍ불안으로 고통받고 있다. 속마음은 다른 사람과 친하게 지내고 싶은데 행동은 화를 내며 일어서 버려 결국은 혼자가 된다. 수업시간에도 제일 뒷좌석에 앉게 된다. 그렇지 않으면 남들이 자신만 쳐다보는 것 같아 몸이 경직되고 얼굴이 빨갛게 되어 어찌할 바를 모른다.
신입생환영회가 있다는데 가야할지 말아야할지 모르겠고 자신이가면 남들이 싫어하며 말도 붙여주지 않아서 혼자만 있게 될 것 같고 이젠 가족들도 밉다고 호소한다.
그러한 그녀의 가정배경을 보면 술만 먹고 노름만하고 무능력한 아버지는 매사에 폭력을 휘두르고 아무 말 한마디 못하고 맞고만 있는 어머니는 보고만 있어도 답답하다. 아버지의 축소판인 3대독자 남동생은 안하무인으로 걸핏 하면 누나들을 구타하여 멍이 들게 하고 집에서 제외된 듯이 말없고 착하기만한 쌍둥이 언니는 불쌍하다 못해 짜증나게 한다. 어려선 그래도 유복한 환경에서 화목하였던 것 같은데 아버지의 노름빚과 감옥생활로 이어지는 일련의 일들이 가정의 행복을 앗아가 버렸다. 항상 몸이 약했던 그녀를 양녀로 보낼 생각도 했고 차라리 죽었으면 했다고도 한다. 이러한 가정배경과 더불어 쌍둥이 언니와의 관계도 생각하지 않을 수 없다. 착하고 얌전했던 언니는 학교에서도 친구들에게 인기였고 집에서도 「언니니까」하는 우선권이 주어지게 되어 척축결핵으로 휴학하기 전까지는 향상 경쟁의 대상이 되었었다. 그래서 언니보다 더 사랑받기 위해 공부도 열심히 하고 쌍꺼풀 수술도 하였다.
휴학한 언니가 입원하게 되고 말도 더욱 없어지면서 그녀는 왠지 모르는 미안한 마음이 들었다. 언니가 아픈 것이 꼭 자기가 바란 것 같아서 하느님께 용서도 빌어보곤 하였다. 그 뒤론 수업시간이 부담스럽게 되고 상위등수를 유지하던 성적도 뚝뚝 떨어지고 선생님의 시선이 두렵고 얼굴이 달아오르게 되었다고 한다.
인간의 정상적인 성장이 이루어지려면 성숙된 정서와 인격을 가진 부모가 필요 불가결하다.
자라면서 만나는 여러 가지 심리적인 스트레스나 정서적 위기가 다가올 때 안정된 가족과 사랑의 힘이 이를 해결할 수 있게 한다. 이처럼 힘이 되어 주어야 할 가정이 불안하고 폭군적인 아버지와 이러한 아버지로부터 자녀를 보호하지 못하는 어머니, 경쟁심과 죄책감 속에서 갈등하게 만드는 언니와 미운 동생 등의 사이에서 안정되지 못한 정서와 심적 부담이 성장한 뒤에는 노이로제나 정신병으로 나온다. 이 학생의 경우를 전무적인 용어로는 신경증이라 하는데 노이로제라는 말로 많이 알려져 있다. 치료가 됨에 따라 증상의 호전이 있게 되어 얼굴이 빨갛게 되는 것이 없어지고 강의시간에도 앞에서 수업을 받을 수 있게 되었다. 이런 상황에서 완쾌가 되려면 가족치료가 병행이 되어 근본적인 갈등이 해결 되어야 하는데, 대개의 경우에 가족들은 서로 이해가 부족하여 고통 받는 환자를 비난하는 마음이 앞서므로 치료에 비협조적이고 오히려 방해를 하기도 한다. 왜냐하면 환자가 치료되어감에 따라 자기주장도 강해지면서 숨겨진 가족 간의 갈등이 표면화되면 불안을 느끼기 때문이다. 그러므로 전가족이 같이 모여 개개인이 의식하지 못하는 행동, 생각, 꿈 등의 의미를 서로가 이해하고 책임을 각성할 수 있는 일련의 과정과 노력이 뒤따라야 할 것이다.
현 단계에서는 환자가 가족에게 자신이 치료를 받고 있다는 사실이 알려지는 것마저도 두려워하고 있어 환자만을 치료하고 있지만 언젠가는 가족치료가 병행되어야 보다 근본적인 치료가 가능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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