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약의 계시
하느님의 자기계시가 인간의 구원을 목적으로 하는 성서 계시의 근본주제이다. 하느님에 대한 적절한 인식 없이 인간은 하느님에게 가까이 나아갈 수도、구원을 받아들일 수도、구원에 협력할 수도 없다. 하느님의 모든 자기 계시는 인간의 구원을 지향하며 또 이 구원에 의해 한정되어 있다. 이와 같이 하느님에 대한 대부분의 성서 구절 등은 인간을 위한 하느님의 약속들과 요구들과 직결되어 있다. 이 약속과 요구로부터 하느님이 누구신지 무엇을 원하시는지、무엇을 하고 하실 것인지 등등 즉 하느님의 정체와 원의와 행위가 나타나지만 하느님의 존재에 대한 총괄적인 묘사가 성서 안에는 있지 않다.
성서는 하느님에 대한 이론적 교리를 전혀 제공하지 않는다. 구약의 계시는 일차적으로 행위를 통한 계시이며 그 다음으로 말씀을 통한 계시이다. 하느님은 주로 역사 안에서 구원하는 행위를 통해 당신의 가장 내면적인 존재를 드러내신다. 당신 백성의 역사를 주도하면서 당신의 본질을 알려주시므로 우리는 그분의 행적으로부터 그분의 본질을 짐작할 수 있다. 하느님은 행위를 통하여 거룩하고 의롭고 자비로우며 목자이고 왕이며 심판관으로서 한 분뿐인 당신 자신을 계시하신다. 이스라엘이 하느님 개념 등을 갖기 이전에 하느님이 그들로 하여금 점차 당신을 만나고 체험하게 해주셨다. 그들의 하느님 개념은 그러한 만남과 체험을 언어로 표현한 것이다.
신약의 계시
신약의 하느님 계시가 전적으로 구약에 의존하고 있으므로 신약의 하느님 개념이 구약의 것에 비교해서 풍부하지 않다. 그것은 신약성서 안에서 「하느님」용어가 거의 절대적으로 구약의 유일신론적 하느님 곧 후기 삼위일체 교리의 성부를 가리킨다는 사실에서 확인된다. 신약성서의 어느 대목도 성령을 「하느님」이라 부르지도 성부ㆍ성자ㆍ성령의 삼위일체를 「하느님」이라 칭하지도 않는다. 공관복음서에 의하면 예수는 항상 자기 백성의 하느님을 염두에 두고 하느님에 대해 말한다.
빠스카 이후 그리스도인들이 그리스도의 신비를 고백하면서 전승으로부터 취해진 다양한 칭호들、사람의 아들、하느님의 아들 대사제、대예언자、로고스(하느님 말씀)따위의 칭호들을 예수에게 부여한다. 그리스도의 이 칭호들로써 예수의 천주성이 고백되지만「하느님」이름은 극히 드문 경우에 한해 예수에게 부여되고 있다.
이와 같이 신약성서가 대체로 「하느님」이름을 예수 그리스도에게 부여하기를 삼가하는 사실은 예수가 자기백성과 함께 엄격한 유일신론을 견지하였다는 것을 고려한다면 쉽게 이해될 수 있다. 하느님의 결정적인 계시자인 그리스도는 이스라엘로부터 하느님 신앙을 물려 받았다. 그는 사두가 이파 사람들과의 부활논쟁 중에 아브라함ㆍ이사악ㆍ야곱의 하느님이 살아계시는 하느님이시므로 마지막 날에 의인들을 다시 살리실 것이라 단언함으로써 부활신앙을 표명하셨다.(마태22、23이하)
하느님을 이해하기 위한 새 출발의 요점들을 우리는 신약성서 안의 요점들을 우리는 신약성서 안에서 발견하게 되는데、이곳의 수많은 구절들 안에는 구약의 하느님 개념들이 그리스도론적이고 구원론적인 배경 하에 다시 제시된다. 구약 안에서 당신의 선택된 사람들-모세、왕、예언자들을 통하여 활동하셨던 같은 하느님이 이제는 결정적이고 궁극적인 방식으로 예수 그리스도 안에서 구원의 행위를 펼치신다. 하느님이 예수 안에서 구원을 실현하시므로 하느님과 예수는 같이 구세주라 불리울 수 있다. 예수 안에서 활동하시는 분이 하느님이시므로 그리스도에 의해 성취된 구원사업은 하느님 아버지에 대한 그분의 순종 행위로 이해된다.
그러므로 하느님의 최종계시자인 예수는 자기 왕국이 아니라 하느님의 나라를、자기 말이 아니라 자신을 파견하신 분의 말씀을 선포한다. 그분은 자기 계시에 관심을 두지 않고、이스라엘로부터 물려받은 하느님 신앙에서 출발하고 또 자신의 유일무이한 하느님 체험을 바탕으로 하여 오로지 아버지이신 하느님의 궁극적 계시에 전념하였다. 이 하느님을『아빠』라 감히 부르는 예수의 하느님 이해야 말로 구약의 하느님 개념들을 종합하고 완성한 하느님 계시이다.
역사 안에서의 체험
성서의 하느님이 인간에게 접근해오고 인간을 만나주시는 자리는 일차적으로 자연이나 인간의 사고가 아니라 인간 세상 한가운데 즉 역사이다. 역사 안에서 백성과 친숙한 관계를 맺기 위하여 하느님을「하늘 옥좌」를 박차고 역사 안으로 개입하신다. 따라서 하느님에 대한 이스라엘의 신앙은 하느님이 자신들을 위하여 행하신 역사적 위업들을 바탕으로 구성되었다: 『우리가 우리 선조들의 하느님 야훼께 부르짖었더니、야훼께서는 우리의 아우성을 들으시고 우리가 억누르려 고생하며 착취당하는 것을 굽어 살피셨습니다. 그리고 야훼께서는 … 온갖 표적과 기적을 행하심으로써 … 우리를 에집트에서 구출해내셨습니다』
(신명26ㆍ7~8). 출애급 사건을 통하여 하느님이 이스라엘에게 심어준 인상이 너무나 강하였으므로 이스라엘의신관은 역사 안에서 악의 세력으로부터 사람들을 해방하시는 하느님 이해를 중심으로 신앙을 엮어나갔다.
이와 같이 이스라엘이 하느님을 인식하는 방식은 전통적 신론이 그토록 강조하였던 이성과 자연을 통한 인식(즉 자연적 신 인식)이 아니라 역사 안에서 전개되는 하느님의 구원행위를 통한 체험이다. 이스라엘은 구약성서의 편집순서가 가리키듯이 창조주 하느님을 인식하고 나서 구세주-하느님을 알아보았던 것이 아니다. 구원의 하느님으로부터 차츰 창조의 하느님에 대한 인식에 도달하였다.
지난호까지 「교회론」을 집필해주신 정하권 몬시뇰게 감사드립니다. 이번 호부터는 대구가톨릭대학교 교수 최영철 신부가 「하느님」(신론)을 집필, 연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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