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강대 종교ㆍ신학연구소(소장ㆍ정양모 신부)는 8월16일부터 17일까지 안양 아론의 집에서 제44차 서울세계성체대회 기간 중 10월 5일에 있을 「제찬과 성찬」심포지엄을 개최했다. 이 심포지엄에는 각계의 권위있는 학자들이 참석, 「무속의 대통음복」「불교의 공양」「유교의 음복」「천주교의 성찬」등 각 종교에 있어서의 「먹거리」에 대한 의미를 논의 했다. 다음은 이홍기 신부(광주가톨릭대교수)가 발표한 「천주교의 성찬」을 상하로 나눠 요약 발췌한 것이다(무속ㆍ불교ㆍ유교의 발표내용은 본보 8월27일자 6면에 게재된바 있다).
1. 성찬의 명칭
가톨릭에서 전례의 핵심이며 절정으로 간주하는 성찬의 명칭은 매우 많다. 신약성서사의 명칭은 「주의 만찬」(Coena Dominica)(1고린11, 20)과 「빵의 나눔」(Fractio Panis)(사도2, 42: 루가24, 35)이다.
우리가 「성찬」이라고 부르는 말은 그리스어「에우카리스티아」(Eucharistia)의 번역인데 직격하면 「감사」이다. 이 명칭은 1세기 말경부터 널리 쓰였으며 최후만찬 때에 예수께서 빵과 잔을 들고 바치신 감사기도(마태26, 27: 마르14, 23: 루가22, 19:1고린11, 24)에 그 기원을 두고 있다.
에우카리스티아는 이미 1~2세기부터 「성찬」성찬의 음식인 「성체와 성혈」ㆍ「성찬기도」등 세 가지 의미로 쓰였다.
우리나라에서는 이 단어를 대부분 「성체성사」또는 「성체」로 번역하기 때문에 전례적인 의미를 거의 외면하고 있다. 전례적인 명칭으로 사용할 때에는 단순히 「성찬」이라고 하든지 아니면 「감사제」또는 「감사성찬」으로 번역하는 것이 옳다고 본다.
가톨릭에서 성찬의 대명사로 가장 즐겨 사용하는 「미사」(Missa)는 아직까지 그 어원이 정확히 밝혀지지 않고 있다. 그러나 로마에서 집회나 알현 끌에 「미사」라고 말한 다음 사람들을 보낸 것으로 보아 「파견」 「보냄」(missio, dimissio)을 뜻함은 확실하다.
교회는 4세기 말경부터 모든 전례나 일반 모임들에「이떼 미사 에스트」(Ite missa est)라는 말로 해산 선언을 했으며 그 영향으로 5세기경에는 미사가 예식을 바감하는 축복 또는 아예 축복의 의미로 쓰였다. 따라서 미사가 성찬의 고유 명칭으로 쓰이기 시작한 것은 5세기경이라고 할 수 있다.
이밖에 가톨릭외의 그리그 계통의 동방교회나 개신교에서는 「성만찬」「집회」「봉헌」「거룩한 신비」「잔치」등 여러 명칭을 사용하고 있다.
2, 성찬의 기원
성찬은 예수께서 십자가에 못 박혀 돌아가시기 전날 저녁에 열두 제자들과 함께 마지막 식사를 하시면서 제정하신 주의 만찬에 그 기원을 두고 있다.
이 만찬에 관한 직접적인 문헌은 사도 바울로가 55년경에 기록한1고린11, 23~26과 70년 전후에 기록된 마르14, 22~25 및 80년대에 기록된 마태26, 26~29와 루가22, 19~20 등 네 가지 주의 만찬기이다.
이들 만찬기는 그 기록연대, 언어, 구조, 내용 등으로 보아 역사적인 주의 만찬을 사실 그대로 제시하는 것이 아니고 당대에 각 지역에서 정기적으로 거행하던 성찬 전례문에 조금씩 해설을 붙여 제시한 것이다. 그러나 각 만찬기가 비록 부분적으로 차이는 있으나 본질적인 면에서는 거의 같은 점으로 보아 역사적인 주의 만찬을 충실해 반영하고 있다고 볼 수 있다.
그럼 이들 네 만찬기를 중심으로 주의 만찬의 배경과 구성요소 및 절차를 살펴보자.
(1), 주의 만찬의 배경과 구성요소
네 복음서와 바울로에 따르면 주의 만찬일은 예수께서 십자가에 처형되시기 전날 저녁이라고 하지만 예수께서 돌아가신 다음날은 안식일인 토요일이었기 때문에 주의 만찬일은 목요일 저녁이었음이 틀림없다.
그러나 공관복음에서는 이 만찬일을 유대인들의 해방절 만찬일로 소개하는데 비해 요한복음서는 해방절 만찬 전날로 소개하고 있어 학자들 간에 많은 논란이 있지만 아직까지 주의 만찬일이 과연 해방 만찬일이였는지 그 전날이었는지는 결정되지 못하고 있고 다만 주의 만찬일이 해방절 축제 분위기에 있었음은 틀림없다.
(2), 주의 만찬의 절차
네 가지 만찬기는 오직성찬과 직접 관계되는 사항만 전하고 있어 절차나 음식내용 등을 정확하게 전해주지 않는다.
그러나 만찬기에 나타난 기본절차 양식을 살펴보면 분명히 유대인들이 종교축제일이나 가정 축제일에 흔히 거행하는 종교식사 형식을 취하고 있음을 쉽게 알 수 있다.
네만찬기에 나타난 주의 만찬 절차를 열거 분석해보면 주의 만찬은 빵과 전에 대한 예수의 행위와 말씀을 중심으로 구성돼 있고 양자는 서로 조화를 이루고 있음을 볼 수 있다.
따라서 이 절차를 요약하면 <1>빵/잔을 손에 듦(acc-epit) <2>찬양 또는 감사함(benedixit, gratias egit) <3>빵을 나눔(fregit) <4>빵/잔을 줌(dedit)으로 돼있다.
위에서 언급한 대로 주의 만찬과 가장 초기의 성찬은<1>빵에 대한 행위와 말씀<2>식사<3>전에 대한 행위와 말씀의 순으로 진행되었음을 암시한다.
그러나 바울로 만찬기의 전후문맥(1고린11, 17~34)을 보면 이미 90년대에는 성찬이 식사 끝으로 이동되었다는 인상을 받고, 마르코 만찬기에서 성찬 중간에 식사가 없는 것을 볼 때 70년경에는 식사 끝에 성찬하는 것이 정착된 것으로 보인다. 그리고 성찬과 식사가 완전히 분리된 것은 2세기 초엽에서야 나타나기 시작했다(유스띠노가 1백50년경에 안토니우스 황제에게 보낸 호교론 제1권65장과 67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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