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보는 이번호부터 대건 신학대학의 「헤링 신부 초청 윤리신학 특별강연」 내용을 6회에 걸쳐 간추려 연재한다. 이번 강연회에서 헤링 신부는 예정된 연제를 약간 바꿔 「자연법에 대한 연구현황」 「상황윤리」 「…결혼과 가정」 (3회) 「멸망과 구원의 연대성」을 연제로 강연했다.
1. 자연법의 개념
자연법(NATURAL LAW)이란 생래적 경향을 의미한다. 자연(NATURAL)이란 말은 라틴어의 「낳다」(NASCI)에서 유래한다. 생래적인 법은 외부로부터 인간에게 부과된 인간의 가장 깊은 본성이나 운명과 일치하지 않는 법률과는 다르다. 그래서 자연법에서 말하는 「법」은 인위적이거나 인간 본성에 맞지 않거나 아니면 인간을 짓밟는 모든 것을 제외한다. 자연법은 인간이 참으로 성취되기 위해 내부에서 들리는 소리를 표현한 것이다.
자연법이 생래적이라고 해서 각 개인이 혼자서 그것을 발전시킬수는 없고 오히려 타인과의 성실한 관계를 통해 자신의 정체를 발견하게 되고 자기 존재의 표현으로서의 자신의 법을 깨닫게된다. 자연법은 결코 추상적인 것으로 존재하지 않는다. 자연법은 반대로 항상 구체적 역사적 삶을 통해서 실현된다. 자연법이란 전통에 집착함을 말하는 것도 아니고 전통을 포기하고 영에서 출발하는 것을 의미하지도 않는다. 자연법을 논의할때 우리는 인류의 전 역사와 경험을 참고해야 한다.
자연법은 개인주의와 반대된다. 공동체없이 인간은 살수 없기 때문이다. 자연법이 생래적이지만 한 인간은 「너와 나」 「너와 우리와 나」와의 관계에서만 자아를 실현할수 있다.
그러므로 자연법은 공동체내의 인간을 위한 법이다. 즉 대인관계와 만인평등의 존엄성을 인간에게 제시하는 법이다. 또한 자연법은 공동체 자체를 위한 법이다. 즉 공동체에 소속된 각 개인의 존엄성을 존중하고 각 개인의 발전을 촉진하는 공동체, 인격을 위한 공동체에 관한 법이다.
2. 자연법과 자연법이론
자연법 자체와 특정한 자연법 이론을 명백히 구별해야한다. 자연법의 실재와 궁극목적은 일체의 자연법이론을 능가한다. 자연법 및 자연법 이론을 다룰때 한가지 꼭 유의해야할 점이 있다. 즉 한 문화권에서 형성된 자연법 이론을 전혀 다른 문화권에 적용하는 것은 현명치 못하다는 점이다. 한국의 문화에 대해 지식이 없는 나로서 한국인 청중에게 이 강연을함은 한국인의 공동경험과 공동사색을 유럽의 그것들과 비교하기 위함이다.
원래 유대인들은 철학적 자연법 이론을 전개하지 않았다. 성서에 담겨있는 그들의 사상과 지혜는 흠숭의 정신과 통회와 회개의 정신으로 이루어졌다. 그들은 종교적인 관점에서 인생의 중요한 문제들을 고찰했던 것이다.
희랍과 로마의 자연법 이론은 타민족을 경멸하는 우월감을 바탕으로 지배의식에 기초를 두었다. 모든 인간의 존엄성을 충분히 인식못한 이들은 남자가 여자를 지배하는 것과 노예제도를 당연시했다. 따라서 당시 법 이론은 자유인만을 인간으로 보고 그 본질을 탐구했다. 희랍과 로마사람들의 결함은 하느님이 그의 모상을 지닌 인간이 서로 존경하고 정의를 지키고 사랑함으로써 하나가 되는 소명을 주셨다는 사실을 알지 못했다는 점이다.
그리스도교 사상들은 이교도들의 이론 중에서 지혜롭고 공정하게 보이는 것은 무엇이나 기독교 윤리사상에 받아들였다. 기독교는 무엇보다 통합과 식별의 과업을 수행했다. 그러나 기독교 사상가들이 그들의 고유한 문화들에 젖어있었기 때문에 그 문화들에 대한 근본적 비판과 식별의 작업을 수행하지 못한 때도 있었다.
이같은 유럽의 자연법 이론들을 한국이나 중국의 문화유산과 비교해보자. 공자의 사상은 인의와 겸손을 바탕으로 인격도야와 의(義)ㆍ지(智)를 설파했다.
결국 여러 문화권 속에서 발견되는 순박하고도 착실한 사람들의 단순한 지혜와 삶을 보면 여러 박식한 철학자들보다 생래적 법(자연법)을 더 잘 이해한 경우가 많다.
3. 자연법의 역사성
인간본성은 하나뿐이다.
모두 하느님의 모상과 유사하게 창조된 피조물이다.
모든 인간의 기본적 자질은 같지만 다만 그 처해있는 문화권에 따라서 다르게 발휘된다고 하겠다.
상이한 문화권에사는 사람들이 대화하면서 서로 보완하고 교정해준다면 지능을 사용하는 서로 상이한 방법이 인간발달과 신앙에 이익이 될것이다.
자유는 온 인류의 공동유산이다. 그러나 자유의 개념이나 그 사회안에서의 자유의 구현에 대한 사회문화적 여건들은 다양하다. 시간과 장소와 사람의 모든 차이점으로 인해 인간이 자기 본성을 사는 양상이 다를 수밖에 없다. 삶의 다양성 때문에 자연법 이론도 다양하게 된다.
4. 현시점
만일 경험을 교환하여 공동으로 사색하는 것이 자연법의 특별한 표현이요 요청이라면 우리는 역사적으로 좋은시대에 살고있는 셈이다.
현대의 발달된 교통, 통신수단은 세계를 좁게 만들었고 사람들은 서로 만나고 문화가 서로 혼합하는 차제에 자아비판적 입장을 취하지 않을수 없고 타의장점을 배우고 자신의 단점을 시정하지 않을수 없다. 과거를 바탕으로 하여 현대 사람들끼리 서로 배워야 한다.
5. 자연법과 그리스도의법
인간의 본성과 자연법에 대한 현대 신학사상에서는 구원질서의 단일성을 강조하는 면이 많다. 자연과 초자연은 서로 별대의 질서가 아닌 두 질서가 합일되어 있다는 것이 오늘날 신학계의 견해다.
그리스도는 만인에게 하느님과의 화해 인간 상호간의 화해를 호소하는 화해의 외침이다. 인간이 사랑으로 이웃에 헌신하고 진정한 공동체를 형성하기 위해 힘을 모우고 한 공동체가 다른 공동체를 성심껏 도울때 그곳에 그리스도께서 현존하신다.
보이는 교회안에서 뿐아니라 전 인류역사를 통해 구원의 단일성을 인정한다면 기독교 윤리의 특성은 어디서 찾아야 하는가? 그것은 진실로 인간적인 현상은 무엇이든 이미 그리스도의 영역에 속한다고 대답해야 할것이다.
이것은 진실로 인간적인 현상은 완전한 인간이신 그리스도와 연관된다는 말이다.
그러나 그리스도의 구원없이는 충만한 인간성에 도달 못한다. 그리고 세속 및 세속학문의 자율성과 만사를 포괄하는 신앙의 비젼을 조화시키는 문제는 아무리 신학자라해도 인간의 모든 면을 알수 없으므로 행동과학이 이룩한 업적을 배워 익힐 필요가 있다 하겠다. 신학의 주된 과업은 인간학과 인간에 대한 여러 학문들이 발견해낸 모든것을 통합 하는일이다. 이 통합작업에는 식별과 전화가 요구되며 또한 인간의 진정한 존엄성에 반대되는 설을 학문의 이름으로 내세우는 경우에는 신학은 예언자적 비판을 가해야 한다. 신앙인인 우리는 신앙과 무관하게 자연법 사상을 논할수 없다.
6. 자연법과 계시
한갖 추상적인 관점에서만 자연법을 고찰한다면 그러한 자연법을 고찰한다면 그러한 자연법 고찰은 계시와 신앙에 모순된다. 그러나 자연법을 단순히 고찰하는 것이 아니라 참말로 「이해」한다면 그리스도를 알지못한 사람일지라도 자연법을 통해서 하느님의 현존을 인식했다고 인정한다. 예수 그리스도를 알지 못하면서도 신앙의 특질을 구비할 정도의 종교적 윤리적 지식을 소유한 사람들이란 오만하고 독선적 사상을 전개하지도 않고 식자들과 철학도들에게서 흔히 발견되는 교만도 갖지않고 다만 하느님의 뜻을 겸손되이 추구하며 인식한 가치와 진리를 몸소 실천하고자 하는 사람들이다. 이러한 자세는 구원으로 인도하는 길이다.
하느님의 도우심으로써 선의를 가진 사람들이 경험과 사색을 교환하면서 서로 사랑하고 존경하고 공동선을 추구하고 자비롭고 친절한 삶을 영위해야 한다는 진리를 깨닫게 되면 곧 자연법의 참뜻을 파악했다고 하겠다.
자연법은 유한한 인간이 무한한 자에게로 자신을 개방하는 길이며 하느님의 업적 특히 그 업적의 걸작품인 인간을 통해서 드러나는 하느님의 현현을 인간이 함께 살고 그 의(義)와 선(善)을 다함께 추구함으로써 감지하는 길이다. <敦> <문귀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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