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되지 안돼!』
대주교는 돌아서지 않고 계속 한다.
『자네의 파멸을 가져올 우려가 있어. 「싸니」에 놔둘순 없지! 내 사람들중의 한명이라도 파멸시킬순 없어. 추기경님의 마지막 소원이기도 했고』
『추기경님의?』
대주교는 돌아서서 피에르에게 다가왔다.
『자네는 아마 추기경님의 마지막 말씀을 모르는 모양이군, 한사람이라도 버려서는 안된다는 말씀을』
『대주교님, 추기경님은 그 말씀을 하실때 사제들을 생각하신 것은 아닙니다. 우리가 그리스도를 전해줘야 할 모든 영혼들을 생각하신 것입니다. 관구내의 모든「싸니」같은 곳을』
『정말 그렇게 믿나?』
『다른 모든 것을 그저 믿는다고 말씀드리겠습니다만 이것만은 안다고 하겠습니다.』
대주교는 말이 없었다. 오랜 침묵이 흘렀다. 피에르는 떠나려고 대주교의 지환에 침구하려 했다. 두터운 손이 그를 만류했다.
『잠깐 남아있게 자네에게 고백성사를 보겠네.』
「조라」가로 돌아오는 길에 피에르는「싸니」본당에 들어갔다. 루이와 쟝의 장례식때 밖에는 와본 일이 없는 성당이다. 한구석 의자에 앉아 얼굴을 두손에 파묻고 한시간 이상 아무생각과 말없이 앉아있었다. 계획도 회상도 없이. 그저 그곳에 있는 것 이것이 또 한번 그가 할 수 있는 유일한 기구였다. 석고로 된 번뜻한 이마, 푹파인 두 눈, 마주잡은 손구락「아를르」의 신부상이 그를 내려다 보고있다. 더 높은데서 삼종치는 소리가 들려왔다.
그는 서늘한 성당에서 나와 훈훈한 저녁공기를 마시며 이제 막 회복기에 들어선 병자와 같은 느낌이었다. 그는 자기자신이 무척 가볍게 느껴졌다. 모든 반항과 고뇌를 그곳에 털어놓고 나왔기 때문이다. 가난한 여인처럼 그는 자기 아이를 어두운 교회 한구석에 내버리고 온 것이다.
「조라」가로 걸어가며 피에르는 친구들 얼굴을 하나 하나 눈앞에 그려보았다. 어떻게 하면 이들을 모두 만나보고 작별인사를 한담? 그러나 대문을 들어선 그는 마당에서 이리저리 모여 담배를 피기를 나누고 있는 친구들을 발견했다. 문 여는 소리에 갑자기 조용해졌다. 무엇인지 묻고 있는 눈초리들이 그를 향했다. 마드레느가 그를 맞으러 나온다. 피에르의 입가에는 미소가 떠있었으나 마드레느는 곧 알아차렸다. 무엇인지 그에게 변한 것이 있었다.
『피에르, 자네 좀 말랐네 그려?』
한 친구가 소리쳤다.
『그래 어떻게 됐어?』
모두 모여 들었다.
『잘안됐어 날 딴데로 보낸다네.』
『그자들 무섭군 글쎄 다른데서도 자네가 필요한건 좋지만 우리도 자네가 필요하단 말이야!』
『글쎄 내가 대단한 인물이란 말이야. 그래 꼭 내가 아니면 안되겠다네』
사람들은 모두 웃었고 피에르도 웃었다
『그럼 우린 어떻게?』
『내일 떠나야 해』
『내일이요』
마드레느가 반문한다.
『월요일엔 내 대신 아주 좋은 친구가와. 제라르가 마드레느도 그 사람을 잘 알고있지! 』
『그 신부님이…』
『제라르 신부 말이오. 그의 취직자리를 공장에 하나 마련해야겠는데, 앙리에게 부탁해야지』
한 친구가 불쑥나섰다.
『그거 참 급하기도 하군. 난 그래도 헤어지기 전에 함께 저녁이라도 한끼 할수 있을줄 알았는데…』
『우리집에 들어와서 마지막으로 미사를 함께 드립시다. 그게 더 중요하지 않겠소』
『내일 일요일은 어떻게요?』
한 여자가 묻는다
『「싸니」본당에 가시오.(모두 서로 얼굴은 마주본다) 모두 성당에 가시오』
피에르는 좌중을 돌아보았다.
『당신네들은 내가 문제요, 하느님이 문제요?』
미사제의를 치우고 있는 마드레느는 말이 없었다. 피에르는 대주교와의 회견을 담담하게 얘기해주었다.
『이제 후배였던 내가 선배가 된 셈이요?. 선배란 후배가 자기보다 더 잘 성공하길 바라는거지…』
『나갑시다』
마드레는 한마디 던졌다. 담벽과 복도에서는 낮에 받은 뜨거운 열이 저녁하늘에 올라오고 있었다. 나무들이 병자처럼 손가락끝으로 오늘 하루에 작별을 고하고 있다. 애들과 새들만이 지칠줄 모르게 지저귀며 뛰어다닌다.
오늘 저녁은 피에르가 쟝을 찾아 헤매던 저녁과 흡사했다. 마드레느도 그 생각을 하지 않을리 없다. 피에르는 무거운 침묵을 깨뜨리고 싶었다.
『마드레느 어째 말이 없소?』
『지쳤어요…어찌나 지쳤는지…』
걸음을 멈추고 속삭이던 그녀는 갑자기
『신부님 저도 이제 단념하는 것을 허락해주세요.』
『명령하거나 허락하는거 내가 아니오…』
『그럼 누가해요?』
『당신 자신이오』
『나 자신은 없어진지 오랜걸요. 다른 사람들이 내 속에서 살고있으니까』
『그것 보시오, 당신은 절대로 단념하지 못할거요, 마드레느』
『우리 하는 일이 무슨 소용이 있어요? 목요일에는 첫영성체가 있었는데 그 중 일곱세대에서는 축하의 뜻으로 어린애한테 술을 취하도록 먹였답니다!』
『그날을 축하하노라 남자애들을 처음으로 여자의 품에 안겨준다는걸 나도 알고있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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