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부님 우린 아무 소용없어요. 틀렸어요 그리스도는「싸니」에 절대로 들어오지 않으실 거예요』
『그러나 공장에서 일하면서 보면 반대죠』
『그래요 저도 공장에서 일하는 것이 소원이예요!』
『여기 사람들이 당신을 찾을거요. 시간제로 밖에는 일을 하지 못하게 할거요』
『아! 나도 신부님처럼「싸니」를 떠나고 싶어요!』
『「싸니」를 떠나는 것이 아니오! 한 고장의 문제가 아니오, 세상을 보는 눈의 문제라고 할까…』
『이제는 이런식으로 세상을 보는데 지쳤어요! 지쳤어요…쟝처럼. 잠들고 싶어요, 늙은 여자가 돼서 깨어났으면…』
『잠이 들어도 당신은「싸니」꿈을 꾸게 될거요.』
피에르는 웃으며 계속했다.
『그러나 잠드리기 전에 우선 먹고 봐야지. 당신하고 나하고 이 마을의 오십세대의 문을 두드리며 저녁식사를 청해봅시다. 그들은 자기 의자를 내주고 자기 몫을 줄거요! 그것도 중요하지 않소?』
『그래요 그것도 중요하지요… 안녕히 가세요』
х х х
『신부님.』
앙리는 집에 없었다. 쟈꼬의 설명에 의하면 이 골목 동네에서는 더워서 죽겠다고 밖에 나가 자러갔다는 것이다.
『「싸니」입구의 공지(空地)에?』
『그래 팔월 더위를 아는 모양이지?』
『내가 알기엔 그 사람 혼자있는 시간을 갖고 싶은 모양이군. 쟈꼬, 내 대신 협동조합 친구들에게 인사해주게 난 내일 떠나니까…』
쁠렛트가 문간에 나타났다.
『「싸니」를 떠나세요?』
『그렇소… 날 다른 곳으로 보낸다오』
꼬마 알랭이 아빠 엄마를 번갈아 쳐다보더니 와- 하고 울음을 터뜨린다.
쟈꼬가 화를 버럭 낸다.
『아니 그래, 피에르는 가버리고 루이는 맞아죽고 쟝은 자살하고 집칸은 타버리고 자전거는 헐값에 날라가고… 제기랄, 이놈의 해는 더러운 일만 있단 말이야!』
피에르는그의 어깨를 주먹으로 탁 친다.
『아니, 샹딸은 어떻게 하고? 올해에 샹딸을 얻지 않았나? 그것도 더러운 일이라고 할 수 있어?』
「싸니」입구 광장에서 커다란 서어커스단이 깃발을 휘날리는 것이 멀리서 눈에 띈다. 피에르는 그쪽을 향해 걷고 있었다. 많은 사람들이 떼를 지어간다. 서어커스장이 가까워지자 그들의 걸음이 빨라진다. 그 넓은 광장에 자리가 없어질까 염려하는 모양이다. 어린애들은 앞을 다퉈 달려간다. 나팔소리와 말똥냄새를 맡으며 뒤를 돌아보고 소리친다. 『빨리 와!…빨리 오라니까…』파란 천막이 수많은 관객을 집어삼킨다. 천막안에는 벌써 수천명이 걸상에 앉아 미리부터 웃고 있다. 길을 걸어오는 사람들도 모두 웃는 낯이다. 이 길은 예전에 피에르가 친구들 사이에 끼어 동맹파업하던 마지막 날 행진하던 길이다. 지금 서어커스단이 있는 곳에 경찰이 버티고 서있었다. 그날은 비가 내리고 있었다. 고통스러웠다. 종류는 다르지만 오늘 저녁과 마찬가지로 모두 흥분해있었다.
그리고 루이가 죽었다. 서어커스… 동맹파업… 살만한 가치가 있는 것이 무엇이냐? 또 죽을만한 가치가 있느냐? 서어커스장 주위에는 밧줄 마차 등이 흩어져있고 일없는 사람들이 서성거린다.
그 건너편에는 공지가 있다. 풀포기가 자라지도 못하고 시들어있는 공지. 사람들이 여기저기 누어있다.
가죽샌들에 잠바를 입은 모습이 홀로 쓸쓸히 누어있는 것이 눈에 띄었다. 피에르는 가까이 갔다. 앙리는 그를 알아보자 소리치며 돌아눕는다.
『제기랄, 조용히 살수도 없다니까!』
『그래, 자네말이 옳아, 조용히 살 수가 없어!』
피에르의 어조가 하도 침통하여 상대방은 다시 돌아눕는다』
『왜 그래? 신통치 않아?』
『조금 있다 얘기하지. 그런데 자넨 왜 그런 상통을 하고있나?』
『그럴만도 하지. 글쎄 날 지구당 서기직에서 해고시켰단 말이야』
『그럼 자넨 서기가 아니란 말인가?』
『아니야』
『언제부터?』
『오늘 오후부터 벌서 몇 달전부터 그럴 기미가 엿보이긴 했어』
『누가 자네 자리에 앉나?』
『르바스, 세멘트회사에서 일하는 젊은놈이야』
『르바스? 그건 성이고 이름이 뭐야?』
『몰라 그자는 이름으로 부르지 않으니까』
『그 르바스라는 사람, 나는 알아. 사람들이 싫어하던데』
『그게 어떻다는거야? 내가 비난받는건 바로 그 반대란 말이야』
『사랑을 받는다고?』
『모두 한꺼번에 겹쳤지. 이젠 날 믿지 않아. 그 재판사건이 모든 걸 망쳐놨어』
『아니, 그래, 마르셀이 석방되는 것을 원한거야 아니야?』
『바보 같은 소리말아. 그자들은 마르셀 같은 건 아무래도 괜찮다고 생각하고 있어. 아마 십년 감옥살이를 시켜 잘 이용해먹는 것이 당을 위해선 더 유익할걸』
『당에 유익하고 아니고 그런건 관심밖이야. 불쌍한 사람들한테 그것이 더 유익하단 말인가?』
『그럴지도 모르지』
『그럼 자네 해고사건은 내 잘못이란 말인가?』
『자네 잘못이고 뭐고 걷어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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