Ⅲ, 성찬의 의미
제2차 바티깐고의회 이후 교회는 성찬과 직접간접으로 관계되는 많은 문헌을 발표했지만 성찬에 대한 교의를 본격적으로 상세하게 다룬 문헌은 하나도 없다.
그 중에서나마 단편적으로 주요 교의를 제시하는 부분은 전례헌장47항, 바오로6세의 교서「신앙의 신비」1항, 경신성훈령 「성찬신비」3~4항, 새로마 미사경본 총지침의 머리말2~3항과 본문 등에 불과하다. 이들 문헌 중에 전례헌장 47항은 기본문헌이면서도 최근의 교회의 성찬 교의를 대변하기에 여기 소개한다. 『우리 구세주께서는 넘겨지시던 날 밤 최후만찬 중에 당신 몸과 피의 감사 제사를 제정하셨다. 이는 십자가의 제사를 당신이 오실 때까지 세세에 영속화하고 사랑하는 정배인 교회에 당신 죽음과 부활의 기념제를 위탁하시기 위함이었다. 이는 자비의 성사요, 일치의 표징이며 사랑의 고리이다. 그리고 그리스도를 취하고 정신을 은총으로 충만케 하고 우리에게 미래영광을 보장하는 해방절 잔치이다』
앞으로 이 성찬교의를 성서와 연관시켜 여러 관점으로 설명하여 보겠다.
1, 주의 죽음과 부활
예수께서는 성찬 제정의 목적을 이렇게 설명했다 『여러분은 나를 기억하여 이틀 행하시오』. 또 예수께서는 『이는 여러분을 위해서 내어주는 내 몸입니다. 이는 내 피입니다. 계약의 피로서 많은 사람을 위해서 쏟는 것입니다』라는 빵과 피에 대한 말씀을 통해서 성찬의 의미를 더욱 구체화시켰다.
이상의 예수의 말씀을 음미해 볼 때 성찬은 인류의 죄를 대신 기워 갚고 구원하기 위하여 목숨을 바치시고 피를 흘리실 예수 자신을 음식으로 먹고 마시면서 그분의 십자가상의 죽음을 기념하는 행사임을 알 수 있다.
아울러 그리스도의 죽음이 부활과 불가분의 관계에 있음을 고려하면 성찬은 예수 죽음의 기념제인 동시에 부활의 기념제임을 알 수 있다.
2, 빠스카 잔치
기원전 1250~1200년경 유대인들의 조상들은 하느님의 도우심에 힘입어 에집트의 노예생활에서 벗어나 자유를 찾았다. 유대인들은 이 감격스런 민족해방사건을 매년 니산달 14일 저녁에 해방절 만찬을 통하여 기념하였다.
초대교회는 그리스도의 수난과 부활을 인류를 죄와 죽음에서 벗어나게 한 새롭고 완전한 해방 사건으로 간주하였다.
그런데 성찬은 이러한 해방을 가져다준 주의 죽음과 부활의 기념제이기 때문에 새로운 해방절 만찬인 것이다.
3, 새로운 계약식
네 만찬기의 잔에 대한 말씀은 그 표현이 조금씩 틀리지만 모두 성찬을 예수의 피로 맺는 계약으로 묘사하고 있다. 즉 예수께서는『이 잔은 내 피로 맺은 새로운 계약입니다』고 말씀하셨듯이 구약에서 나오는 야훼와 이스라엘의 계약을 상징하는「계약의 피」를 당신화 하셨다.
따라서 성찬은 예수의 피로 맺어진 새 계약의 잔치이다. 교회는 이 잔치에서 그리스도의 몸과 피를 받아 모심으로써 하느님과의 계약을 기념하고 그분의 백성으로서의 신분과 사명을 재삼 확인하고 다지는 것이다.
4, 친교와 나눔의 식사
동서고금을 막론하고 한 식탁에서 같은 음식을 나누어 먹는 공동식사는 일치, 사랑, 나눔, 화목 등의 보편적 표시이며 방법이다. 그래서 인간사회는 물론이고 신과의 교류를 중시하는 종교예식에도 흔히 식사 예식이 들어 있다.
성찬이 지니는 친교와 나눔의 의미는 그동안 그늘에 가려져 있다가 제2차 바티깐고의회 이후에 부각, 교회 전례나 교리 등에서 다시금 빛을 보고 있다
Ⅳ, 성찬과 삶
성찬의 의미를 올바로 깨닫는 사람이라면 그분의 뜻이 결코 성찬을 거행하는 예식에 국한되지 않는다는 사실을 수긍할 것이다. 사실 성찬이란 빵과 잔에 대한 예수의 말씀이 증명하듯이 예수께서 일생동안 가르치고 실천했으며, 십자가에서 완성하신 복음을 예식으로 표현한 것이기 때문이다.
따라서 예수께서 제정하신 성찬을 그분의 삶과 분리시킬 수 없듯이 그리스도인들 역시 그들이 참여하는 성찬과 그들의 삶을 분리시킬 수 없다.
신자들은 성찬에서 하느님과 인류를 위해 끊임없이 헌신헌혈하시는 그리스도를 기념하고 그분과 일치하여 자신들도 봉헌하면서 날로 더욱 완전한 제물이 되게 해달라고 기도하고 있다(로마 미사경본 총지침 55항). 그래서 신자들이 진정으로 그리스도를 기념하고 그분과 한 몸이 되었다면 그 성찬을 일상생활에까지 연장시키는 것이 도리라고 할 수 있다.
그리스도께서 성찬을 반복하여 행하라고 하신 것은 모든 그리스도인들에게 내려주신 삶의 지침이요 사명이기도 하다.
그리스도인들의 헌신과 헌혈은 각자의 신분, 환경, 능력, 시대적 소명에 따라 다양하게 실현할 수 있다. 이를테면 부모는 자녀를 낳고 기르며 보호하고 올바른 신앙인으로 교육시킴으로써 헌신 헌혈하며, 부부는 서로 사랑하고 존경하며 신의를 지키면서 헌신 헌혈할 수 있다.
동시에 신자들은 그리스도의 헌신과 헌혈의 바탕은 사랑이었음을 기억해야한다. 성찬에 참여하여 그리스도를 기념하는 그리스도들은 그리스도의 이 말씀을 항상 상기해야 할 것이다.
『아무도 자기 벗을 위하여 자기 영혼을 내어놓는 것보다 더 큰 사랑은 가지지 못합니다』(요한15, 13)
그리스도께서는 인간의 살과 피를 취하여 인간이 되시고 당신의 몸과 피를 주시어 모든 사람과 같은 혈육을 지닌 가족이 됐다. 그리스도인들은 그분이 오실 때까지 성찬을 통해 그분을 기념하면서 세상을 하느님의 식탁으로 만들고 인류를 하느님의 가족으로 만드는데 끊임없이 이바지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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