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느님에 관한 성서의 물음은 둘로 집약된다: 하느님은 누구이신가? 하느님은 어떻게 존재하고 활동하시는가?
첫 번째 의문에 대한 성서의 해답은 하느님의 유일성이다. 두 번째 의문에 대해서 성서는 무수한 단언으로써 하느님의 표상을 발전시키고 명확히 함으로써 대답한다. 이단언문들로부터 우리는 하느님에 대한 계시의 근간이 되는 두 가지 근본적 하느님 체험들을 끌어낼 수 있다. 첫 번째는 이스라엘이 셈족으로서 가지게 된 체험으로서 초자연적 계시에 의해 점차 정화되어 「엘로힘/엘」하느님 이름 안에 집약된 체험이다. 엘로힘의 근본 특징은 절대적 초월성과 역동적 내재성을 내포하는 초지상적 위엄과 권능이다. 두 번째는 인간을 구원하고 인격 존재 내지는 구원의 협력자로 대하시는「야훼」하느님에 대한 체험이다.
이와 같이 하느님은 이스라엘의 신 신앙을 차츰 정화하고 성숙시키셨다. 계시의 점진적 과정에 다라서 하느님은 이스라엘의 신앙 안에서 부족의 신、국가의 신、세상 및 우주의 신으로 자신을 드러내셨다.
출애굽 사건을 통하여 당신 자신을 계시한 해방주-하느님에 대한 신앙은 예전부터 선조들이 믿어왔던 하느님을 부정하지 않고 오히려 이 하느님이 이제는 야훼이심을 고백한다. 하느님은 모세에게 야훼 이름을 알려 주시기 전에 먼저『나는 네 선조들의 하느님이다.
아브라함ㆍ이사악ㆍ야곱의 하느님이다』(출애3、6)라고 당신을 소개하신다. 예언자들에 의해 이스라엘에 국가적 세계관을 탈피하여 보편적이고 우주적인 세계관을 갖게 되고 주변 문화들과의 접촉을 통하여 하느님에 대한 신앙의 넓은 안목을 지니게 됨으로써 우주를 창조하고 다스리시는 하느님을 알아보게 되었다.
이스라엘의 이 신앙 안에서 하느님은 계약의 하느님、역사의 하느님、창조의 하느님으로 나타나신다.
계약의 하느님
이스라엘의 하느님은 유일하시고 거룩하시며 살아계시는 분이다. 유일성、성성、충만한 생명이 하느님의 특징이다. 세상을 초월하고 세상과 근본적으로 다른 초월적 하느님이심을 가리키고 역설하는 특징이다.
초월적인 특성에도 불구하고 하느님은 기묘한 방식으로 세상 안에 개입하고 인간들과 친숙한 관계를 맺으신다. 이 같은 개입과 관계 형성은 계약체결로 구체화 된다. 계약은 하느님이 부단히 백성을 만나러 역사 안에로 내려오심이다.
하느님은 우선 특정 개인들과 「혈연관계」를 맺고 그 개인들을 위하여 행동하신다. 개인을 선택하시어 축복을 내리고 그로부터 찬양을 받으신다. 선택、축복、찬양받으심은 하느님이 개인과 맺으시는 관계의 내용들이다. 계약은『내가 너와 함께 있(겠)다』라는 하느님의 선언과 체결된다. 그 목적은 「함께 있음」곧 친교、일치이다. 계약체결로써 하느님은 미래를 향해 인간과 함께 나아가신다.
아브라함ㆍ이사악ㆍ야곱의 하느님
아브라함의 방패가 되어주시며 그의 후손과도 관계를 맺으신다: 『무서워 말라 아브람. 나는 방패가 되어 너를 지켜주며 매우 큰상을 너에게 내리리라』(창세기15、1). 과거로부터 줄곧 방패역할을 해 오신 하느님은 그에게 축복하고 미래에 실현될 약속의 말씀을 선언하면서 계약을 체결하신다.
계약은 전혀 혈연관계가 없는 쌍방이 같은 운명、생명을 나누는 관계에 들어가게 되는 것이고 따라서 서로 상대방에게 예속되며 자신을 내어주는 것이다. 선택으로써 시작되는 계약은 이스라엘을 위한 하느님의 전적 호의이고 절대적 자유의 표현이다. 하느님은 온전한 자유 안에서 당신 자신을 이스라엘에게 얽어매신다.
이사악은 약속의 실현이고 하느님은 그와도 같은 관계를 맺으신다: 『나는 아브라함의 하느님이다 내가 너와 함께 있으니 두려워하지 말라』(창세 26、24). 야곱은 자기 할아버지、아버지의 축복을 계승한다: 『나는 네 아버지 이사악의 하느님이다 … 너에게 약속한 것을 다 이루어 줄 때까지 나는 네 곁을 떠나지 않으리라』(창세28、13~15). 계약은(어떤 것에 의해서도)결코 단절되지 않는다. 그것은 역사 안에서 지속되고 특정 순간에 실현되며 또 성취된 약속은 새 약속의 보증이 되면서 미래를 향해 열려있다. 계약의 하느님은 당신의 약속에 끝까지 신실하시면서 인간으로 하여금 당신과 「겨룰」수 있을 정도로 친밀한 관계를 맺고 그에게 속박 당하신다: 『너는 하느님과 겨루어 냈고 사람과도 겨루어 이긴 사람이다. 그러니 다시는 너를 야곱이라 하지 말고 이스라엘이라 하여라』(창세32、28). 야곱은 계약 덕분에 하느님(EL)과 겨룰 수 있는 자가되었다(Isra-EL).
엘(엘로힘)-하느님
엘로힘(Elohim)은 본시 엘(EL)의 복수형으로서『강하다』는 어원에서 나왔다. 이 이름은 선조들의 신 신앙이 가나안 종교로부터 영향 받았음을 시사한다. 엘로힘의 고대어인 엘 이름의 신은 이스라엘 밖에서도 알려지고 숭배 받던 신이었다. 한편 엘은 대개 신성을 지칭하는 동시에 고유명사로서 단 한분뿐인 신을 가리키기도 하였다. 엘-셔터가(El-Shaddai: 산신(山神)이신 분)라고도 지칭되던 선조들의 하느님에 대한 신앙은 가나안 만신(萬神)들 중 최상의 부신(父神: 엘)에 대한 숭배로부터 영향을 받았을 것이다.
이스라엘은 지명을 엘에 첨부하여 하느님을 부르기도 하였다. 이와 같이 이스라엘의 신 신앙이 가나안 종교로부터 이름과 그 속성 따위를 차용하였을지라도 그 내용은 고유한 것이었다. 하나이며 초월적인 하느님이 자기들과 계약을 체결하여 깊은 관계를 맺어주시는 데서 얻은 체험을 그들은 주변종교의 도움으로 표현하였던 것이다.
하느님은 조상들의 가정과 깊은 관계를 맺고 있었으므로 눈에 보이지 않는 가장이며 집안 가족들은 하느님의 가정에 속한 자들이었다. 하느님은 선조들과 개인적ㆍ가족적 관계를 맺으심으로써 아브라함의「방패」、이사악이「두려워한 분」、야곱의「전능하신 분」으로서 그들 자신과 가족들의 삶에 깊이 개입하신다. 가나안의 신 신앙처럼 선조들의 신앙도 특정지역과 연관을 맺는 하느님을 숭배하였음을 드러내지만 그 근본은 계약의 하느님에 대한 체험과 인식이었다. 장소가 아니라 인간들에 얽매이기를 원하시는 하느님이다. 이 하느님체험에 의하여 가나안 신관에 다소 물들었던 선조들의 신 신앙은 정화되어 나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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