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국적인 통계를 정확히 파악할 수 없으나 우리나라 농촌부락의 대부분은 하나의 성씨가 지배하는 동족부락이거나 두어 성씨가 지배하는 동족부락이다. 지배적인 성씨가 반드시 수적으로 많은 경우만 동족부락이 아니고 비록 수적으로는 적어도 지배적인수가 많다. 지배적인 것은 주도권을 갖고있는 것을 말하며 지배권을 갖는 원인은 여럿이 있겠으나 그 부락에 원래 살고있었기 때문에 지배적이 되는 경우가 있고 그 성씨가 특히 외부에 알려진 양반이었기에 지배적인 경우도 있다. 따라서 그 부락을 지배하는 성씨의 이름을 따서 이씨부락 박씨부락하고 부르는 경우가 많다.
이러한 지배적인 성씨는 흔히 한부락이 한 성(姓)이었다.
그러나 경상도일대에 이성(二姓)이 한 부락에 있으면서 지배적인 부락을 이루고 있는 경우를 많이보았다. 그 중에 대표적인 것이 경상북도 월성군 강동면 양좌동이다. 양좌동을 흔히 양동이라 부르는 곳으로 이곳은 5백년 가까이 양대성씨가 연고지로 하고 있는 부락이다. 이것보다 이전에 장씨들이 살고있었고 류씨가 살고있었다.
류씨의 사위로 들어온 월성손씨가 이 부락에 입향하여 다음 대에 우제공이란 전국적으로 유명한 유학자를 낳았다. 이분은 벼슬이 우삼찬에 이른분이고 불천지위(不遷之位)이다.
부천지위란 사대봉사가 끝나도 그분의 제사를 끝이지 말고 영원토록 지내라고 국가에서 명령하는 것으로 인간으로서는 최고의 명예인 것이다.
우제 선생의 자씨가 병강이씨에게 출가하에 나은 분이 이언적 회제선생이다.
회제선생도 이조의 유명한 왕현의 한분으로 불천지위이다. 이분이 출생한 집이 외가인 손씨집이고 이 부락에서 자랐다. 양동은 지금까지 월성손씨와 이씨가 오래 살았다는 것으로 유명하고 양성씨에서 모두 불천지위를 가진 것으로 유명하고 두 선생이 모두 이조에 유명한 유학자라는 것으로 유명하다.
이러한 양대성씨들은 아흔아홉칸의 장엄한 종가들을 가졌고 재실(齊室) 정자들을 수없이 갖고있어 부락에 들어가면 양반의 냄새가 그대로 풍기며 장엄한 기와에 이끼가 낀 지붕들이 울창한 나무사이에 즐비하다.
이곳의 신앙은 유교이다. 명유(名儒)들의 후손들이라 예의범절이 몸에 배고 조상숭배가 으뜸이며 모든 일상생활이 유교정신으로 일관되어 있다. 특히 양성간의 관계가 하나의 경쟁의식을 낳게 하여 지금도 옆집에 갈려면 두루마기에 의관을 정돈하고 장년이상이면 갓을 쓰고 간다. 그리고는 정중하게 예의범절에 따라 빈틈없는 거동을 한다.
종가의 종손은 그 문중의 핵이되어 집안일이나 부락일을 모두 종손과 의논하고 종손의 지시에 따른다. 그래서 두 성씨는 광장한 문중들을 갖고 있다. 그러나 부락이 하나가 되어 공동으로 하는 일은 거의 되지 않는다.
양종가에는 잘 차린 사당이 있어 이곳에 모든 신앙이 귀결되어 있다. 사당의 제사 사가(私家)의 기제사 10월에 묘제사 등은 장엄하게 지내며 특히 불천지위인 우제선생의 제사회 제선생의 제사에는 타부락에 사는 모든일가들이 모여 제사를 지내기에 연에 2회는 굉장한 시즌을 맞는다.
이런 부락은 노인들이 장악하고 있기 때문에 기독교나 새마을운동이 일어날수 없다. 예컨데 면에서 새마을운동의 지시가 내리면 노인들이 멀리사는 군수나 도지사나 서울에 사는 높은 관직에 있는 후손들에 연락하여 야단을 치라고 하면 면이나 군에서 어찌할 도리가 없다.
보수적이고 완고한 양동은 마치 이조의 모습을 그대로 보여주는듯 하다. 이곳 노인들에게서 느낀 것은 비록 물질적으로 현대식이 아니고 옛것을 갖고 있지만 그들의 삶에 대한 자신도 옛것이면서도 당당하게 보인 것이다. 옛날 우리의 선조들은 그렇게도 위세당당하게 삶을 영위하였던 모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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