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떠날 때 돌려서 함께 가겠소 안녕히게시오, 쁠랫트』
두 사람은 뺨에 키스했다. 네 번. 튼튼하고도 부드러운 어깨를 잡은 피에르는 약동하는 생명을 느끼며 가슴이 저렸다.
스잔느와 마리 조세프 수녀가 오자 피에르는 그녀들의 소식만 계속 물었다.
하도 질문만 받는데 지친 병자가 이제는 상대방의 건강 상태를 걱정하는 격이다.
『스잔느 안색이 퍽 좋군. 올여름에도「오르레앙」에 다시 가야겠소.』
『에띠엔느는 다시 가겠다고 약속했어요 그렇지만 저는 다른데 갈거예요.』
『스잔느는 수녀가 되겠답니다. 내가 영향을 끼친건 절대로 아니에요.』
마리 조세프 수녀의 말이다.
『수녀님의 평화로움, 수녀원의 고요함이 영향을 끼쳤겟지요.』
『그렇지 않을거예요 스잔느는 먼 나라에 전도하러 가겠답니다.』
『스잔느! 아! 대주교님은 이런 것을 아실리 없겠지…』
수녀가 급히 대답한다.
『대주교님은 많은 것을 모르고 계십니다. 신부님이 한마디 아니 이름 하나만 말했어도 그분의 결정을 변경시킬 수 있을텐데 그 말을 안했으니까』
『무슨 이름을?』
피에르는 놀라 반문했다.
스잔느가 다가섰다. 그녀의 눈에 눈물이 고여있었다.
『에띠엔느』
『난 못 알아듣겠는데』피에르는 얼굴을 붉혔다.
『그것은 내가 기다리고있던 표적이었어요. 도저히 잊을수 없어요』
늙은 수녀가 다가섰다.
『자 이제 신부님께 작별인사를 합시다.
우리에겐 두려울 것이 없어요. 그리스챤은 영원한 나그네니까요 그렇지요? 본당 신부님이 전해달라고…뭐라고 하시더라! 아마 자신도 모르시는 것 같았어요. 존경 아마 우정같은 것이겠지요… 피에르 신부님 작별인사로 포옹하겠어요』.
『조심하시오 수녀님』피에르는 웃고 있었다.『나에게서 나뭇단 냄새가 날거요』
『나뭇단? 나뭇단인지 가시관인지?』
그녀들이 돌아가자 피에르는 천천히 미사를 드릴 준비를 하고있었다. 오늘 아침부터 그는 천천히 행동하고 있다「싸니」에서의 마지막 시간을 일분일분 음미하며 살기위해.
처음으로 그는 참석자가 없는 미사를 드렸다. 모두 교회로 보낸것이다. 그러나 그가 제단앞 기도를 마치고 고개를 들었을 때 방구석에 앙리가 있는 것을 발견했다.
『잠간 기다려주게 곧 끝날 테니』
『아니 괜찮아. 자네가 아무도 없이 하는 것이 안돼 보이네』
앙리는 끝까지 묵묵히 그러나 흥미로운 눈초리로 바라보고 있었다.
『제기랄, 자네한테 조그만 선물이라도 하려고 했더니 아무것도 가진 것이 없어 이것밖에는. 자네한테 이걸 주겠어.』
앙리는 호주머니에서 사기로 된 코끼리를 꺼냈다. 그리고 어색하게 한마디 던졌다.
『내겐 그래도 중요한 거였어』
피에르는 알미늄으로 된 트렁크속에 제의와 샌들, 미사때 필요한 물건들과 럭비샤쓰 사이에 그것을 소중히 끼웠다.
피에르는 트렁크를 들고 병들어 누어있는 친구들 집에 들렸다.
『잘있게! 잘있게!』
그리고는 죽은 친구들 무덤에도. 공동묘지에서 그는 마드레느를 만났다.
『제라르 신부가 오면 도와주겠지요?』
『물론이지요』
그녀는 대답했다. 그많은 얼굴들, 눈초리를 가슴 속 깊이 새겨두려는 그의 심정은 어지러웠다. 급히 서둘면서도 그는 이 마지막 하루가 끝나는 것이 아쉬웠다. 막다른 골목동네에 사는 친구들, 특히 가까웠던 이들에게 작별인사를 갔다. 드니즈는 울음을 터뜨렸다.
『계집애들은 항상 이 모양이야!』
이렇게 나무라는 에띠엔느의 눈도 발갛게 부어있었다.
피에르는 드니즈를 한구석에 데리고 가서 타일렀다.
『이봐, 드니즈, 네가 커갈수록 너의 어머니 아버지가 네가 원하는 대로 하게 될 거다. 이 다음에는 네가 집주인이 되겠지? 그러면 그때는 이 동네가 행복해질거야. 그러면 다른 동네에서도 모두 뒤따르게 될 게다. 알겠지?』
『내가 홍역을 앓을 때 우리 반 학생들이 모두 걸렸어요. 그것과 같은가요?』『그렇구말구! 자, 인사해…코가 나오는구나…이젠 너한테 손수건을 꺼내줄 사람이 있어야겠는데!』에띠엔느는 무슨 일이 있어도 자기가 트렁크를 들고 가겠다고 우겼다. 얼마후에 피에르는 다른 얘기를 꺼내며 슬그머니 트렁크를 뺏어들었다. 『그래, 그 이삭 생각나니?』
『여기 있어요.』
에띠엔느는 호주머니안에서 누르끼리한 호밀 이삭을 꺼냈다.
『신부님 말씀이 옳았어요. 언제나 같은 장소에 싻이 나요.』
『그러니까 절대로 걱정해선 안되는거야』
『이것 드릴게요.』
『그만둬. 선물은 너무 많이 받았다. 네 소매안에 넣어둬라 그러면 저절로 자라날거다.』
『저절로?』
『그럼. 네 덕분에. 네가 원하건 안하건 저절로 자란다. 모든 것이 그런거야』
지하철에서 나오자 에띠엔느는 정거장을 잘못 왔다고 우겼다.『지난번에는 이렇지 않았는데…』
『「빠리」에는 정거장이 여러개 있어, 에띠엔느』
소년의 눈이 깜박어렸다.
『난 신부님이 어린이 마을로 가시는줄 알았는데. 꼭 그런줄 알고 물어보지도 않았어요. 어린이들이 그곳에서 벌써 교회를 지었는지도 몰라요. 그러면 지도신부님이 필요할텐데 왜 거기 가지 않아요?』
『참 좋은 생각이구나. 어린이 마을… 그렇지 안될 것 없지…』
『그러면 나도 언젠가는…』
『아! 그건 안돼! 넌 「싸니」에 남아있어야 해! 나에게 약속해!』
『그렇지만…』
『에띠엔느 나에게 맹세해줘』
『그래두…』
『넌 어머니가 계시지. 네가 할 일이 있어. (그는 드니즈가 있다고 하려다 그만 두었다)』
『그리고 또 있어요…』
에띠엔느는 힘차게 고개를 들었다.
『그렇구 말구. 그런 모든 것이 있어! 우리는 언젠가는 꼭 만난다. 내가 편지할게. 우리의 신호를 잊지 말아라!』
『절대로 안 잊어요!』
그들은 묵묵히 걸었다. 에띠엔느는 공연히 걸음을 늦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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