역사적인 제44차 서울 세계성체대회는 막을 내렸지만 그 결실인 「한마음 한몸」운동은 지속적인 생활실천운동으로 계속되고 있다.
10월 16일부터 시작되는 주교회의 가을 정기총회 중 한마음 한몸 운동 연구위원회가 상정한 이 운동의 지속체제안을 논의하는 이 시점에서 무엇보다 이 운동의 향후 방향문제 등에 귀추가 주목된다. 지난 1년간 교회 안에서 뿌리를 내린 결과를 바탕으로 이제부터는 범국민운동으로까지 본격적으로 확산될 전망이기 때문이다.
지난해 10월 16일 한국 성체대회 때 교회 안에 가시적인 모습을 드러낸 한마음 한몸 운동은 지난 1년간 신자들에게 성찬의 신비를 생활 속에서 구현할 수 있도록 나눔실천 및 의식변화에 힘써왔다.
지난 1년 간 한마음 한몸 운동 추진현황을 보면 9월11일 현재 운동요원 6만8천1백73명ㆍ헌미 7억9천39만7천원ㆍ헌혈 4만3백42명ㆍ장기기증 2천67명ㆍ입양신청자 5백47명ㆍ결연자 1천8백46명인 것으로 집계됐다.
장기 기증자와 입양 신청자 중에는 미신자들도 상당수 포함돼 있으며 헌미의 경우에는 성직자ㆍ수도자가 1천1백90만8천원, 해외교포 3백78만 원인 것으로 나타나 이 운동의 범국민운동으로의 확산 가능성을 제시하고 있다.
그러나 이 수치 실적 자체가 중요한 것은 아니다. 이제부터는 부모로부터 물려받은 육신을 귀하게만 여겨오던 사람들이 자신의 몸을 사후에 기증하겠다는 사고방식으로 바뀌고 있고 어려움에 놓인 남의 아이를 내 아이처럼 키우겠다는데 관심을 가졌다는 사실이 무엇보다 중요하다. 이는 이운동이 신자들의 의식을 변화시키는데 큰 몫을 하고 있다는 면을 드러내는 것이다.
우리나라 헌혈실태를 보면 87년 현재 인구의 2%인 90여만 명이 헌혈에 참여, 선진국의 10% 헌혈비율에 상당히 뒤지고 있으며 녹십자를 통한 매혈자수는 헌혈자수보다 많은 1백여만 명인 것으로 알려졌다. 환자들을 위한 혈액은 헌혈로 어느 정도 충당이 가능한 상태이지만 혈액성분을 위한 혈액은 유럽과는 달리 아직까지 매혈에 의존하고 있는 실정이다.
그리스도께서 피를 흘리신 것처럼 다른 이를 위한 사랑실천에 교회가 나서게 된 것은 사회에서도 반가운 일로 받아들여지고 있다.
장기기증 역시 아직 우리사회에서는 인식이 부족한데다 이를 수술할 의사도 부족해 교육 등이 더욱 필요하다.
또 국내입양 및 결연추진운동은 해외입양이 대다수를 차지하고 있는 우리사회에서 입양에 대한 새로운 인식을 불어넣어줄 것으로 기대되고 있다. 헌미의 경우는 성체대회 때까지는 지출 없이 일단 모금만을 하지만 앞으로는 독일의 원조기구인 미제레올처럼 세상과 인간을 돕는 교회의 기금으로 사용, 받는 교회에서 나누는 교회모습을 보여줄 것으로 보인다.
한마음 한몸 운동은 세계성체대회 준비기획과정에서 생활실천운동의 필요성을 인식, 출발하게 됐다.
이 성체대회가 외적으로 치루어내는 일회적 행사로서 머물 것이 아니라 대회 주제에 맞게 성찬의 신비를 깨닫고 이를 삶을 통해 생활실천으로 지속될 수 있도록 삶의 변화를 중요시 했다는 점에서 한국교회가 그동안 치뤄낸 대형행사와 구별되는 특성을 지닌다.
또 1백50주 2백주년 기념행사 후 지속적인 후속활동이 없어왔던 때와는 달리 이성체대회는 한국교회가 새로운 생활실천운동을 정착시키는 계기를 마련했다는 점에서도 의의를 둘 수 있다.
지난해 한국성체대회에 앞서 9월 20일 한국성인대축일 미사에서 김수환 추기경은 이 운동의 중요성을 강조하고 안구기증을 약속한 바 있으며 이날 미사 후 공개적으로 첫 헌혈이 실시된바 있다.
한국성체대회에서 주교단은 세계성체대회까지 1년을 성체성년으로 선포하고 사목교서를 발표, 이 운동의 실천에 전교회가 참여할 것을 권고했다. 뒤이어 한마음 한몸 운동 전국본부가 설치되고 본부장에 오태순 신부가 주교회의로부터 임명받아 취임, 한국교회 전체운동이 되기 위해 조직, 교육ㆍ홍보에 나서기 시작했다.
특히 지난 1월21일 올림픽공원 체조경기장에서 2만여 명이 모인가운데 개최된 서울대교구 한마음 한몸 운동 추진 결의대회를 계기로 이 운동은 전국적 운동으로 확산, 교구운동본부ㆍ본당운동본부 등이 설치돼갔다. 이후 조직 강화를 위한 심화교육이 4ㆍ5월중에 성직자수도자ㆍ각 신심ㆍ액션단체별로 실시됐고 본당차원으로도 확대실시 됐다.
이 운동의 분야별 추진 체제도 강화, 헌혈의 경우 대한적십자가 지원으로 교구의 모든 본당에서 연 2회 정도 실시할 수 있도록 계획돼 실시 중에 있고 헌안 (장기기증)은 가톨릭중앙의료원 산하 전국조직망을 이용하기로 했는데 장기기증의 법률적 문제 등이 제기되기도 했다.
헌미는 본당별로 추진하되 추진일정을 성체대회 실행표어 실천기간에 맞추어 봉헌키로 하고 실시 중에 있다. 입양 결연분야는 서울대교구 사회복지회에 입양결연부를 신설하고 정릉에 일시위탁 시설인 성가정입양원을 개원, 지난4월 정부로부터 국내 입양 알선 기관으로 허가를 받았으며 새 부지에 새 건물을 건립 중에 있다. 이 입양결연운동 결과로 38명의 아기가 입양됐고 11명의 아기가 일시위탁인 사랑의 부모 품에 안겨 자라고 있다.
한마음 한몸 운동이 확산됨에 따라 분야별 전문체제 확립의 필요성이 요구돼 헌혈ㆍ장기기증ㆍ입양ㆍ결연ㆍ헌미 등 5개 분야로 세분, 부본부장을 임명하고 회의를 정례화 했다.
이운동의 홍보를 위해 성체대회 의미와 운동이 각 분야 현장 기록 등을 담은 30분짜리 홍보용 비디오가 제작, 발간됐으며 대외적인 행사도 열어 분위기를 고조시켰다. 성체찬미 전국노래경연대회가 6월 24일에는 입양결연 촉진대회가 열려 범국민운동으로서의 시야를 넓혔다.
또 7월 17일 헌혈잔치에서는 한꺼번에 4천9백여 명이 헌혈, 우리나라 헌혈운동에 한 획을 긋기도 했다.
지난 7월 10ㆍ11일 한마음 한몸 운동 전국협의회는 이 운동에 대한 중간평가에서 이 운동이 신자들의 의식을 높이는데 큰 기여를 하고 있어 성체대회의 내실을 기하는 운동으로 정착되고 있으며 나눔에 대한 의식 변화와 생활변화가 눈에 띈다고 평가했다. 또 이 운동의 지속적 확산을 위해서는 서울대교구 중심체제가 아닌 각 교구와 본당차원에서 이루어져야 한다고 강조했다.
한마음 한몸 운동 전국본부는 성체대회까지만 지속하고 그 후에는 해체되며 주교회의에서 이 운동의 지속체제를 논의, 결정하게 된다.
이 운동 본부장인 오태순 신부는 『한마음 한몸 운동은 한국교회의 에어로빅운동, 즉 교회의 군살빼기 운동이라고 표현, 중산층화ㆍ거대화되는 한국교회의 문제점을 단적으로 지적했으며 안동교구장 두봉 주교는 한국형 신심운동이라고 평하기도 했다.
가을 주교회의를 거쳐 새로운 체제로 이어질 한마음 한몸 운동의 방향이 과연 어떻게 전개될지 자못 궁금하다. 지난 1년간 이 운동은 교회 내에 뿌리를 내려왔다. 지금부터는 이를 바탕으로 본격적인 범국민운동으로 확산시켜 나가야 할 때이다. 그러기 위해서는 조직도 새롭게 해야 하고 이 운동의 실천내용도 재정비 내지는 확대시켜야 할 것이다.
그동안 이 운동의 실천내용 부분에서는 한국사회가 당면한 절박한 현실문제에 대한 접근이 없다는 비판의 소리가 제기돼 왔기 때문이다.
한국사회는 현재 통일문제를 비롯, 공해ㆍ과소비ㆍ빈부격차ㆍ향락문화ㆍ지역갈등문제 등 해결할 난제들이 산적해 있다.
이 문제들 역시 물질적 나눔 못지않게 우리들의 나눔의 대상이 될 수 있는 것이며 바로 이 같은 현실문제를 직시할 때 이 운동은 이 땅위에서 탄탄하게 국민운동으로 파급될 수 있을 것이다.
아울러 신자들에게는 일상의 삶과 신앙이 별개인 이원화된 신앙생활이 아니라 하나로 가는 성숙한 신앙인의 모습으로 나갈 수 있겠고 한국사회에는 국민의 정신운동, 의식운동으로 승화시켜 나갈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그동안 한마음 한몸 운동은 윗사람들 중심으로 내용이 짜여져 전개돼 왔다. 이 운동이 정말 세계성체대회만을 위한 일회성의 운동이 아니고 교회가 지속해야 될 생활운동이라는 점을 염두에 둔다면 무엇보다도 아래로부터의 폭넓은 소리에도 귀를 기울여야 할 것이다.
즉 노인층ㆍ젊은층ㆍ주부층ㆍ직장인ㆍ어린이등 각계각층에 따라 그에 맞게 실천할 수 있는 내용 및 방향이 정해질 수 있도록 보다 많은 이들의 의견을 수렴하는 공청회도 필요하다고 교회일각에서는 말하고 있다.
이제 세계성체대회는 막을 내렸다. 그렇지만 한국교회 복음화 3백년대를 향한 숙제가 우리 앞에 남겨져있다. 과연 우리교회는 이 운동을 어떻게 범국민운동으로 정착시켜 나갈 수 있을 것인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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