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월 4일 「평화의 날」행사를 시작으로 역사적인 제44차 서울 세계성체대회가 개막됐다. 성체성사의 참뜻을 되새기는 전세계교회의 최대의 잔치인 이번 성체대회에는 교황 성하를 비롯 수많은 외국 고위성직자ㆍ신학자들이 참가하고 있다. 본지는 이들 중 뉴스의 초점인물 5명을 선정, 소개한다.
<특별취재반>
◆브라질 인권운동가 까마라 대주교
해방신학은 인류구원 위한 것
가난한 이웃에 지속적 관심
『해방신학은 이미 예수 그리스도가 인간의 모습을 취해 이 세상에 오시면서 시작됐다고 할 수 있습니다. 그러므로 해방신학은 그리스도의 가르침에 따라 사랑을 가지고 모든 사람을 껴안으려는 실천적 행동에서 그 가치를 찾을 수 있습니다』
브라질 출신으로 남미 해방신학의 지도자이며 세계적 인권운동가로 높은 명성을 얻고 있는 돔 헬더 까마라 대주교(80)는 비인간적 상황에서 고통을 받고 있는 이웃을 외면하고, 입으로만 떠드는 사랑은 참된 신앙이 결코 될 수 없다고 강조했다.
세계성체대회 참석차 10월 2일 저녁 내한, 이날 공항기자 회견에서 이같이 지적한 까마라 대주교는 『예수가 이 땅에 오신지 2천년을 맞고 있다』면서 『이와 같이 의미 깊은 2천 년대를 앞둔 시점에서 서울세계성체대회는 그리스도의 인간구원 사업, 그의 평화와 사랑의 정신에 대해 더욱 깊이 있게 묵상하면서 그 실천의지를 새로이 다지고 점검하는 데에 그 뜻이 있는 것으로 생각한다』고 말했다
까마라 대주교는 해방신학의 측면에서도 「하느님 사랑」과 「이웃 사랑」은 결코 분리될 수 없다면서 가난하고 어려움에 처한 이웃들에 대한 사랑과 관심 없이 결코 예수 그리스도를 닮을 수가 없다고 지적했다. 까마라 대주교는 현대세계에 있어서 제2차 바티깐공의회 정신의 구현에 대해 언급, 『공의회 정신은 그리스도의 가르침을 바탕으로 하기 때문에 세계 어느 곳에서나 똑같이 동일하다』면서 『그러나 구체적 실천사항은 나라와 지역상황에 따라 다를 수밖에 없으며 남미지역에서 공의회의 가르침은 큰 보탬이 되고있다』고 말했다.
까마라 대주교는 『한국을 비롯 어느 나라든 다만 형태만 다를 뿐 인권문제가 없는 곳은 없다』면서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평화와 사랑에 대한 인간의 갈망을 깨닫고 인간의 존엄한 가치를 지켜나가는 것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또 까마라 대주교는 강대국들의 군비경쟁에 관한 『군비경쟁에 소요되는 경비를 평화를 위한 사업에 사용한다면 인류의 비참한 상황이 다소 해결될 수 있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세계적인 신학자 카스퍼 주교
교회의 민주화 기여에 경탄
인간 존엄성 회복 노력 강조
『냉전시기의 동ㆍ서독 교회는 양국이 정치적으로 단절이 심화돼 있을 때 독일전체를 연결하는 유일한 요소였고, 활발한 교회의 교류로 인해 민족화해의 분위기를 만드는데 결정적인 역할을 했습니다』
가톨릭대학 신학부가 9월 30일에 개최한 제44차 세계성체대회 기념 국제학술대회에 강연자로 내한한 세계적인 신학자 발터 카스퍼 주교는 이같이 독일교회의 역할에 대해 언급하면서 한국교회도 이러한 역할을 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또 발터 카스퍼 주교는 『북한에 가본일은 없지만 최근의 동구권에서 일어나고 있는 변화는 잘 알고있다』면서 『동구권에서 마르크시즘이 붕괴되는 것과 같이 한반도 이북에서도 비슷한 과정이 일어나게 될 것』이 라고 전망했다.
금년6월 서독 로텐부르그-슈트가르트 교구장으로 서임된 발터 카스퍼 주교는 이론과 실천이 긴밀히 연결된 신학을 전개함으로써 그리스도 신앙이 본래 지닌 희망의 차원을 현시, 시련에 봉착한 그리스도교회와 신학의 쇄신에 기여하고자 노력하는 세계적으로 저명한 신학자이다.
서독의 뮌스터 대학과 뤼빙겐 대학의 교수를 역임한 발터 카스퍼 주교는 『한국인 제자의 초청으로 내한하게 됐다』고 내한 동기를 밝히면서 『한국교회가 민주화에 기여하고 있는 소식을 들어오며 경탄해왔다』고 한국교회에 대한 이미지를 말했다. 발터 카스퍼 주교는 교회와 정치의 관계에 대한 질문에 『교회와 국가는 혼합돼서도 안 되지만 분리돼서도 안 된다』며 구체적으로 『교회는 인간 존엄성에 관계된 기본권에 관한 것에는 침묵을 지켜서는 안 되지만 교회 안에서도 시각의 차이가 있어 선택할 수 있는 정치적 세부사항에 관해서는 개입해서는 안 된다』고 설명했다.
아울러 발터 카스퍼 주교는 정치 경제 사회 문화 등 온갖 사상과 구조가 복합돼 있는 세계 속에서의 교회의 역할에 대해 언급, 『가톨릭교회는 세속의 상대화할 수 있는 것이 절대화돼 인간의 존엄성을 상실케 하는 온갖 것들에 대항, 인간존엄성의 회복을 위해 노력하고 있고 앞으로도 더욱 노력하게 될 것』 이라고 말했다.
◆교황특사 에체가라이 추기경
한국교회에 거는 기대 커
인권문제에 관심 가져야
『짧은 시간이지만 벌써 내가 한국 사람이 된 것 같은 느낌이 듭니다. 만나는 사람마다 보내주는 웃음에서 친절한 한국인의 마음을 느꼈습니다.』
제44차 서울 세계성체대회 교황특사로 파견된 로제 에체가라이 (Roger Etchegaray) 추기경은 한국교회에 대한 첫 인상을 이렇게 표현했다.
이어 에체가라이 추기경은 『평신도들의 능동적이고 적극적인 교회참여가 인상적이었고 이는 진정한 하느님의 백성의 모습으로 생각된다』고 덧붙였다.
지난 8월 25일 교황특사로 임명된 에체가라이 추기경은 10월 2일 대한항공편으로 입국, 단순한 사절의 차원을 넘어 세계성체대회 대회장인 교황 요한바오로 2세가 참석하지 못하는 동안 교황을 대리하여 대회를 주재하고 있다.
1922년 프랑스 태생의 에체가라이 추기경은 교황청 정의평화위원회 위원장직을 맡고 있다.
교황특사로서 서울 세계성체대회를 통해 한국교회에 거는 기대가 크다고 전제한 로제 에체가라이 추기경은 『세계성체대회에 대한 가장 큰 기대는 한국교회와 전세계 교회의 연대를 강화해 주는 데 있다』고 강조했다.
『보편적인 세계교회는 지역교회 간의 친교를 기초로 이루어진다』고 설명한 에체가라이 추기경은 『한국교회가 성체대회를 치루어내면서 발전을 이룩해냄과 동시에 다른 지역교회의 구성원들도 서로의 모습을 비추어보고 발전시켜나가야 한다』고 말했다.
특히 에체가라이 추기경은 『한국교회의 살아있는 생명력과 활기는 다른 지역교회의 교훈이 될 것이라 확신한다』고 덧붙였다. 교황청 정의평화위원장직을 수행하면서 가톨릭교회 성직자로는 최초로 중공을 방문, 교회와 중국과의 관계개선에 크게 기여 했으며 전후의 월남교회를 순방한바 있는 에체가라이 추기경은 한국교회의 인권운동에 대해 『한국은 한국 고유의 문제를 안고 해결해가고 있는 것으로 생각한다』고. 교황청 정의평화위원장으로서 한국교회에 대해 『한국 내의 문제뿐 아니라 전 세계에 산적한 인권문제 특히 아시아지역의 인권문제에 관심을 갖고 연대를 이룩할 것』을 당부했다.
◆오스트리아 살츠부르그 대교구 칼 베르그 대주교
“한국교회의 급성장”찬사
적극적인 신앙자세 배울터
오스트리아 살츠부르그 대교구 칼 베르그 대주교를 비롯 대표단 29명이 지난 9월26일 제44차 세계성체대회참석차 내한, 9월 28일~10월 6일 자매교구인 대구대교구를 방문했다.
본사 및 교구 내 여러 복지시설과 대구가톨릭대학을 방문한 대표단 일행 중 칼 베르그 대주교는 이번 방문이 2번째인데 『20년 전보다 한국의 경제가 놀랍도록 성장했다』면서 이제 한국도 명실공히 선진국가로 발전했다며 찬사를 이끼지 않았다.
칼 베르그 대주교는 『오스트리아는 가톨릭국가이지만 많은 신자들이 주일미사에도 참석하지 않는 등 냉담자가 계속 늘어나는 추세』 라면서 『한국교회는 성직자ㆍ수도자ㆍ평신도 모두가 하느님을 이웃에 전파하는데 적극적인 자세를 보여 양적으로뿐 아니라 질적으로도 큰 발전을 보이고 있다』면서 자매교구로서 이 같은 열정적인 전교사명 의식을 배우고 싶다고 밝혔다.
이번에 서울서 개최된 제44차 세계성체대회가 남ㆍ북한의 화합과 일치에 많은 도움을 미칠 것으로 기대한다는 베르그 대주교는 『현재 북한신자수는 정확히 알지는 못해도 만일 북한신자들이 교황님과 전세계 가톨릭신자들이 참석한 가운데 서울서 성체대회가 개최된다는 사실을 안다면 기쁨과 함께 큰 위안을 얻을 것』이라고 말했다.
베르그 대주교는 최근 문규현 신부와 임수경양의 방북사실에 대해 언급, 오스트리아의 대다수 국민들도 이 사실을 알고 있다면서 『성직자는 국가의 부정부패와 비윤리적인 일에 관해서는 온 힘을 다해 싸워야 하지만 그 방법은 정치적인 것이 되어서는 안 된다』고 밝혔다.
베르그 대주교는 로마 가톨릭달력에도 9월 20일을 한국순교성인 대축일로 표기해놓고 있다고 전제, 『한국교회신자들은 1백3위 순교성인 후손으로서 매일 매일을 그리스도교 신자답게 이웃에게 모범적인 표양을 보여 주면서 살아 줄 것』을 거듭 부탁했다.
올해 81세인 칼 베르그 대주교는 1973년 대주교로 임명된 이후 16년간 살츠부르그 대교구장을 역임하다 금년 2월 26일 교구장직에서 은퇴했다.
◆자이레 보꾼구-이껠라 교구장 빔바 주교
평신들의 헌신적 봉사에 감탄
체계적인 사목활동 보고 큰 감명
『한국교회 신자들의 열성적인 신앙심이 부럽고 놀랍습니다. 특히 평신도들의 교회일에 대한 헌신적인 봉사는 전세계 신자들에게 모범이 되기에 충분합니다』
제44차 세계성체대회 참석자 처음으로 한국을 방문한 자이레의 보꾼구-이껠라교구 꾸무온달라 빔바 주교는 시차로 인한 피곤함에도 불구하고 한국경제성장과 신자들의 신앙심을 보고 계속 칭찬을 아끼지 않았다.
『한국교회는 매우 조직적인 것 같습니다. 다시 말해서 청소년사목ㆍ교리교사의 활용 등 모든 사목활동이 체계적으로 잡혀져 있음을 절실히 실감했습니다』라는 빔바주교는 신자들의 엄숙하고 경건한 미사분위기가 매우 인상 깊었으며 특히 무엇보다도 활성화된 레지오 마리애의 활동에 대해 많은 것을 배웠다고 밝혔다.
1961년 자이레의 반다까교구로 부터 분할, 설정된 보꾼구-이껠라교구는 총인구 28만여 명 중 가톨릭 신자수는 불과 4천여 명에 달하는 아주 작은 교구이다.
현재 보꾼구-이껠라교구에는 오스트리아 등지서 선교사로 파견된 사제가 12명, 선교수녀가 30여명이 현지에서 선교활동을 벌이고 있으며 자이레출신 사제는 6명에 불과할 뿐이다.
평균 기온이 35~39℃인 보꾼구-이껠라 교구의 신자들은 대부분 농업에 종사, 일반적으로 경제력은 낮은 편이어서 재정적으로는 교회를 도울 수 없지만 교구민들은 사도적인 사명감을 가지고 하느님 말씀에 따라 열심히 살아가고자 노력하고 있다.
빔바 주교는 『한국의 상쾌하고 아름다운 가을날씨가 몹시 탐이 난다』면서 한국은 분명히 하느님으로부터 축복받은 땅이며 따라서 순교성인의 정신을 본받아 열심히 살아갈 때 하느님의 사랑이 충만히 내릴 것이라고 말했다.
※보꾼구-이껠라 교구주소=Diocese of BOKUNGU-IKELA Via BO-ENDE Rep-du ZAIREMGR.KUMUONDALAMBIMB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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