약 4년간에 걸쳐 한국교회의 최대 관심사는 서울에서 개최되는 제44차 세계성체대회였다. 1986년 3월 14일 제44차 세계성체대회 서울 개최가 공식 발표된 후 3년 6개월여 동안 서울대교구를 비롯한 한국교회는 서울 세계성체대회의 성공을 위해 혼신의 힘을 쏟아왔다. 이번 세계성체대회는 교황 요한 바오로2세의 두 번째 방한까지 겹치는 행사였다. 세계성체대회의 성공적인 개최로 한국교회는 또다시 세계교회에 그 역량을 과시하면서 민족복음화의 역량을 재점검했다. 세계성체대회 역사와 현황, 서울대회 개최결정에서 완료까지를 종합해본다.
<편집자註>
세계성체대회는 이미 널리 알려진 대로 개최 역사가 1백년이 넘는 오랜 전통을 지니고 있다. 그러나 세계성체대회는 처음 프랑스에서 시작되었고, 제20차까지는 프랑스를 비롯 유럽 여러 나라의 도시에서 개최되었기 때문에 세계대회라기 보다는 유럽대회라고 보는 것이 타당할 것이다.
1910년 제21차 세계성체대회가 캐나다 「몬트리올」에서 개최됨으로써 비로소 유럽대회 성격을 벗어날 수 있었다. 북미지역인 몬트리올 대회는 유럽지역 외에서 개최된 최초의 대회이긴 하였으나 몬트리올 지역이 유럽문화와 밀접한 관련을 맺고 있을 뿐 아니라 몬트리올 대회이후 제27차 대회까지 또다시 유럽지역에서 대회가 개최됐다
따라서 몬트리올 대회는 엄밀한 의미에서 유럽지역대회 성격을 완전히 벗어났다고 보기보다는 세계성체대회의 「탈유럽화」의 전기가 되었다고 보는 것이 더 정확할 것이다. 이러한 의미에서 1926년 미합중국 독립 1백50주년 기념으로 「시카고」에서 개최된 제28차 대회야말로 세계성체대회의 국제화, 세계화를 이룩한 대회라고 볼 수 있다.
제28차 시카고대회 이후 오세아니아 (제29차 호주ㆍ시드니) 아프리카 (제30차 튀니지ㆍ카르타고) 남미 (제32차 아르헨티나ㆍ부에노스아이레스) 아시아 (제33차 필리핀ㆍ마닐라) 등 6대륙을 순회하면서 세계대회가 개최된 데서도 잘 나타나고 있다.
특히 제28차 시카고대회 이후 제33차 마닐라대회까지 여섯 차례의 대회는 어느 대륙에 중복 없이 6대륙을 골고루 순회하면서 개최되었음을 알 수 있다. 뿐만 아니라 제44차 서울대회까지도 대륙순회개최의 원칙이 지켜지고 있다. 이러한 특성은 시카고대회를 계기로 교황청 세계성체대회위원회가 대회의 세계화에 쏟은 각별한 노력을 쉽게 감지할 수 있다.
세계성체대회는 프랑스의 에밀리아 따미지에 (1834~1910) 여사가 성체와 관련된 기적이 일어난 성지를 순례하자는 운동에서 비롯되었다. 따미지에 여사의 주창에 따라 프랑스교회가 1874년 「뚜르」에서 개최한 성체대회가 오늘날 세계성체대회의 효시이다.
프랑스교회는 뚜르 성체대회를 계기로 이를 국제대회로 키우기 위해 7년 후인 1881년 교황 레오13세의 인준을 받아 프랑스 「릴」에서 제1차 세계성체대회를 개최했는데 이대회가 세계성체대회의 기원이다.
제1차 세계성체대회인 릴 대회는 유럽지역 10여 개국에서 4천여 명의 신자가 참가한 것으로 기록되어 있다. 비록 국제대회이긴 하였으나 유럽지역 대회였으며 그리 큰 규모도 되지 못했다 유럽지역 대회로 시작된 이 성체대회가 세계성체대회로 발돋움한 것은 제3차 대회를 마치고 대회본부를 교황청으로 옮겨 교황청에서 이를 직접 관장하면서부터였다.
1914년 제25차 대회(프랑스ㆍ루르드)까지는 거의 매년 또는 격년, 때로는 3년 터울 (2번)로 개최되었으나 제26차대회 (이탈리아ㆍ로마) 부터는 격년제로, 제35차 대회 (스페인ㆍ바로셀로나) 이후는 4년 주기로 (경우에 따라 3년 또는 5년) 열리고 있다.
세계성체대회는 제1,2차 세계대전의 영향으로 각각 8년, 14년 만에 대회가 재개되었는데 양대 대전으로 인해 각각 2년 주기, 4년 주기 대회개최 정례화의 계기를 마련하기도 했다.
교황청은 183년 「이스라엘」에서 개최된 제8차 대회 때부터 대회에 교황특사를 파견하고 있는데 1922년 「로마」에서 열린 제26차 대회는 교황 삐오 11세가 직접 참석, 대회를 주재했다.
역사상 세계성체대회에 교황이 참석한 경우는 제26차 로마 대회를 비롯 제38차(인도ㆍ봄베이) 제39차(콜롬비아ㆍ보고타) 제43차(케냐ㆍ나이로비) 등 4개 대회에 불과하다.
1964년 제38차 대회(인도ㆍ봄베이)에는 교황 바오로6세가 참석했는데, 교황이 「로마」 이외의 지역에서 개최된 세계성체대회에 참석한 것은 이 대회가 처음이다.
제34차 봄베이 대회에 교황이 특사를 보내지 않고 직접 참석한 것은 제2차 바티깐공의회 이후 변모된 교회의 모습을 단적으로 보여준 좋은 예라고 볼 수 있다.
봄베이 대회를 계기로 교황의 세계성체대회 참석은 보편화되고 있는데 그 이유는 초창기 대회가 성체공경심 앙양 등 성체중심의 호교론적 대회였기 때문에 교황참석이 금기시 돼온 반면 근년의 대회는 성체성사의 실천사항인 나눔의 생활화와 성찬례가 강조되면서 교황의 사목방문이 요청되고 있기 때문이다.
이러한 추세에 따라 서울대회의 유치에서부터 특별한 관심을 보여 온 교황 요한 바오로2세는 서울대회에 직접 참석, 여의도 대미사를 집전한 것이다.
서울대회개최는 남북이 분단된 한국의 지정학적 상황이 세계평화 염원을 상징적으로 나타내고 있으며 한국교회의 능력을 교황청에서 인정한 결과이기도 하다. 더구나 한국주교단의 서울세계성체대회 개최 청원이 교황 요한 바오로2세의 권유에 의한 것으로 알려져 있어 한국교회에 대한 교황의 관심과 애정을 엿볼 수 있다.
한국교회가 세계성체대회에 관심을 갖기 시작한 것은 1976년이다. 그해 8월 미국독립 2백주년기념의 일환으로 미국 「필라델피아」에서 제41차 세계성체대회가 열리게 돼 있었다.
주교회의 상임위원회는 76년 1월 24일 필라델피아 대회에 처음으로 대표단 파견문제를 논의하면서 1984년 한국천주교회 2백주년 기념행사의 일환으로 1984년에 제43차 세계성체대회를 유치키로 결정, 신청서까지 제출했다가 당시 여건으로는 대회를 치르기가 어렵다는 판단아래 자진 취소한바 있다.
그러나 한국교회는 필라델피아 대회에 공식대표단 52명을 파견, 세계성체대회에 처음으로 참가했다. 이후 한국교회는 세계성체대회개최 1백주년 기념으로 1981년 프랑스 「루르드」에서 개최된 제42차 대회에는 1백50명, 그리고 1985년 제43차 대회 (케냐ㆍ나이로비)에는 80명 규모의 대표를 파견, 제41차 대회부터는 적극적으로 참여해오고 있다.
서울대회 개최 발표 후 86년 5월 7일 교황청 세계성체대회 위원회 첫 상임위원회 회의가 「로마」에서 열린 것을 필두로 제44차 서울 세계성체대회 준비가 시작됐다.
세계성체대회 서울대회 준비위원장 김수환 추기경은 86년 11월 21일 준비위원회 상임위원회를 구성, 국내에서의 대회 준비에 착수했다.
서울대회 준비위원회 상임위원회는 사무처를 비롯 신심ㆍ행사ㆍ기획ㆍ홍보ㆍ섭외ㆍ재정ㆍ문화 등 7개 분과위원회를 산하에 설치, 구체적인 준비 작업을 해왔다.
대회 준비위원회는 이번 대회를 명실공히 한국교회의 행사로 치르기 위해 주교단 전원을 고문단으로 추대하고 각 교구 및 수도자 대표들도 전국협의회를 구성, 중지를 모아왔다.
또한 대회 준비위원회는 이번 대회가 단순한 행사로 끝나지 않도록 하기 위해 한마음 한몸 운동 추진본부를 설치하고 특별위원회로 평화의 날과 젊은이 성찬제 특별위원회를 설치 운영했다.
상임위원회를 비롯한 각위원회는 수십 차례씩의 공식회의를 갖고 행사의 기획에서부터 마무리에 이르기까지 최선을 다하였고 이번 대회의 성공에 밑거름역을 다해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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