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44차 서울세계성체대회에는 교황 요한 바오로 2세를 비롯 추기경 17명 각국 대표단 주교 63명을 포함 주교급 이상의 인사만도 2백여명 이상이나 참석하는 대성황을 이뤘다.
또한 미수교국 4~5개국과 헝가리 등 공산권 수교국 1백여 국의 대표가 참석, 자구 그대로 「세계성체대회」의 진면목을 과시했다.
비공식적인 집계에 따르면 이번 세계성체대회와 관련, 4박5일간의 행사중 참석한 국내외 연인원수는 75만여명에 이를것으로 밝혀졌다.
한편 국제적인 행사의 관례상 외국인 참가자의 수나 귀빈의 수도 그 명단이 곧바로 발표돼왔으나 이번 성체대회 기간 중에는 외국의 참가자 수에 대한 공식적인 언급이 없어 보도에 어려움을 겪기도 했다.
◆노태우 대통령과 환담
노대통령과 회담하기 위해 10월 8일 오전 8시30분 청와대에 도착한 교황은 노대통령 내외의 영접을 받고 사진기자들을 향해 포즈를 취한 뒤 방명록에 「요한네스 빠울루스Ⅱ」라고 라띤어로 서명.
이날 교황의 청와대 방문에는 김수환 추기경이 공식 수행했다.
◆교황에 백자선물
회담에 앞서 교황과 노 대통령은 선물을 교환했는데 교황은 금ㆍ은ㆍ동으로 만든 제44차 서울 세계성체대회 기념주화 3개와 친필서명이 든 자신의 사진액자를 선물했고, 노 대통령은 자필서명이 새겨진 백자와 영문판 「한국미술 5천년전」을 선물.
◆교황 · 노태우 대통령 45분간 회담
예정보다 다소 긴 45분간의 회담이 끝난 뒤 교황과 노 대통령은 약 10분 간 성명을 발표했는데 교황은 『한국정부의 각료, 국회의원, 일반직과 군인 가운데 많은 신자들이 능동적으로 국가생활에 기여하고 있는 것은 국가발전의 좋은 징표』라고 평했으며, 노 대통령은 『한국천주교회가 이 뜻깊은 세계성체대회를 통하여 세계 10억 천주교인과 모든 인류에게 봉사할 기회를 가진 것을 매우 기쁘게 생각한다』고 말했다.
◆교황님은 마술사
새벽부터 추위와 싸우면서 대회 전행사에 참가하던 신자들은 교황 입장소식이 들리자 일제히 환호. 그동안 싸워온 추위자체를 잊어버린 듯 열광했다. 마산교구에서온 한 여자신자는 교황님의 얼굴은 비록 잘 보이지 않지만 목소리만 들어도 추위가 말끔히 가셔지고 얼었던 몸이 녹았다면서 교황님은 추위도 잊게 해주는 마술사(?)이신 모양이라고 주위 사람들과 농담.
◆기사회 돋보여
이날 새벽부터 행사장을 종횡으로 누비며 봉사한 최대의 공로자들 중 마땅히 한 부분을 차지해야 할 사람들은 다름 아닌 가톨릭 운전기사 사도회. 새벽1시 어둠을 가르며 행사장에 집결한 이들은 참가신자들과 함께 추위에 떨면서도 행사차량을 인도하고 입장하는 신자들을 헌신적으로 안내, 「봉사하는 평신도상」을 유감없이 발휘했다.
◆경찰, 새벽상경 감탄
영등포역에서 행사장으로 진입하는 길목은 이미 새벽 3시30분경 신자들의 행렬로 완전히 뒤덮였다. 지방에서 열차편으로 상경하는 신자들의 집결지인 영동포역 주변과 행사장을 연결하는 도로를 지킨 경찰들은 『이 길을 통과, 행사장으로 들어간 사람은 모두 20만 정도』라고 추산한 경찰관은 『성체대회가 무엇인지는 모르지만 천주교 신자들의 열성은 알아주어야 한다』고 거듭 감탄사를 발했다.
◆떡보따리 소동
새벽녘 대회장에 일찌감치 도착한 시골신자 할머니의 작은 떡보따리가 검색관에게 발각(?)돼 작은 실랑이가 오갔다. 덕보따리를 행사장에 들고 들어가겠다고 떼(?)를 쓰던 이 할머니는 『아무것도 들고 갈 수 없으니 여기서 드시고 가라』는 검색관의 말에 『도시락을 갖고오지 말라고 해서 대신 떡을 갖고 왔으니 봐달라』면서 울상.
◆재입장 특별요청
철저한 경비는 화장실을 이용한 신자들의 재입장조차 제지, 여기저기서 불평이 터져나왔는데. 특히 대회장 외곽지대 화장실 부근은 화장실에 갔다가 들어오지 못한 많은 신자들로 북새통. 보안요원들의 강력한 제지와 감시 속에서도 재입장의 기회를 노리던 신자들은 결국 대회 안내요원들의 특별요청(?)에 의해 행사장으로 들어올 수 있었다.
◆음식반입 옥의 티
행사장에 설치된 검문대에는 시간이 흐를수록 음료수를 비롯한 여러가지 음식들이 쌓여 눈살을 찌푸리게 했다. 이는 신자들의 질서의식, 열심 등 여러가지 장점 속에 몇 가지 「옥의 티」로 지적된 이날의 해프닝. 행사요원들은 장시간 동안 기다리면서 요기라도 할수 있도록 배려할 수 없었던 상황을 안타까워 하면서도 각 본당별로 『음식물반입이 안 된다』고 누누이 설명했지만 잊어버린 사람들이 많은 모양이라며 한마디.
◆박수갈채 환호장
오전 9시30분경 사제단과 각국 주교단이 입장하는 많은 신자들이 운집, 열렬한 박수로 이들을 환영.
특히 이들 신자 중 마산교구 완월본당 신자 1백 50여명은 도로 연변에 반월형으로 앉아 입장하는 사제들과 주교들에게 열렬한 박수를 보내는데 앞장, 눈길을 끌었다.
더욱이 이들 신자들이 외국 주교단이 입장할 때 열렬한 박수를 치며 『안녕하세요』하자 외국주교들도 뜻 밖에 한국말로 『안녕하세요』로 화답, 일시에 박수갈채의 환호장이 되기도.
◆여 신자, 제단돌진
교황 성하의 강론이 진행되고 있는 가운데 갑자기 제단 좌측 신자석에 있던 한 여성신자가 두팔을 높이 지켜들고 제단을 향해 돌진(?)하는 사태가 발생, 봉사요원과 경호원들을 당황시켰는데 다행히 이 사태는 서울 화양동본당 소속 봉사요원 김준현(마티아)씨의 즉각적인 성령치유로 별다른 잡음없이 해결. 김준현씨는 『성령쇄신운동에 열성적으로 참여, 여러가지 은사, 특히 병을 치유하는 은사를 조금 받은것 같다』고 밝혔다.
◆8개 외국어로 기도
이날 제1독서와 제2독서, 그리고 신자들의 기도에는 8개국의 국민과 국어가 등장. 다양한 외국어의 등장은 세계성체대회가 인종과 지역ㆍ언어를 초월하여 그리스도의 성체 안에 한 형체임을 고백하는 세계적인 행사라는 사실을 간접적을 상징해 주는듯 했다.
◆북한신자 참석 못 해
김 추기경은 이날 교황 환영사 중 『우리는 이번 성체대회의 뜻을 더욱 살리기 위해 분단된 북한의 형제들을 초대, 이 시간까지 간절히 기도하며 그들을 기다렸으나 그들은 결국 오지않았다』면서 『국토의 분단보다 마음의 분단이 더 큰 것 같다』고 안타까운 심경을 토로했다. 실향민으로 보이는 일부 할아버지ㆍ할머니들이 김 추기경의 설명에 눈물을 흘리자 옆자리의 신자들은 손수건을 꺼내 이들의 눈물을 닦아주며 위로, 숙연한 분위기를 이루었다.
◆교황체력에 감동
8순 고령에도 불구하고 이번 성체대회에 참석하여 열띤 강의를 펼친 까마라 대주교와 이날 우렁찬 목소리로 미사를 집전한 교황의 칠순 젊음(?)을 직접 현장에서 목격한 한 노인 신자는 까마라 대주교와 교황의 강인한 체력에 부러움과 함께 뜻깊은 감명을 받았다고 털어놓았다.
내년이면 칠순에 접어든다는 이 노인은 『이제부터라도 늙어서 아무 일도 할 수 없다는 생각을 떨쳐버리고, 하느님을 위해 무엇인가 적극적이고 활동적인 일을 찾아나서야 되겠다』고 다짐하기도.
◆거양성체 직경 20cm
이날 장엄미사 중 거양성체 때 사용된 성체는 어림잡아 직경이 20cm 가 넘을 듯. 세계 성체대회 대미사인 만큼 이날 교황에 의해 높이 들어 올려진 대형성체를 향한 신자들의 마음은 기쁨으로 충만했다.
◆교황 다음 인기차지 4명의 외국 어린이들
이날 교황 다음으로 사진기자들의 피사체가 되었던 이들은 4명의 외국 어린이들. 아르헨티나에서온 트리미나양(11살)등 2명과 볼리비아에서온 2명 등 4명의 어린이는 화사한 한복의 봉사자들 틈에 끼어앉아 천진스런 표정으로 카메라 세례를 받았다. 태극기와 교황기를 손에든 이 어린이들은 카메라맨들이 극성스럽게 사진을 찍어대자 손을 흔드는 등 자연스런 포즈를 취해주기도.
◆MㆍE팀 맹활약
대행사의 단골안내팀으로 자리를 굳힌 MㆍE 부부팀은 이날도 어김없이 맹활약. 곱고 화사한 한복의 여성들과 신사복으로 단장한 이들은 행사장 곳곳에서 조용한 가운데 신자들의 길잡이 역할을 충실히 수행. 한편 이들과 더불어 돋보인 봉사요원은 미색한복의 우산부대(?). 흰색과 청색의 줄무늬 우산을 받쳐든 이들 여성들은 성체분배 사제들을 수행, 엄숙한 가운데서도 멋진 조화를 이루었다.
◆복음교회와 검문경찰 신경전
여의도 광장으로 진입하는 통로 중 여의도 순복음교회로 들어가는 길에는 새벽부터 낮까지 검문 경찰과 순복음교회 신도들간의 말다툼ㆍ신경전ㆍ몸싸움이 끊임없이 계속됐다.
60만 신도를 자랑하는 여의도 순복음교회의 일부 신도들은 교회출입을 엄격히 통제하는 경찰에게 『주일예배에 참석하러 가는 길을 왜 막느냐』며 계속 항의하자 행사본부는 수백명씩 모일때까지 기다리게 한 후 전경들을 동반시켜 입장케 하는 등 궁여지책을 강구.
◆환자 수백 명 발생
여의도 행사장 4곳에 마련된 의무반에는 오전7시부터 수백 명의 환자들로 초만원.
밤차로 서울에 온 지방신자와 새벽부터 행사장에 집결한 서울신자들의 열성을 입증하듯 환자들 대부분은 갑자기 차가워진 날씨로 인한 감기증상과 급체증상을 많이 호소했고 심한 경우 행사에 참석치 못하고 여의도에 있는 성모병원으로 실려 가기도해 주위사람을 안타깝게 했다.
◆잡상인 극성
행사장 주변에는 간단한 음식과 음료수를 판매하는 잡상인이 모여들어 혼잡을 가중시켰는데, 일부 상인은 조악한 물건을 세계성체대회 기념물이라 사칭하며 신자들을 현혹시켰다.
은화를 본 뜬 메달, 성화수석, 사기컵 등을 진열해 놓고 판매한 상인은 시중에서 1~2천원이면 구입할 수 있는 사기컵을 세계성체대회 표징을 도용, 개당 5천원에 판매, 세계성체대회를 노린 얄팍한 상혼을 드러냈다.
◆대회제대 큰 인기
장엄미사가 끝나자 대형제대위로 올라가려는 신자들을 제지하느라 안내 봉사자들이 큰 홍역을 겪었다.
교황 요한바오로 2세가 미사를 집전하신 제대를 한번 가까이서라도 보고 싶다는 신자들의 충정에 대해 사회자가 『이 제대는 합판으로 만들어져 있습니다. 제대가 무너집니다』라는 엄살스런(?) 멘트로 신자들을 겨우 만류시켰다.
◆「한마음 한몸」 운동 결실 봉헌
이날 장엄미사에서 서울을 비롯한 전국 14개 교구가 세계성체대회를 계기로 시작한 「한마음 한몸」운동의 결실이 예물로 봉헌.
봉헌내역은 4만4천여 명이 헌혈한 혈액 1천6백만cc. 10억 원에 달하는 헌미, 2천2백 명에 달하는 장기와 안구기증, 그리고 입양 5백77가구, 결연 2천16명에 달했다.
◆장엄미사 봉헌금 약 10억원
제44차 서울 세계성체대회 장엄미사에서 봉헌된 신자들의 헌금은 약 10억 원에 이르는 것으로 집계됐다.
헌금은 미사 전에 행사분과 전례부 헌금위원들이 블럭별로 수거했으며 한국상업은행 신우회 2백여 명 회원이 차량을 동원, 회수해 당일 자정까지 헌금을 집계했다.
모아진 헌금에는 헌금 외에도 금반지ㆍ금목걸이 7점이 포함됐고 달러ㆍ독일마르크 등 외화도 있었던 것으로 나타났다.
장엄미사 헌금은 모두 한마음 한몸 운동기금으로 유용된다.
한편 지난 84년 열린 2백주년 기념대회 및 시성식미사에는 5억7천여만 원의 헌금이 봉헌된 바 있다.
◆44개 매듭의 의미
10월 8일 여의도 장엄미사에서 교황성하가 입은 흰색 제의는 지난 84년 방한 때 한국교회가 교황께 선물한 5벌의 제의 중 하나로 밝혀졌다. 매듭장 김희진 (율리아나) 씨가 제작한 이 제의는 당시 여의도 1백3위 시성미사 때 오동상자에 넣어 교황은 이번 44차 서울세계성체대회 장엄미사 때 이 제의를 입어 관계자들을 감격시켰다.
교황께 선물할 제의 제작전반을 주관한 김희진씨는 『제의 앞과 뒷부분에 대추빛깔의 십자가 3개씩 매듭으로 장식했으며 매십자가 마다 44개씩의 매듭이 들어갔다』고 밝히고 『당시 44라는 숫자가 한국민의 심성과는 잘 맞지 않는 것 같아 약간 망설이기도 했다』고 전했다.
관계자들은 『해방 44주년이 되는 해에 열린 제44차 서울 세계성체대회 장엄미사중 교황성하께서 44개의 매듭이 들어간 제의를 입으신 것은 분명 특별한 의미가 있는 것 같다』고 한마디씩.
한편 제의에 장식된 십자가는 천연염료로 염색한 실을 12사로 꼬아 44개씩의 매듭을 넣어 제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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