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의 역사는 반만년 역사가 아니다. 2천여년의 역사에 불과하다. 金石倂用期부터가 유사시대이고 보면 대동강 유역에서의 역사적 서광은 기원전 3세기경이 고작이고, 한강 이남에서는 더욱 늦어진 때문이다. 대동강 유역의 고조선으로부터 오늘에 이르기까지 정체와 전쟁 그리고 가난으로 뒤엎인 유구한 역사에 황폐한 금수강산을 자랑한다는 것은 팔자좋은 넋두리다. 반만년 역사란 이제 퇴색한 후향적 개념일뿐 용기의 상징은 못된다. 역사적 현실을 올바르게 인식하고 그 타개와 극복의 방안을 탐색해 나아가는 불굴의 투지가 새삼 요청되고 있는것이다.
한국 근대화 운동은 일찍이 실학과 동학을 발판으로 삼아 기독교가 들어오면서 20세기여명 무렵 민족독립운동으로 더욱 활기를 띄게된다. 기독교의 자유ㆍ평등사상은 민족의 자유와 평등을 찾는 독립운동과 일체가 될수 있었던 것이며, 민족주의와 종교적 신념은 상호보완의 관계에 있어왔다. 3ㆍ1운동을 치르면서 기독교는 더욱 진한 민족주의적 색채를 풍겨 종내는 기독교적 민족주의 양상을 보이기도 한다. 민중의 맹렬한 민족적 저항을 외면한 성직자나 신자가 있다면 시대를 구제하는 사도로서는 어딘가 실격이라는 판정도 나올만 하다. 1967년 기간의 김용덕 저「한국사의 탐구」를 간추리고 여기에 한국 현대사에 대한 촉각을 가다듬은 짧막한 옛세이를 곁들인 이 문고에는 10편의 논설과 18편의 소품이 수록돼 있다. 모든 역사는 곧 현대의 역사라는 투철한 인식에서 한국사의 흐름을 투시하고 한국사학의 현장을 검증하는 척도가 되는 노작이다. 을서문고 61ㆍ262면 340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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